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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이 Jun 25. 2024

펫로스증후군을 다루는 건강한 방법

반려동물을 무지개다리로 떠나보낸 적이 없다면

감히 공감할 수 없는 상실감과 허무함.

공감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이 마음을 토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공감받을 수 없을뿐더러, 위로한답시고 하는 말에 상처를 받을 수도 있고 듣는 사람도 피로도가 높아진다.


내가 택한 첫 번째 방법은

토토가 생각날 때마다 미루지 않고 여기에 글을 쓰는 것이다. 횡설수설할 때도 있지만 결국 나를 위한 기록이다. 토토에게 닿을 수 없을 글이지만 반성문처럼, 고해성사처럼 그냥 쓴다. 마치 대나무숲처럼.


두 번째 방법은 토토 굿즈를 사들이는 것이다.

굿즈를 만들라치면 토토의 아픈 사진이 아닌

쌩쌩했던 녀석의 사진을 고르게 되니까 얼마나 우리가 행복했었는지 생각하게 된다. 이별은 너무도 아팠지만 그거 빼곤 너는 확실히 나를 행복하게 했으니까. 어쩌면 내가 널 돌본 게 아니라 네가 날 돌본 것 같기도 해.

네가 바로 나의 소확행이었다.



세 번째 방법은 투약 중단했던 항우울제를 다시 먹는 것이다. 이 약의 역할은 예방이니까. 내가 너무 우울해지지 않게 미리 나 스스로를 챙겨본다.

 

네 번째 방법은 하루를 바쁘게 보내는 것이다. 지난 한 달, 토토를 들고뛰느라 일은 아웃오브안중이었는데 슬퍼할 에너지를 일에 좀 더 쏟고 있다. 일 하다 보면 잠시 잊게 되니까 억지로 일을 열심히 하게 되는 매직.


다섯 번째 방법은

같은 아픔을 겪어내고 있는 사람들과 교류하는 일이다.

펫로스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이 모인 채팅방에서

서로를 위로하고 깊이 공감한다. 반려동물이 건강하고 예뻤을 때의 사진들을 공유하며 다 같이 기뻐하며 그리워한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인데 그 공통점 하나로 유대가 깊어지는 느낌이 든다.


최근 금손인 한 멤버가 무지개다리 건넌 우리 아이들이 모두 이렇게 평화롭게 지내고 있을 거라며 사진을 편집해서 보내줬는데 정말로 이렇게 토토가 평화롭게 지낸다면 나도 평온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안도의 눈물을 쏟았다.


By 홀리맘


하루하루 버티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버티는 삶이 아니었던 적은 없다만

더 격렬히 버티고 있다.


희미해지는 건 어쩌면 슬픈 일이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삶이 버텨지는 것이니까

토토를 슬픔대신 행복만으로 기억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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