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와 관대함 사이

by 혹독한에세이

루틴 속에 사는 삶을 편안해왔다. 그래서 직장인의 스케쥴을 깨나 만족스러워했다. 어떤 틀 안에 사는 것에 안정감을 느껴했다. 자연스럽게 하루하루가 계획되어있다. 그래야 조율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왜일까, 생각해보면 강박 속에 사는 이유는 뒤쳐질까봐가 컸으며 젊음이 아까웠다. 해야 할 일도 하고 하고 싶은 일도 하며 잠도 자려면 24시간이 너무도 부족했다. 심지어 휴식시간도 계획한다. <5시: 기상, 스터디카페로 / 9시~18시 :근무 / 19시~20시: 저녁식사 / 20시~21시:운동 / 22시~ 휴식> 휴식시간에도 책을 읽으려한다. 분명 휴식시간은 맞는데 ‘책을 읽어야한다’는 강박이 잔잔하게 깔려있다. 과연 내가 읽고 싶어서 읽는 게 맞을까 문득문득 떠오른다.

반복되는 루틴이 갑자기 깨지면 평소에 의식하지 못한 질문들이 나온다. “나 왜이리 힘들게 살지? 내가 이렇게 살아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릴려고? 평생 이렇게 숨막혀서 살아야해? 사람은 왜 살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태어났으니깐 사는건데, 어떻게 살아야 하는거지?” 루틴된 삶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자기통제 실패의 절망감이 삶의 이유까지 고민하는 철학으로 번진다. 저러한 현타가 한번 오면 아몰라 하며 다 놔버리는 게 나다.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래 하며 나를 통제하지 않고 하루를 산다. 가장 흔한 현상은 과음이다. 필름이 끊길 정도로 술을 마신다.


난 술을 좋아한다. 만약 다음날 숙취가 없다면 매일 밤마다 마시고 싶은 게 술이다. 집에서 닭발을 시켜 혼술을 하며 쓴 메모가 하나 있다. ’내가 술을 좋아하는 이유는 술을 마시면 나 자신한테 한없이 관대해져. 뭐 어때 오늘 근무 잘했고, 잘 살고 있잖아. 퇴근 후 조용한 집에서 혼술하는 게 행복이라면 이래도 돼‘ 라고 쓰여져 있다. 그러다 한없이 나한테 관대해지면 현타가 온다. 다들 퇴근 후에 자기계발 하던데 이렇게 놀아도 되는걸까? 다시 촘촘하게 짜여진 루틴된 삶을 살아간다. 그러다 관대해지는 시간이 또 찾아온다. 이 행위들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지난 4개월 동안 역대급의 강박 속의 삶을 살다온 난 9월이라는 시간을 누워 지냈다. 술도 마시지 않았고 그냥 한없이 자고 누워있었다. 통제의 강도가 높을수록 관대함의 시간도 늘어나는 자체실험 결과도 확인했다. 극단적인 편이다. 무언가를 해내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경주마처럼 달리는 이 성향을 조율할 필요를 느꼈다. 딜레마다. 하고싶은 걸 해내려면 시간을 쪼개 써야하는 게 직장인의 숙명인들, 애매모호하게 하느니 안하느니만 못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지만 해보고는 있다.


1.번개저녁을 먹게 되어도 여유로운 마음 가지고 맛있게 먹기

2.쉬고 싶으면 쉬고 하기 싫으면 억지로 하지 않기

3.조급해 하지 않기

4.시간 계산을 줄여보기

5.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일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기


니체는 “위대한 생각은 걷는 동안 찾아온다”라고 말했다. 끊임없이 전진하기 보단 중간중간 멈출 때 우리는 더 깊은 통찰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생각보다 걱정하는 만큼 비교적 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주체성 있는 하루를 가져가되, 일정부분의 여유로움도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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