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앙 Jan 02. 2024

왜 재택근무 하세요?

재택근무 VS 대면근무

"왜 재택근무 하세요?" 


나를 지금 이 회사에 다니도록 뽑아주고, 일하게 해 준 실장님의 질문이었다


분명히 3개월 전에는 일만 할 줄 알면 된다고, 내 포트폴리오를 보고 직접 전화 주시고 뽑아주셨었는데… 

3개월 수습 기간이 지나고 정규직으로 다시 재계약을 진행하려고 하니, 재택근무를 하는 사원이 나밖에 없다고 여쭤보신 거였다.


그 말에 너무나 당황한 나머지, 지금 순천에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들을 구구절절 설명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라 왜 순천회사에서 안 다니고 굳이 서울회사로 다니냐는 거였다. 

순수하게 물어보신 건지, 아니면 나 혼자서 재택근무를 하는 것이 못 미더우신 건지.. 짧은 시간 여러 추측을 하다가 겨우 말씀드렸다. 


내겐 순천이 베이스캠프지(경제적 사정도 포함)이고, 재택근무를 베이스로 한 회사에서 근무했었다 보니 너무 익숙하다는 점, 순천에서도 취직했었지만 괜찮은 마케팅 회사가 없어서 서울 쪽으로 계속 찾아서 지원하게 됐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그제야 실장님이 내 말에 공감하셨고, 나는 살짝 현타감이 올라왔다.


내가 처음에 이 회사에 채용될 시점에는 '바이럴 작가 모집(재택근무 가능)'하는 모집 공고들이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나는 나 외에도 재택근무 하는 직원들이 몇몇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알고 보니 다들 재택근무를 진행하면서 어려움이 있었고, 결국 다 그만두고 재택근무하는 사람이 나만 남았다는 거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실로 부담스러운 마음이 스멀스멀 들었다.


갑작스러운 생존의 위협을 느껴버린 나는 '아직은 이 회사에서 1년은 다녀야 하는데, ' '어떻게 취직한 회사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고, 

약간 꼬리를 내리듯이 "아.. 그러면 저 혼자서만 재택근무를 하는 게 조금 페널티가 될 수도 있겠네요." 말했다. 


그랬더니, 실장님이 아니라고 그래도 좋은 사람을 놓칠 순 없다면서 계속 일해보자는 식으로 이야기를 마치셨다. 그렇게 화상 미팅이 끝나고 나는 속으로 깊게 안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왜 굳이 재택근무를 고집하는 걸까?' 란 의문이 곧바로 들었다. 

답은 바로 찾을 수 있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당당히 "내 꿈은 디지털노마드야"라며 외치고 다녔었는데… 어느 날부턴가 차마 그 단어를 쓸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지금의 내 모습은 디지털노마드 보다도, 그냥 재택근무 하는 노동자 같았기 때문이다. 


*디지털노마드(Digital nomad): 디지털(digital)과 유목민(nomad)을 합성한 것으로, 디지털 기기(노트북, 스마트폰 등)를 이용하여 공간에 제약을 받지 않고 재택근무를 하면서 자유롭게 생활하는 사람들을 말함. 


디지털노마드처럼 장소나 환경에 경계 없이 자유롭게 넘나들며 진짜~ 프리하게 일하고 싶었다. 그게 멋있어 보였고, 그만큼 자유롭게 일한다는 것이, 어찌 보면 내 능력을 인정받는다는 증거가 된다는 생각에, 그렇게 살아보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쩌다 이렇게… 눈치 보는 재택 사원이 됬을까? 나만 제외하고 전 직원은 회사에 대면으로 출근하고, 일하고, 서로 대면으로 회의를 진행한다. 그렇다고 나 하나를 위해 오래도록 유지해 온 회사의 시스템을 바꿀 수도 없고, 그렇기 때문에 나는 예외적으로 이들과 카톡으로 소통하고 업무 보고를 한다. 


당연히 사내에서 나 혼자서만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불편감과 애로사항들은 있었다. 가끔은 나 혼자서만 외지에서 일을 하다 보니, 카톡창 안에서도 소외감이 들기 일쑤였고… 혹시나 불안한 마음에 만나보지 못한 누군가(대면 직원)의 나를 향한 질투심을 상상하기도 했다. 또 내가 일적인 능력이 크게 뛰어나진 않다 보니, 대면으로 출근하면서 나보다 꼼꼼히 일 잘하는 직원들과 비교되진 않을까… 항상 퇴사 대상자 1순위로 낙인찍혀있진 않을까 조심스러워지고 소심해졌다.(망상이 심한 편인 것 같기도.)


그리고 이번에 계약서를 새롭게 쓰게 되면서 다시 한번 재택근무의 벽을 느꼈는데 그것은,


나는 재택을 하기 때문에 승진 대상자에서 제외된다는 것, 

기획하고 리드하는 업무를 진행할 수 없다는 것, 

월급이나 보너스가 대면 직원보다 적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군말 없이 이 회사를 1년 이상은 다녀보리라 마음먹을 수 밖에 없었다. 최종적으로 나는 '진짜 디지털노마드'가 되어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아직은 내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회사에 얹혀가야 하고, 개인적으로도 시간을 내서 보일 수 있는 성과물을 만들어내야 했다. 프리랜서처럼 스스로 일을 잘해야 하고, 업무적인 능력도 키워야 하고, 경험도 많이 쌓아두워야 한다. 무엇보다도, 회사 없이도 혼자서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의 사람이 되어야 한다 생각한다.


그렇다고, 요즘 유행하는 '퍼스널 브랜딩', '1인 기업'을 하고자 하는 마음은 아니다. 그저 재택근무를 지속하고, 혼자서도 1인분의 분량을 하며, 혼자만의 힘으로 먹고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거다. 조직 생활이 스스로 너무 안 맞다는 것을 알고 있고, 스스로 재택이 너무 익숙해졌기 때문에, 되도록 이런 '1인 재택 체제'를 유지하면서 스스로의 자유성과 자율성을 보장받고 싶은 거다.


재택근무자가 말하는 재택근무의 장점이라면, 예컨대 상황과 환경의 제약 없는 근무 장소와 상태에 대한 자유성과, 시간에 쫓기지 않고 일정한 시간 동안 능동적으로 스케줄을 조절하며 업무를 진행하는 자율성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첫 번째 사항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두 번째 사항 같은 경우 재택을 해 본 사람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바로, 출퇴근 시간이 없다 보니, 워킹 타임 동안 충분히 업무량을 스스로 조절하여 마칠 수 있고, 본인의 컨디션에 맞춰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유들과 더불어, 스스로 오랜 재택근무를 통해 다져진 탓인지, 또 개인적인 성향에도 재택이 잘 맞기도 해서 그런지, 나에게는 재택을 통해 겪는 단점보다는 장점들이 극대화하게 느껴진다. 그만큼 자유성과 자율성을 얻기 위해 받는 대가들도 꽤 치르고 있긴 하다. 생존의 위협을 느낄 때가 심히 많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특히 자본을 얻기 위한 노동(돈벌기)은 쉽게 멈추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가끔씩 현타가 오기도 하고, 그냥 대면 직원의 유혹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어쩌겠어, 내가 선택한 길이고, 그 덕에 자유로움을 얻었는데… 하고 넘기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