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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의 시간

너도, 나도 버티는 판

by 당이


이제 알리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잘 걷지도 못하고, 먹지도 않는다.



멍하니 한 곳을 오래 바라보거나,

물그릇 앞에서 물 끝에 입만 대고 멈춰 선다.

맥락 없이 헛짖음을 이어가고,

패드 위 배변을 잊은 지 오래라, 기저귀를 찬 채 지낸다.


새벽에 이상한 기척이 느껴져 찾아보면,

구석에 들어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

후진하는 법도 잊어버렸다.


물그릇 앞에서 얼어붙은 듯한 모습,

멍한 눈동자.

작년, 토토의 마지막 몇 주를 보던 그때의 장면과 겹쳐서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세상이 천천히, 그리고 갑자기, 네게 너무 혼란스러워진 거구나.

빛과 그림자, 냄새와 소리,

모든 게 희미해지고 있는 거겠지.


알리에게는 토토만큼 큰 사랑을 주지 못했다.

그래서 많이 미안하다.

너의 몸과 정신이 무너지는 지금,

너를 한 번이라도 더 안아주려고 애를 쓴다.


너도 아마 너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내게 알려주는 것이겠지.


너무 아프게 가지 마라, 알리야.


나는 또 그 빌어먹을 마음의 준비인지 나발인지를

해야 하는 거구나. 토토를 보냈던 작년처럼 그렇게 박살 나지 않으려면, 이번엔 마음을 좀 싸매고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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