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침이 시작되면,
거실 어딘가에서 도마 소리가 들린다.
탁, 탁, 탁.
눈을 뜨기도 전에 이미 하루가 시작되어 있다.
나는 좀비처럼 일어나 커피 한 잔을 내려
소파에 눕듯이 앉아 있고
엄마는 여전히 뭔가를 볶고, 썰고, 닦고 있다.
오늘은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것처럼
이삼십 년 전 본가에서 빈둥거리던 어린 내가
지금, 여기에서 커피를 마시며 다시 엄마를 바라보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집이 더럽다고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강아지들 밥을 챙겨주시고
내 밥도 함께 놓아주신다.
나는 정신없이 출근하고,
엄마는 우리 집에 남는다.
빨래, 청소, 정리,
그리고 강아지들 돌보기까지.
하루의 대부분을
엄마는 내 삶의 빈틈을 메우며 보낸다.
그리고 저녁엔
강아지들 밥을 챙겨 주신 후
엄마는 다시 당신 집으로 퇴근하신다.
나는 퇴근해서 들어오면
맥주 한 캔 들고 소파에 앉아
하루를 무심히 턴다.
그런 오늘도,
이대로 앉아 있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엄마는 왜 이렇게까지 할까.’
아빠가 돌아가신 후 엄마의 집은,
주말엔 더 외롭다.
남편의 불편함과 엄마의 외로움 사이에서
어딘가 삐걱대는 마음을 억지로 달래기도 한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아마 엄마니까.
그 외엔 설명할 길이 없다.
엄마의 잔소리는 폭격 같고
그게 너무 지긋지긋해서 나는 자주 속이 뒤집힌다.
그럼에도, 오늘 같은 날은
그 모든 잔소리 위로
묵직한 고마움이 쏟아진다.
요즘 내가 유독 힘들어서 그런 걸까.
눈물이 찔끔 났다.
습관처럼 받아먹던 사랑이
오늘을 버티는 이유처럼 느껴져서.
내일은 고맙다고 말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