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을 걷다가 돌덩이에 비뚤비뚤 새긴 글씨를 발견했다. “합격 기원”. 이 으슥한 곳까지 들어와 슬쩍 본심을 발설하고 간 이는 누굴까? 나무와 바람과 풀에게만 흉금 없었던 그의 속내를 함부로 읽을 수 없어 한 눈 찡긋 감았다.
넘겨지지 않는 페이지를 만지듯 돌 위에 잎사귀가 오래 머물러 있었다. 잎사귀는 알고 있었던 거다. 누군가의 가슴에 얹힌 채 잘 넘겨지지 않는 글귀들을. 잘 넘겨지지 않는 글귀들이 오래도록 무거웠다.
나뭇가지 사이로 햇빛이 새어들자
봄햇살 어루만지며 무언가 다가오는 게 보였다.
막 기지개 끝낸 아찔한 초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