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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이 Mar 30. 2023

라오스 여행기

액티비티의 천국

 황무지 같은 땅 위의 사람들, 황톳빛 물에서 건져 올린 은빛 물고기들. 라오스엔 반짝반짝 화려한 곳도 있고 극강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곳도 있었다.


 특히 방비엥은 액티비티의 천국이다.

펍부터 시작해서 튜빙, 라인까지.


내 키만 한 튜브를 들고 다니는 건 좀 힘들었지만,

강물이 깨끗하지 않던 것도 찝찝은 했으나

갠지스강보다는 깨끗하니까 그냥 탔다.

블루라군 근처에서의 짚라인은 사실 좀 무서웠다.

고소공포증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꽤 긴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데 시설이 낡아서 전혀 안전해 보이지 않았다. 떨어지면 진짜 타지에서 죽겠구나 싶었다. 마지막 코스는 큰 나무아래로 그냥 점프해서 내려가는 거였는데 와 진짜 심장 터질 뻔.

여기는 유명한 사쿠라바.

다국적 사람들이 모두 모여 마셔라 부어라 춤추자 하는 곳이다. 나는 시끄러운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아서 서둘러 마시고 취한 후 적당히 즐기다 빠져나왔던 기억이다.


나는 사실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힘든 사람인데 한국땅만 벗어나면 저 의식 바닥에 있는 외향성이 갑툭튀 한다. 처음 만나서도 할 말이 그렇게 많고 세상 재미있다. 이런 걸 보고 언어 자아라고 하는 것 같다. 언어를 두 개 쓰는 사람은 두 개의 언어 자아가, 세 개를 쓰는 사람은 세 개의 언어 자아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각각의 자아들은 해당 언어를 배웠던 환경에 깊은 영향을 받는다고 배웠다.


왼쪽 사진에서 뒤돌아 있는 등짝 넓은 여자는 취해서 신나게 춤추고 있던 나다. 저런 사진은 특히 인도여행 사진첩에 많다. 아무래도... 음.. 자아실현 중인 듯하다.


여긴 루아프라방이다. 낮은 산에 석양을 보러 올라가는데 산 아래에서 저렇게 나무로 엮은 새장에 작은 새를 넣어 판다. 저 녀석을 들고 올라가서 산 위에서 풀어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나. 아무튼 하나 사들고 올라가서 풀어주려고 애쓰는 사진이다. 왜 애들을 가둬놓고 우리 보고 풀어주라 그래... 처음부터 안 가둬두면 되잖아....


그림 같은 꽝시폭포 근처의 숙소.

에메랄드 빛 물이 마음을 참 차분하게 해 줬다.

실제로 보면 되게 비현실 적인 광경이다.

이 사진 딱 하나를 보고 라오스로 가기로 결정했었다.

실제로 봐도 내가 지금 사진을 보고 있나 착각이 들 정도다.



내 여행은 대부분 그렇게 충동적이었다.

이탈리아도 친퀘테레 사진을 우연히 보고 여기가 어디인가 열심히 찾다가 이탈리아라는 것을 알고 그냥 비행 편을 끊어버렸던 기억.


여행 못 간 지 너무 오래됐다.

거의 반 포기했나 싶기도 하다.

시간이 없다.


여행하듯 하루하루를 살면 사람이 행복해진다고 했다.

여행 못 가는 거 한탄만 하지 말고

오늘 출퇴근하는 길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며

낯선 곳인 듯 생각하려 스스로 주문이라도 걸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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