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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jebell Dec 19. 2023

의존과 자립의 삶

어느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것이 아니에요.

나의 삶의 목적은 자신의 존엄을 지킬 수 있을 만큼의 자립된 삶을 사는 것, 자립을 유지하며 끝까지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의지하는 다른 누군가 역시 자립할 수 있는 삶을 살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목적이다. 다 큰 어른임에도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삶을 산다는 것은 부끄러워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누군가가 나에게 의존한다면 그 역시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잠깐 그러다 말, 그런 순간이라면 모를까 의존적이라는 것은 독립적이지 못하다는, 어른스럽지 못하다는 뜻처럼 들린다. 이렇듯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며 사는 삶에 대해 우리는 대부분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다. 


위에서 이야기되는 보통의 자립의 삶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 자유롭고 싶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다른 사람의 일에는 신경 쓰고 싶지 않다는 무관심하고 싶다는 뜻도 있다는 것이다. 복잡하고 힘든 세상에 나하나도 먹고살기 힘든데 다른 사람까지 신경 쓰면서 살기에는 사실 우리는 모두 연약한 인간일 뿐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경제적으로 자립하여 작지만 나만의 공간을 마련하여 삶을 영위해 나가는 자신을 대견하게 여긴다.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스스로의 힘으로 이 모든 것을 이뤘다는 것에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니 다른 누군가가 그런 능력이 없다는 것은 노력이 부족했다는 뜻이고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야만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다.


나도 그렇다. 내 삶의 마지막까지 할 수 만 있다면 그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이 그냥 나의 집에서 끝을 맞이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 누군가에게 내 존재가 폐가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죽을 때까지 철저히 독립적인 한 인간으로 살다 가고 싶은 것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다른 이들의 도움이 간절한 이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그들이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실 우리 사회는 너무나 지나치게 개인주의화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나 자신도 필요하다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해야만 한다.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자립적인 삶이란 말속에 서로에 대한 상호 의존의 중요함을 잃어버렸다. 생존하기 바쁜 사회 속에 무관심한 삶은 다른 사람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결코 내 책임이 아니며 나를 희생하면서까지 타인을 위해 무엇을 할 필요가 없고 그것은 어쩌면 잘못된 관계임으로 벗어나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어떤 것은 맞고 어떤 것은 틀렸다. 


누군가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안 좋은 것이 맞다. 나 자신이 스스로 건강한 자아를 가지고 경제적으로 자립된 삶을 사는 것은 아주 중요한 점이라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누군가가 나 자신에게 지나치게 의존적으로 대하는 것 역시 안 좋은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을 돕는 것을 누군가는 이용할 것을 우려하여 그만두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역시 우리가 변화시킬 수 있는 세상의 단 한 사람은 우리 자신 밖에 없다는 것을 또한 분명히 알아야 된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 누군가에게 의지가 되어 준다는 것이 그들을 변화시키기 위한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들이 어떤 사람이건 간에 그 순간 도움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자립하여 산다는 것이 혼자 살아간다는 의미는 아니다.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지만 함께라도 잘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슬픔에 같이 슬퍼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자신의 감정이 어떠한지 정확히 알 고 있는 사람이고 사람이 혼자서만 잘 사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다. 나도 이제까지 살면서 한 번도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살아오지는 않았다. 감정적으로 무너졌을 때, 돈이 필요했을 때, 기회가 왔을 때 난 누군가에게 의지하여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힘든 누군가가 나에게 의지했을 때 기꺼이 그를 위해 시간을 내어 주었다. 


누군가에게는 상호 의존이란 병든 지구를 돌보는 일이 될 수도 있고 취약한 계층을 위해 함께 싸워주는 것일 수도 있고 사랑이 필요한 자녀들에게 사랑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으며 더 이상 어떤 문제에 무관심해지지 않는 것이다. 


서로가 조금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다. 너무 멀어 이해하기 어려운 거리가 돼버리면 우리는 자신의 독립적인 삶에 대해 무관심으로 착각하고 말기 때문이다. 때로는 자립적인 삶으로, 때로는 상호 의존의 삶으로 인생이란 것이 그렇게 흘러가는 것 같다. 둘 다 인생에 필요한 중요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니 의존적이라는 말을 너무나 나쁘게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보편적 돌봄은 직접적인 돌봄 노동뿐 아니라 타인들과 지구의 번영에 대해 관여하고 염려하며 공동으로 책임을 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정으로 집단적이고 공동체적인 삶의 형식을 되찾는 것과 자본주의 시장의 대안을 수용하고 돌봄 인프라의 시장화를 환원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돌봄 선언, 상호의존의 정치학/더 케어 컬렉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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