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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이 Jul 15. 2024

괜찮지 않다.

망할 놈의 주삿바늘

매주 수, 일요일은 쓰레기 분리배출하는 날이다.

남편과 함께 종류별로 쓰레기를 분류해서 개모차에 싣고 분리수거장으로 내려갔다.


플라스틱 쓰레기들을 버리는 와중에

토토를 집에서 수액 맞히던 시절의 주사기를 발견했다.

갑자기 어질 하며 눈앞이 캄캄한 느낌이 들었지만

잠시 망설이다 결국 버리고 돌아섰다.


집으로 돌아오니 현기증이 나고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화장실에 한참 앉아 눈물을 쏟았다. 그깟 주사기가 뭐라고...  속이 너무 답답해서 덥거나 말거나 밖으로 나가야 했다.


별이와 알리만 데리고 연신 훌쩍이며 단지를 한 바퀴 돌고 집에 들어가는 길에 혹시나 해서 재활용 포대자루를 슬쩍 한번 봤는데 밤이라 어두운데도 그 커다란 자루 안에서 '한눈에' 아까 내가 버린 작은 주사기가 바로 내 눈에 들어왔다. 마치 토토를 찾은 듯 기뻐하며 그 주사기를 주워 들어 티셔츠에 쓱쓱 닦았다.

미쳤다.


토토는 이거 극혐했을텐데...


어차피 이건 바늘을 분리해서 버렸어야 하니까

어찌 됐든 주워왔어야 맞다.

물론 그 이유 때문에 주워온 건 아니지만.


괜찮은 척하더니

역시나 괜찮은 게 아니었나 보다.

어쩐지 잘 버틴다 했다.

생각보다 내 멘탈이 단단한가 의심했다.

역시나, 달 동안 열심히 현실부정했나 보다.

도대체 너는 주사기 하나를 왜 못 버려?


사람도 죽고 사는데 펫로스증후군 같은 소리 하네.. 했었는데 내가 몸소, 가지가지 이상행동들을 보이며, 격하게 겪는 중이다. 다음 생엔 개 키우지 말자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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