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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이 Jun 23. 2024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

끄적거리기

 망할 놈의 마음의 준비란 건 사실 없는 듯하다.

토토 녀석이 3주 넘게 곡기를 끊고 휘청거리며

수액으로 연명을 했어도 당. 연. 히. 털고 일어날 거라 생각했다.


아픈 토토를 병원으로 들고뛰기를 수십 번 했었지만

토토가 정말 떠나버린 건 내게 마른하늘의 날벼락이었다. 사망 당일에도 나는 정말로 토토가 가버릴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날을 수백 번 복기하며

그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하며

끊임없이 후회와 자책을 되풀이 중이다.


오늘 아침엔 느지막이 일어나 거실에 나와보니

늘 세녀석이 누워있던 자리에 별이와 알리만 누워있길래 코끝이 시큰했다.

토토 유골함을 들고 나와 가운데 놓으니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


그러다 별이가 유골함에 관심을 보이며 킁킁대기 시작했다. 꽤 오래 킁킁댔는데 별이는 진상이니까

혹시나 토토 유골이 든 봉지를 다 뜯어버릴까 봐

토토를 소파 위에 올려두었다.


'토토는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생각하는데 내 목에서 뭔가 찰랑. 아! 너 여기 있구나.

너는 항상 나와 함께 있는 거였어!

토토가 떠나던 날, 녀석의 털을 조금 잘라 만든 목걸이인데 가끔은 저 털 속에 토토 얼굴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토토를 잃던 날, 토토의 색을 닮은 가을가을한 느낌의 세련된 목걸이를 가지게 됐다. 반클리프 목걸이가 하나도 부럽지가 않다 나는. 내가 지금 목에 걸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소중한 목걸이니까.


펫로스 증후군 중증도를 검사해 봤는데

생각보다 나는 심각하지 않았다. 35점 이상부터 심각해지기 시작한다는데 나는 30점이었다. Not bad.

아무래도 생각나는 대로 이곳에 글을 끄적이는 것이

큰 도움이 되는 듯하다. 나의 대나무 숲.


나는 아마도 나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을 아는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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