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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WT Oct 06. 2023

저는 애국자가 아닙니다

그저 화목한 가족을 꾸리고 싶었을 뿐

셋째를 출산하고부터 제게 새로운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저희 남편에게도요. 많은 분들이 저희 부부에게 애국자라는 태그를 달아주시더군요. 그동안 살아오면서 들어보기 참 어려운 수식어였는데, 의도치 않게 셋째 출산 후 애국자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아, 그런가?'라는 단순한 생각과 함께 칭찬으로 받아들였죠. 하지만 이러한 말을 자주 들으면서, '내가 진짜 애국자라면 나라에서 나에게는 어떠한 보상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욕심과 이기적인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습니다. 그러한 검은 생각에 점점 휩싸이다보니, 마음도 점점 타들어가더군요. 애국에 대한 보상은 커녕 삼남매 독박육아라는 현실이 너무 속상했기 때문이죠.


남편이 육아에 큰 도움을 줄 수 없을 만큼 바쁘게 일을 하면서, 저는 아침 6시(둘째 아들 기상시간)부터 아이들이 잠드는 시간까지 모든 육아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아침은 물론, 저녁에 아이들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고, 밥을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일련의 과정을 모두요. 셋째가 태어나면 더 일찍 퇴근하도록 노력하겠다던 남편의 하얀 거짓말을 믿고 낳았건만, 현실은 역시나이네요. CF에서나 보듯이, 영화에서나 보듯이, 아빠들은 아이들이 잠들고 난 후에야 집에 오는 현실. 저희 집 이야기입니다. 


한때는 이런 속상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나라에서는 아이를 낳으라 낳으라 하면서, 퇴근을 일찍 할 수 없는 이런 근로구조를 왜 보고만 있는 건지..."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이러한 회사를 다니는 저희 남편에게 더 큰 책임이 있고, 그런 남편을 만난 제게도 책임은 있겠죠?


저는 애국자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칭찬을 듣고, 나라로부터 보상을 받기 위해 아이를 낳은 게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은 저와 제 남편의 사랑과 선택으로 세상의 빛을 봤습니다. 온전히 저희들의 행복과 미래만을 염두에 두고 결정한 선택이죠. 그렇기에 저는 애국자라는 엄청난 수식어를 붙이기에는 너무나도 미미한 존재입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애국자라고 불러주실 때, "애 셋이라니. 애 셋 키우느라 참 힘들겠어요."라는 걱정과 위로가 그 말 안에 담겨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애 셋 키우는 거, 그것도 독박육아로 키우는 거 솔직히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아이가 하나일 때보다 둘일 때, 둘일 때보다 지금 셋째가 함께하는 요즘이 더 행복합니다. 쉴 틈 없는 하루 중에 매 아이들이 제게 주는 기쁨의 순간들이 항상 있기 때문이죠. 


만 4살 첫째와 함께 놀이를 할 때 종종 보여주는 부쩍 자란 모습에 뿌듯하고, 

만 2살 둘째가 어디서 배워왔는지 재미있는 말을 귀엽게 쫑알쫑알거리는 모습에 함박웃음이 지어지고,

2개월 조금 넘은 셋째가 제게 말을 걸고 싶다며 옹알이를 하고, 교감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면 그저 힐링이 됩니다. 


삼남매와 함께 살아가는 거, 생각보다 그리 힘들지 않습니다. 힘든 순간보다 기쁜 순간이 더 많으니, 행복을 기준으로 따져본다면 잘한 선택 아닐까요? '나는 애국자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니, 다둥이 가족이라는 제 선택에 대한 보상을 외부에서 찾지도 않게 되고, 삼남매 육아가 힘들다는 고정관념도 조금이나마 떨쳐버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 저는 애국자가 아닙니다. 그저 화목한 가족을 꾸리고 싶었을 뿐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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