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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상어와 그녀

삶의 호흡

by 당이


정말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하지만,

“예쁘다”는 말로는 다 담기지 않는 감정이 있었다.


거대한 고래상어와,

아주 작아 보이는 한 사람이

한 호흡 안에서, 한 물살 안에서

아무 말 없이, 아주 평화롭게 함께 있는 장면.

그 안에는 설명도, 목적도, 두려움도 없어 보였다.


그저 살아 있는 두 존재가

서로를 방해하지도, 경계하지도 않으며

조용히 같은 공간을 나누고 있다는 감각.

그게 너무 벅차게 다가왔다.


아마 그 사진을 보며,

오래된 그리움이 건드려졌던 것 같다.


무언가를 해내지 않아도 괜찮고,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아도 괜찮은 상태.

그저 이대로 숨 쉬며,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고 느껴지는 삶.

그런 삶이, 참 그리웠다.


이런 시간은 사람을 잠시 살 만하게 만든다.

고래가 아주 멀리 헤엄치기 전,

숨을 쉬기 위해 조용히 수면 위로 오르는 그 순간처럼.

우리 삶도 가끔 그런 숨 한 번이 필요하다.


사진 속 그녀는

온전히 자신의 삶 안에 머물고 있는 듯 보였다.

그 모습만으로도 마음이 놓였고,

이상하게 울컥했다.


그 장면을 바라보는 순간,

그녀를 아끼는 마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조용히, 깊게 터져 나왔다.

이상하리만큼 그 모든 감정이,

한 장의 이미지 앞에서 한꺼번에 쏟아졌다.


엄청난 성취를 보여도, 혹은 보이지 않아도,

심지어 인생이 엉망이 되어도

나는 여전히 나고,

그녀는 여전히 그녀였다.


온전히 '나'일 수 있었던 그 한 장면이

너무도 부럽고, 짠했고, 또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 평온한 순간은,

마치 내 안 어딘가 오래 잠들어 있던

무언가를 조용히 깨우는 숨소리 같았다.


우리는 흔히 과거를 후회하느라,

또 미래를 걱정하느라 현재를 놓친다.


하지만 그녀는 그 순간, 분명히 '지금' 안에 있었다.


바로 그 순간이 그 사진에 담겼다.

그 사진 속 순간의 기억이,

그녀를 오래도록 숨 쉬게 해주기를.

그리고 나도, 덩달아 조금은 숨 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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