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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이 Jan 22. 2024

My Lovely LIttle Cloud

내 인생의 흐린 날

내겐 쉬운 일이 별로 없었다.

평범한 지능으로, 평범한 외모로, 그러나 평범하지는 않은 성격으로 40년을 어찌어찌 잘 버텨왔다.

돌아보면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 생긴다면 극복을 해버리거나 빠르게 포기하면 되는 거였다. 어찌 보면 간단하다.


그런데 문제는 토토란 녀석은 내가 완벽히 극복해 낼 수도, 포기할 수도 없다는 거다. 그 둘 중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그 어느 중간쯤에서 함께 존버하는 중이다.


팔팔했던 토토가 신부전, 심부전을 앓으며 아픈 노견으로 산지가 벌써 2년이 넘었다.



 나는 밥을 안 먹어도 토토가 밥을 안 먹으면 내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도대체 왜 안 먹니. (신부전 아이들은 밥을 굶다가 뼈만 보일 정도로 말라서 무지개다리를 건넌다고 한다.)


나는 잠이 안 와서 수면제를 먹어야 되는 지경인데

토토가 잠을 안 자고 서성이거나 호흡수가 빨라지면 또 심장이 쿵. (심부전 아이들은 호흡수가 빨라지며 폐수종이 오기 쉽다.)


아침에도 거의 빌다시피 밥을 먹이려 노오오력을 했으나 끝내 도리도리 하며 먹어주질 않았다. 누구나 그렇듯 나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출근을 해서 일을 하다 보니 9시가 넘었고 그제야 번뜩 아침도 굶은 토토가 떠오른다. 토토가 밥을 안 먹었다는 건, 약도 안 먹었다는 것이므로 마음이 급해져서 하던 일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퇴근을 했다.


'제발 먹어주라' 속으로 기도하며 습식에 북어를 갈아 넣고 오메가3, 철분제, 심장약, 신장약, 비타민을 때려 넣어 섞는다. 떨리는 마음으로 한 수저 바쳐본다. 먹는다. 밥 먹는 게 뭐라고 울컥한다.


My lovely little cloud.

토토야, 네가 가끔 (사실은  자주) 내 삶에 그늘을 드리우지만 나는 흐린 날을 좋아하기로 했어.

네가 없이 햇빛만 비추는 날은 별로 행복할 것 같지 않아.


이제 남은 일을 해야 하니 퀭한 눈으로 노트북을 켜본다. 너를 내 무릎에 앉힌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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