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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호 May 31. 2023

아포리즘 13

2023.4.21~2023.5.31

진보적 가치가 타락하자 젊은이들이 의미 없이 돈과 권력을, 마약 같은 말초적 쾌락을 희구하는 것 아닌가!(2023.4.21)


상기해 보자. 십여 년 전만 해도 우리는 놀랄 만큼 다른 주관성을 갖고 있었다. 지금의 우리라고 불변하랴!(2023.4.22)


철학을 할 때 철학사一하나의 권력一를 읽어야 하는 까닭은 시인이 어떻든 모국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와 같다.(2023.4.24)


적어도 윤리-정치 담화엔 동서양, 세대, 젠더 등의 차이를 불문하고 무한한 정의의 이념이 전제돼야만 한다.(2023.4.25)


국가가 왜 복지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궁극적인 대답은 이것이다: 그러면 사유재산은 왜 지켜줘야 한단 말인가?(2023.4.27)


질투는 그 감정을 인정하고, 자기 성찰로 심적 에너지를 다른 길로 트며, 큰 그릇이 되려는 마음으로 극복된다.(2023.4.28)


필연적으로 적어도 얼마간 철학과는 철학을, 예술학과는 예술을 억압한다.(2023.4.29)


소위 능력주의는 그 필요를 회피하는 식으론 근본적 비판이 불가능하다. 여기서 변증법적 인식은 필요불가결하다.(2023.4.29)


추상적 능력주의(추상적 보편)는 진정한 능력주의인 구체적 능력주의(구체적 보편)에 의해 전복돼야 한다.(2023.4.30)


가령 학벌주의는 가능한 실재적 능력을 억압하는 적폐 체제가 됐음을 구체적 능력주의의 이름으로 비판해야 한다.(2023.4.30)


속물적일 사람이 고상한 취향을 자랑하기 마련이다. 이에 우리는 고상함이 속물성과 일치되는 변증법을 경험한다.(2023.5.1)


반대로 진정한 고상함은 고상할 사람이 속물성을 전시(겸양)할 때 나타난다. 속물성이 고상함과 일치된 변증법.(2023.5.2)


반성 속에서 죽음에로 앞질러 가본 자, 그리고 순간에 새겨진 영원의 흔적을 읽는 자야말로 후회 없이 살리라.(2023.5.6)


그토록 자유를 외쳐대던 우파는 시스템 자체를 바꿀 자유 앞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거나 발작적 반응을 보인다.(2023.5.7)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져 눈먼 우리에게 세상의 지도를 그리는 철학一조롱의 대상一은 그 어느 때보다 요긴한다.(2023.5.8)


진정 발본적 주체성에서 말미암은 규율에의 복종은 그 자신 전장에서 용맹한 군마를 끄는 것에 비유될 수 있다.(2023.5.10)


철학은 과학의 과학성 자체를 문제 삼는데, 그 문제의 대상을 철학에게 닦달하는 건 곤란하다. 나이브한 것이다.(2023.5.11)


마찬가지로 철학은 실용적인 것의 실용성 자체를 반성하는바, 그 반성 대상을 철학에게 닦달하면 곤란한 것이다.(2023.5.12)


물음의 가능성 자체를 제거하지 않는 이상 철학은 멸절 불가능하다. 철학은 우선 우리의 실존 방식이다.(2023.5.13)


"... 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의 형식으로 규정된 좁은 의미의 (그리스적) 철학 개념은 형체 변화를 겪었다.(2023.5.14)


그리하여 사유가라고 자칭하던 한 철학자가 말한다: "철학은 항상 철학 이상의 것이다."(2023.5.15)


오늘날에도 프랑스 철학의 이분법 해체적 전통은 프랑스의 국제정치상의 입장과 궤를 같이 하는 듯하다.(2023.5.16)


일부 한국인이 프랑스의 폐쇄성을 비난一한국보다 훨씬 개방적이다一하는 건 미국 말을 안 듣기 때문일 것이다.(2023.5.17)


자신의 우상에 반기를 든다고 부당한 공격성을 드러내는 끄나풀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2023.5.18)


비자주적인 자들이 자주적인 자를 폄하하는 것은 그를 볼 때 느끼는 수치심에 대한 방어기제일 것이다.(2023.5.19)


실제로 프랑스의 치안 상태는 한국보다 훨씬 좋지 않다. 그렇다고 한국의 멸균성이 꼭 자랑인 게 아니다.(2023.5.20)


한국이든 프랑스든 국수주의나 사대주의를 자극하는 선동에 맞서 "우리"는 세계시민주의를 견지해야 한다.(2023.5.21)


전도된 나르시시스트로서의 우상숭배자는 자기가 얕보는 대상 앞에선 자기 머릿속의 우상마냥 행동한다.(2023.5.22)


가짜배기 좌파가 사사로운 일로 관심에도 없던 투쟁과 혁명의 언어를 구사하는 걸 보면 실소가 나오지 않는가?(2023.5.22)


가짜배기들끼리는 이러저러한 비열한 언변으로 상황을 입맛에 맞게 왜곡하는 것이 지혜로 둔갑한다.(2023.5.23)


아이에게 자유 운운하며 교묘하게 모든 선택의 책임을 짊어지게 하는 건 고압적인 만큼 폭력적이다.(2023.5.23)


아이가 윤리를 배우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선택의 버거움을 덜기 위해선 자유만큼 명령一어른의 책임一이 필요하다.(2023.5.24)


"긍정적인" 경쟁적 자기 착취를 부추기는 피로 사회의 문제는 지구적으로 사고하지 않으면 간파되지 않는다.(2023.5.24)


초국적 자본주의 내에서 선진국 시민一역시 피로하다一은 후진국 노동자 착취에 책임이 없지 않음을 주지하자.(2023.5.25)


각자의 평가가 어떻든 2010년대(내 20대) 한국의 가장 심대한 정치적 사건은 세월호와 조국 사태일 테다.(2023.5.25)


당연한 말이지만, 미성숙하고 야비할수록 이득이 많은 사회에선 어질고 의로운 사람이 소외될 것이다.(2023.5.26)


기회주의자는 옳고 그름을 따질 일엔 각자의 취향을 얘기하며 각자의 취향을 존중할 일엔 옳고 그름을 따져댄다.(2023.5.26)


자기변명을 위해 자명한 사실마저 부인하는 자를 말로 설득하려고 시도하는 건 어리석은 일일 터이다.(2023.5.27)


악인은 강박적으로 악행을 저지른다. 이는 책임이 없단 게 아니고 화평한 대화로만은 안 된다는 걸 뜻한다.(2023.5.27)


어떤 죄에 대해 낙인을 찍고 끝없이 구시렁대기보다 그 죄에 상응하는 응보와 용서 쪽에 더 미래가 있다.(2023.5.28)


억눌린 상처가 가능성으로 돌변하는 어떤 마술적 순간, 그 눈부신 반전의 계기가 없다면 삶은 얼마나 황량할까.(2023.5.28)


주지하다시피 언더독의 위치는 나쁜 것만이 아니다. 그 위치여야 가능한 제스처가 있다.(2023.5.29)


혹자는 자연과학一인간 사고의 가능한 한 양태一을 자기 소유물인 것처럼, 또 절대적인 것처럼 떠들어댄다.(2023.5.29)


철학하면 뭐 먹고사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내 대답: 근데 지금 너무 많이 먹어들 대서 문제 아니냐!...(2023.5.30)


어쩐지 불쾌감이나 불편함을 동반하는 아름다움을 향유할 줄 알면 새로운 감식안이 트인다.(2023.5.30)


어릴 적 그 의미가 불투명했던 상처들과 곤궁들은 성숙해져서야 그 적절한 사회적 연관을 획득할 수 있다.(2023.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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