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미국의 경기지표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대중들의 기대 심리를 자극하였지만, 당시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의 우려를 표하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그들이 우려하는 인플레이션은 미국의 국채 금리 하락과 달러 약세에 기인하는 것이다. 양적완화는 쉽게 말해서 시장에 돈을 푸는 행위이고, 이는 화폐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에 따라 자산가격이 상승하며, 주식, 부동산 시장의 상승을 불러온 것이 그 당시의 결과이다. 하지만 이러한 자산가격의 상승이 꼭 물가의 상승을 불러오는 것은 아니다. 양적완화가 인플레이션의 하나의 요인이 될 수는 있지만 필연적으로 물가 상승을 불러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국채발행과 국채를 매입하는 행위로 발생한다. 국채를 발행하는 경우 통화량의 증가를 불러올 수 없고, 국채를 사들이는 경우, 은행들이 유동성 공급을 지원받을 것을 바탕으로 대출을 얼마나 해주냐(통화승수)에 따라 통화량의 증가가 결정된다. 은행들이 대출을 장려하는 경우 통화량이 늘어나겠지만,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 때처럼 대출을 해줄 수 없는 경우에는 통화량의 증가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재무부가 국채 발행을 하고, 은행들이 국채를 사들이는 상황에서는 재무부가 늘어난 현금을 바탕으로 시장에 돈을 풀기 때문에 본원통화와 통화량이 둘 다 상승할 수 있다. 결국 양적완화는 본원통화(MB)를 늘리지만 통화량(M2)의 상승을 이끄는 상황은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양적완화가 인플레이션을 무조건적으로 불러일으키지는 않는다에 대한 예시로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를 통해 알아볼 수 있다. 2008년 은행의 현금자산 보유 비율은 3%, 국채는 10% 정도로 이루어져 있다. 금융위기 발발 이후에 현금자산과 국채 보유량의 비율이 확실히 상승한 것이 눈에 띈다. 이 둘은 비교적 안전자산으로 평가받으며, 2008년 당시 리스크에 매우 취약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87% 나머지 자산들은 모기지와 레버리지가 높은 다른 상품들에 묶여 있었으니 말이다. 위기가 닥치자 연준은 양적완화를 선언했고 은행들의 채권을 매입해 은행들에게 현금을 쥐어준다. 앞부분에 설명했던 중앙은행이 국채을 매입하는 상황이고, 현금이 별로 없었던 은행들은 대출을 쉽게 해줄 수 없었기 때문에 통화율의 상승은 미미했다. 정부가 재정적자를 내면서 시중에 돈을 풀던가, 시중은행들이 유동성 공급을 받은 만큼 대출을 감행한다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다. 기술력의 진보로 인한 생산성 증대와 세계화로 인해 과거 오일쇼크와 같은 공급주도적인 인플레이션은 나타나기 힘들 것이다. 보통 인플레이션은 수요증대로 인해 나타나는데 (오일쇼크는 특이한 경우), 기술의 진보는 제품 선택의 한계를 깨버렸고, 20세기 같은 수요증대 기반의 인플레이션의 기대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채 발행과 국채 매입을 통해 유동성을 주입했던 기존의 양적완화와 다르게 2021년에는 정부가 재정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을 통해 통화량(M2)를 증가시켰다. 이러한 방식을 헬리콥터 머니라고 부른다. 헬리콥터 머니를 통한 재정정책은 무조건적으로 통화량을 증가시키므로 그로 인한 인플레이션의 발생은 필수 불가결하다.
양적완화와 새로운 재정정책을 시행한 미국의 CPI 지수는 천정부지로 치솓았다. 이 글의 핵심은 양적완화가 무조건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동반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양적완화보다 헬리콥터 머니가 인플레이션을 더 강하게 이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