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그프리트 Mar 29. 2024

삼국지 이야기 1

월탄 삼국지 1권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삼국지는 내 독서의 시작이자 과정이다.

시작이 삼국지이다 보니 다른 유사한 책을 보면서 이를 삼국지와 비교하는 습관까지 생겼다.

나에게 큰 영향을 줬다는 건 말할 것도 없다. 살면서 자주 현재의 어떤 현상에 관한 데자뷔처럼 떠오르는 삼국지의 어떤 대사 혹은 모습을 책에서 즉각 확인하기도 한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집의 책장에서 우연히 보게 된 5권으로 된 삼국지… 나중에 그 책이 월탄 박종화 님이 쓴 삼국지라는 걸 알게 되었다. 당시 아버지가 외판원에게 구매한 것으로 추정되는 책이었고 책장 장식용으로 오랫동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당연히 아무도 읽지 않은 당시로서는 새책이었다. 세로로 읽게 되어있었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는 구조였다. 그렇게 알게 된 삼국지를 마르고 닳도록 읽었다. 삼국지를 통해 ‘초한지’ 그리고 ‘손자병법’까지 접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중국왕조의 연대기를 외우게 되었다. 한번 외우다 보니 시험 보는 것도 아닌데 잊지 않기 위해 한 번씩 다시 확인하는 수고를 기꺼이 감내했다.

고등학교까지 월탄 삼국지를 성인이 되어서는 이문열의 삼국지, 황석영의 삼국지, 만화 삼국지, 고우영의 삼국지를 읽었다.

삼국지에 관해서는 워낙 많은 책이 나와있다. 또한 인생의 지혜 등과 같은 깊은 의미를 담은 해설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최근 삼국지를 다시 읽게 되었다. 지도와 함께 보는 삼국지라는 책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워낙 3차원에 약해서 그렇게 많이 삼국지를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위, 촉, 오 가 어디에 붙어있는지 한 번도 확인해보지 않았었다. 그래서 지도를 펴놓고 삼국지를 읽어보는 시도를 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나의 행동에 무언가 특징이 하나 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건 월탄 삼국지를 항상 비교대상으로 삼는 모습이었다. 이문열의 삼국지 황석영의 삼국지 그리고 지도를 보면서 읽는 삼국지에서도 항상 ‘월탄 삼국지에서는 여기를 이렇게 표현했었지!’라는 식으로 비교를 했다. 그러면서도 월탄 삼국지를 굳이 찾아보진 않았다. 왜냐하면 예전에 많이 읽어서 내가 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나의 삼국지에 대한 자만은 또 다른 걸 알게 했다. 삼국지 전반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내가 의외로 모르는 부분이 많았다는 점이다. 돌이켜 보니 내가 당시에 재미있어하는 부분만 골라서 읽었다는 걸 깨달았다. 또한 오래돼서 예전엔 잘 기억나는 장면이 가물가물해지는 느낌도 있었다... 그래서 찬찬히 빠짐없이 읽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월탄 삼국지를 다시 소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구매는 다시 출간된 책을 사기로 했다. 나에게 삼국지는 월탄 삼국지였다. 다른 책이 있었더라도 어릴 때의 그 책으로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새롭게 재출간된 월탄 삼국지는 어떻게 다를까?라는 궁금증도 있었다.

서점에서 보니 5권이었던 월탄 삼국지는 10권으로 변해있었다.

그런데 주로 거래하는 교보문고에는 1권이 없었다. 월탄 삼국지 1권은 나에게 중요했다. 다른 삼국지 책에서는 내가 원하고 기억하는 구절이 없었다. 내가 당시에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살아오면서 그렇게 느꼈던 구절은 월탄 삼국지에만 있었다. 그러면서도 의외로 소홀했던 1권이었다.

1 권이 없다면 본가에서 예전에 읽었던 책을 가져와서 소장하고 찾아봐야겠다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2권부터 10권까지 구매했다. 본가에 갔을 때 어릴 때 읽었던 책을 찾았다. 그런데 여기도 1권이 없었다. 본가 집을 샅샅이 뒤져도 1권만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서점에서 구매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 24를 뒤졌다. 그런데 3곳 모두 월탄 삼국지 1권이 없었다. 2권에서 10권까지는 9000원에 내일까지 배송이 된다는 데 말이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알라딘 헌책을 봤다. 거기에 딱 한 권이 있었다. 그렇게 찾아 헤매던 월탄 삼국지 1권~!

그런데 가격이 무려 7만 6천 원이다.. 9000원이었는데…

아무튼 주문했다. 돈은 이럴 때 쓰라고 버는 것이라고 나를 세뇌시키면서 말이다…

기다리던 월탄 삼국지 1권 헌책이 도착했다. 책의 처음을 읽어보니


굼실굼실 흘러서 동으로 가는 긴 강물,

낭화 물거품이 영웅들의 시비성패

다 씻어가 버렸네.

머리를 들어 돌이켜 보니

어허 모두 다 공空 이로다.

푸른 산은 예와 같이 의연히 있네,

몇 번이나 석양볕이 붉었다가 꺼졌더냐.

백발이 성성한 어부와 초부한이 가을달

봄바람을 언제나 바라보며,

한 병 막걸리 기쁠싸 서로 만나,

고금의 허다한 일 소담 속에 부쳐 보네.


시가 좋다….마치 내가 좋아하는 영화 ‘소오강호’에서 주인공이 악기를 연주하면서 노래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런데…내 기억과 다르다. 이렇게 시작했었나?

내 기억 속의 월탄 삼국지 첫 장면은 이게 아니었는데…


도대체 월탄 삼국지 1권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그리고 아주 비싸고 미스터리 한 월탄 삼국지 1권


매거진의 이전글 삼국지 이야기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