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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이 Jan 05. 2023

다음 생엔 No반려견

아프지 마라 토토야

처음부터 토토와 사랑에 빠진 건 아니다.

강아지를 키워 본 적이 없던 나는 이 녀석이 꽤 귀엽긴 하나 어떻게 돌봐줘야 할지는 잘 몰랐다.


토토와 함께 산지 약 일 년쯤 됐을까.

집 근처 공사현장의 먼지를 뚫고 토토와 함께 걸어가야 하던 어느 날, 나는 토토를 안고 녀석의 입과 코를 내 손으로 가려줬다. 나는 정작 흙먼지를 들이마셔 콜록거리면서. 그 순간 나는 이 녀석이 나에게 보통 존재가 아님을 깨달았다.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너무 예뻐서 팔불출 같지만 가끔은 '어머, 너는 진짜 어떻게 이렇게 예뻐?'소리를 연발하기도 했다.


내가 기뻐하면 꼬리 치며 더 기뻐해줬고

내가 울기라도 하는 날엔 내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연신 핥아주느라 바쁜 토토였다.



토토는 어느새 13살이 되었고 신부전증은 이미 진행 중, 그리고 심장도 노화가 진행되고 있다.


초롱초롱하던 두 눈은 탁해지고 걸음도 느려지고

내가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쌩~하고 문 앞으로 달려오던 녀석이 이제는 침대에 멀뚱히 누워있다가 내가 가까이 가면 그제야 꼬리를 흔든다.


산책이라면 환장했는데 요즘은 영 걷질 못한다.

오늘 오전에도 산책 나갔는데  다른 두 녀석들은 신나게 걷는데 토토는 걷질 못해서 녀석을 개모차에 싣고 끌고 가면서 나는 눈물을 펑펑 쏟았다.



언제 이렇게 늙어버린 걸까.

내 수명이 90살이면 10살쯤 미리 토토를 주면 좋겠다.

아니면 적당히 더 주고 비슷한 날 떠났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다.


관절염이 심해서 요즘 스테로이드약을 먹이고 있다.

결국 그것이 간수치나 신수치에 영향을 줄 것을 아는데도 너무 아파하는 것 같으니 어쩔 수 없었다.. 고 말하고 결국 나중에 난 후회할까?


퇴근길엔 엑셀을 힘껏 밟기도 한다. 갑자기 문득. 내가 집에 도착하기 전에 토토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버리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러다가 차라리 그 모습을 안 보는 게 좋을까 싶기도 해서 속도를 줄인 적도 있다.


집에 도착하면 다른 녀석들은 다 제쳐두고 토토의 생사를 확인하려 녀석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른다.

소리에 둔감해지고  움직임이 둔해져서 바로 나를 맞아주러 나오진 못하지만 누워있던 자리에서 꼬리 치는 녀석을 보면 휴..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쉰다.


토토야, 진짜 아프지 말자.

그리고 정말로 네가 떠나야만 하는 그날이 오면 너무 많이 아프지 않고 편안하게 갔으면 좋겠다.


다음 생엔 진심 No강아지다.

개는 먼저 떠나보내야 할 것을 알며 키우는 '자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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