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오니 현기증이 나고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화장실에 한참 앉아 눈물을 쏟았다. 그깟 주사기가 뭐라고... 속이 너무 답답해서 덥거나 말거나 밖으로 나가야 했다.
별이와 알리만 데리고 연신 훌쩍이며 단지를 한 바퀴 돌고 집에 들어가는 길에 혹시나 해서 재활용 포대자루를 슬쩍 한번 봤는데 밤이라 어두운데도 그 커다란 자루 안에서 '한눈에' 아까 내가 버린 작은 주사기가 바로 내 눈에 들어왔다. 마치 토토를 찾은 듯 기뻐하며 그 주사기를 주워 들어 티셔츠에 쓱쓱 닦았다.
미쳤다.
토토는 이거 극혐했을텐데...
어차피 이건 바늘을 분리해서 버렸어야 하니까
어찌 됐든 주워왔어야 맞다.
물론 그 이유 때문에 주워온 건 아니지만.
괜찮은 척하더니
역시나 괜찮은 게 아니었나 보다.
어쩐지 잘 버틴다 했다.
생각보다 내 멘탈이 단단한가 의심했다.
역시나, 한 달 동안 열심히 현실부정했나 보다.
도대체 너는주사기 하나를 왜 못 버려?
사람도 죽고 사는데 펫로스증후군 같은 소리 하네.. 했었는데 내가 몸소, 가지가지 이상행동들을 보이며, 격하게 겪는 중이다. 다음 생엔 개 키우지 말자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