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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봄 Dec 28. 2022

이래도 갈래? 말레이시아?!(2)

이 산이 아닌가벼~

  24일 새벽 6시 드디어 인천국제공항으로 출발한다.
"말레이시아 항공이 몇 터미널인지 좀 알아봐 줘"
운전대를 잡으신 아버님 옆에서 남편이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설정한다. 뭐 그런 것쯤은 나도 검색할 수 있다.
"제2터미널이네."
도로가 뻥 뚫려 한 시간 만에 공항에 도착했다. 검정 정장에 하얀 머플러를 두르고 멋들어지게 차려입으신 아버님은 결혼식장에 가신다며 우리를 내려주고 바로 출발하셨다.

  더운 나라로 간다고 가족 모두 여름 청바지로 꺼내 입었다. 겉 옷은 반팔에 플리스 재킷을 각각 입었다. 차에서 내려 공항 여객터미널 안까지 갈 동안 느껴지는 잠깐 추위는 참을 수 있다. 더운 나라 공항에 도착해서 플리스만 벗어 가방에 넣으면 딱 여름 복장으로 변신. 추운 나라에서 더운 나라로 가야 하는 여행객에게 바람직한 코디다. 별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말이다.

  잠시 칼바람을 맞으며 제2여객터미널 안으로 들어섰다. 커다란 전광판 앞에서 우리의 목적지 코타키나발루를 찾았다. 없다. 다시 찾았다. 없다.
"여기 아닌 것 같은데?"
"아니야. 아까 분명히 확인했어"
검색창을 열어 최근 검색이 뜨는 곳을 따라 들어갔다.
"여기 맞잖아. 제2여객터미널... 나리타공항?"



고래와 난 데스까.




  왜냐고! 한국 사람이 한국말로 '말레이시아 항공 터미널'이라고 검색했는데  나리타 공항이 맨 위에 뜨냐고,  양파를 달라는데 다마네기를 주냐고. 다행히 1여객터미널과 2여객터미널 사이 무료 셔틀버스가 다닌다. 그런데 버스를 타려면 또다시 칼바람 부는 밖으로 나가야 한다.

  하찮은 검색 실력이 드러났다. 체면이 말이 아니다. 여기서 무너질  없다. 구시렁대는 아이를 보며 말한다.
"그래서 미리 출발하는  좋은 거야. 공항에 일찍 도착했으니까 우리에게는  번의 기회가  있는 거잖아. 우리가 비행기 시간에 촉박하게 도착했어 . 그럼 비행기 놓쳤겠지? 일찍 나오길 잘했네. 그치?"
 말에 못마땅한 남편이 놀린다.
"이래서 능력 없는 사람한테는 일을  시키는 거야."
웃음만 나온다.  분위기 내가 화를  상황은 아니다. 열심히 말을 돌린다.
"괜찮아.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있지. 엄마처럼 실수하는 사람이 많아서 1여객터미널과 2여객터미널 사이에 무료 셔틀버스가 5분마다 다니는  아니겠어?"
이렇게 티격태격하는 사이 ''라고 LED불을 밝힌 순환 버스가 우리 앞을 유유히 지나갔다. 우리 모두 여름 바지 끝단을 휘돌아 들어오는 겨울바람을 피해 자동문 안쪽에  있었다. 짐이 많아 들고  수도 없다. 그냥  눈만 멀뚱멀뚱 버스를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이건 누구의 잘못인가. 나를 바보라고 놀리던 남자도  말을 잊었다. 별일이 벌어진 경우 여름 바지는 추운 나라 공항에서 버티기 힘들다. 겁나 춥다.

  이제 그만! 밤늦게 노트북 가지러 집에 갔다 오며 느꼈던 찝찝함, 물럿거라! 2여객터미널과 1여객터미널은 버스로 15분이나 걸렸다. 이렇게나 멀리 있는 거야?  정도라면 1인천공항, 2인청공항이라고 이름을 붙여야 되는  아닌가. 말레이시아까지 가는 길이 구불구불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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