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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호 Jul 02. 2023

아포리즘 14

2023.6.1~2023.7.2

우리가 서슬 퍼런 삿된 욕망은 비난할 수 있을지라도, 평범한 삶에 대한 요구를 매도하진 말자.(2023.6.1)


놀랄 것도 없이 유치하거나 부덕한, 심지어 무식한 박사도 흔하다. 그의 학벌, 연구 성과와는 별개로 말이다.(2023.6.1)


경우에 따라 권위자의 권위는 허울뿐인 무능력에서만 비롯할 수도 있다. 말하자면 집단이 바지사장이 필요한 때.(2023.6.2)

살면서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역설 중 하나는 거짓된 참말과 진실한 거짓말이 있다는 것이다.(2023.6.2)


일본과 달리 자본주의 후발 국가로서 한국과 중국은 여하튼 일종의 졸부의 속성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2023.6.3)


한국의 관료주의적 집단주의와 자본주의적 경쟁의 특정한 효율성이 치르는 대가는 단독자에 대한 부조리한 거세다.(2023.6.3)


오늘날 한국에선 이른바 소수자 정치조차 소수자를 핍박했던 바로 그 가부장적 관료주의의 기제와 겹쳐 보인다.(2023.6.4)


단독자에 대한 집단적 끌어내림을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그 구성원들은 거기서 향락도 얻고 있다.(2023.6.4)


지정학적으로 경계에 위치하기 때문에 갖는 한국의 불안정=역동성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붕새의 바람.(2023.6.5)


아시아 문화 중 유교 전통의 상속자는 한국이다. 비록 그게 경쟁과 압박의 논리와 결부돼 헬조선이 돼버렸지만.(2023.6.5)


누구나 방구를 뀌지만 아무 데서나 뀌지는 않는다. 더불어 사는 데 얼마간의 소외는 필수적인 것이다.(2023.6.6)


정보의 홍수 현상 속에서 가짜배기들이 범람하는 한편 바로 그래서 다른 한편으로 진짜배기가 더 잘 식별된다.(2023.6.7)


자기 방구 냄새를 못 맡는 사람과 오래 있긴 힘들다. 그 냄새에 대해 말해주기도 뭐하기 때문이다.(2023.6.8)


자신의 실제 모습과 정반대로 자신을 포장하는 걸 보면 그것이 가장인지 진심인지 유머나 반어인지 혼동된다.(2023.6.9)


진정한 성직자가 남루한 곳으로 가는 이유는 연민 같은 게 아니라 바로 거기가 신성이 경험되는 장소여서다.(2023.6.10)


대체로 자유나 평등을 부르짖는 자들은 발본적 자유나 발본적 평등을 못 견딘다. 그 부르짖음은 일종의 방어다.(2023.6.11)


남의 말뿐만 아니라 자신이 내뱉은 말도 자의적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 모든 말은 사람들 사이에 있는 것이다.(2023.6.12)


자신의 이기심과 기만성을 정당화一파다한 관념一하는 사람에 대한 근본적인 반박은 곧바로 절연을 선언하는 것이다.(2023.6.14)


말도 안 되는 미친 듯한 고집의 존엄은 그것을 말도 안 되는 것으로 판단케 하는 배후 질서를 뒤흔드는 데 있다.(2023.6.15)


어떤 예외적 사건은 반성 속에서 과거를 사후에 소급적으로 재구성하게 하면서 가능한 새 미래를 연다. 자유화.(2023.6.17)


한국인 개인의 경제력은 세계 상위 수준인데, 소비에 대한 압박一주로 평판과 관련된一은 세계 최고인 듯하다.(2023.6.18)


소위 외로운 늑대들과 외로운 여우들을 싸움 붙이거나 조롱하는 자들이 사회 진보에 무슨 진정성이 있단 말인가?(2023.6.19)


기득권 세력의 사다리 걷어차기는 비기득권층 경쟁자들 간의 발목 잡기와 공모한다.(2023.6.21)


근래 한국인의 정신에는 제국적 관용도, 과거 불굴의 헝그리 정신과 언더독의 투지도 없는 듯하다. 마름 같다.(2023.6.22)


소수자 편을 든답시고 사기를 치는 건 정당화될 수 없거니와 그 편의 진정성을 훼손하기에 항차 해로운 것이다.(2023.6.22)


정보 홍수의 시대엔 그 어느 때보다도 사유의 강도가 센 첵이라야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철학책은 한 예다.(2023.6.23)


오늘날 진보 정치의 퇴락은 괄목할 정도의 윤리적이고 지적인 퇴행을 야기하지 않았던가?(2023.6.26)


오늘날 우리는 즐기라는 명령一역설적인 말 아닌가?一과 그 보충물인 온갖 규제를 도처에서 맞닥뜨린다.(2023.6.27)


무소유를 상품으로 팔아 떼돈을 버는 스님들이 보여주는 아이러니는 아름다울 정도다. 대중은 무소유를 소비한다.(2023.6.28)


손타쿠는 그 행위자가 그 행위의 책임도 지는 것인바, 그래서 그것은 권력자에 대한 충성의 증표가 된다.(2023.6.29)


부조리한 권력의 구색-보충물로 기능하는 다수의 진보 지식인의 비판보다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진보적이다.(2023.6.30)


한국은 중국, 일본과 비교해 정치가 가장 역동적이고 민주적인 듯한데, 일상적 공간에선 가장 억압적인 듯하다.(2023.7.1)


약자성을一상황 의존적인 것一실체적 정체성과 동일시하는 자는 정치적 이득뿐 아니라 자기애적 이득을 얻고 있다.(202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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