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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천지 Oct 15. 2021

미란과 란미

[다음 대화를 읽고 미란과 란미가 이어나갈 대화를 적으시오.]

란미 : 미란 씨는 비혼주의에요?

미란 : 네. 비혼주의자입니다.

란미 : ?

미란 : ??

1. 그래, 혼자 사는 게 좋아. 근데 그러려면 경제력이 좀 있어야 하는데.

1-A : 국세청에서 나오셨어요? 누구한테 기대서 살아야 할 정도는 아닌데 입에 고기 들어갈 정도는 충분합니다.

2. 나도 그랬었는데 결혼하고 애 낳고 다 했어.

2-A : 오케이, 결혼하고 애 낳으면 누구보다 먼저 연락할 테니까 축의금이나 두둑하게 준비해두세요.

3. 여자 혼자서 살기는 좀 힘들 텐데 그래도 집에 남자가 있어야지.

3-A : 집에 남자가 있어야 하는 이유 10가지를 나열하면 집에 남자 들일게요. 시~작.

4. 그래도 연애는 좀 해야지.

4-A : 한자가 좀 약하신가 보다. 결혼을 하지 않는다고 했지 연애를 안 한다고는 안 했습니다.

5. 결혼을 해야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살 수 있을 텐데.

5-A : 안정감을 본인이 아닌 남한테서 찾으시나 보다.. 어떡해...

6. 결혼 안 하는 거 아니고 못 하는 거 아니야?

6-A : 그렇게 보여요? 아유 이걸 어쩌지? 그럼 그냥 그렇게 합시다.

7. 친구들 다 시집가고 나면 혼자서 외로울 텐데, 아파도 챙겨줄 사람도 없고.

7-A : 보고 싶겠죠! 그립겠죠! 그렇지만 살 수 있겠죠! 그리고 아프면 병원 갈게요. 의사가 달래주겠죠.

8. 지금 당장 안 해도 하고 싶을 때 하면 돼. 요즘엔 40에도 애 낳더라.

8-A : 비혼에서 출산으로 공중제비 하면서 선 넘었어요. 아직 30대 미래 계획도 없는데 제40대 미래 계획까지 세워주시는 거 보니 한가하신가 봐요

9. 요즘 저출산 문제 때문에 나라가 큰 위기에 처했는데 혼자만 살겠다는 거야?

9-A : ...



세상엔 많은 미란이들이 존재한다. 자연스럽게 미란이가 되기로 결정한 미란이, 어떤 계기를 바탕으로 결심하게 된 미란이, 미란과 란미 가운데서 고민하는 미란이 등. 미란이 중 한 명인 나는 남들이 정해놓은 결혼 적령기라는 틀 안에 진입했고 곧 그 틀 속에 갇힐 것이다. 지금보다 더 악랄하고 다양한 질문들을 받을 것이며 변명하듯 때로는 싸울 듯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메모장에 리스트를 만들어둬야 할지도 모른다.

란미는 자기가 살아온 인생을 겪어본 게 전부고 그 인생이 좋았다면 그 경험을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 자꾸만 결혼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려 하고 있다. 다만 그게 공유가 아닌 강요가 된다면 나는 란미와 가깝게 지낼 수 없다.

나는 미란이고 너는 란미인데 우리는 이름부터 정반대인 사람인데 애써 똑같은 인생을 살 필요는 없어, 란미야.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 너는 네 일해. 그거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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