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목표 지향적인 삶의 피곤함

게으른 자의 합리화

by zejebell

모두가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욕망에 따라 충실히 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서로 비교하는 것은 딱히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일 것입니다. 그저 원하는 바를 이루고자 마음이 가는 대로 바삐 움직일 뿐입니다. 어떤 사람은 주변의 분위기에 휩쓸려 열심을 흉내 내는 것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신이 목표하고 있는 것을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의 시간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지금 하는 노력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미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남들이 하는 것을 보자니 왠지 자신의 열심에 부족함이 더욱 눈에 띄고 그래서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만 한다는 강박이 생겨나게 됩니다. 더 빨리, 더 크게, 남들보다 더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보통의' 노력만으로 안된다는 불안이 일상에 전반적으로 스며들어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느낌에 시달리는 것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어렸을 때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이미 들어왔던 주문과도 같은 말이기 때문입니다. 남들과 똑같이 노력해서는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다거나 남들과 비슷하게 하는 것은 노력이 아니라는 것, 남들이 하지 않는 플러스알파 이상이 바로 자신의 목표를 이루게 해 준다는 등의 신화적인 말들은 엄마 친구 아들, 딸들을 통해 증명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목표를 정해 열심히 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누군가에게, 세상에 자신의 성공과 쓸모를 인정받고 보여주기 위해서 능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리고 노력과 상관없는 인생의 뜻밖에 이벤트들로 인해 자신이 목표했던 삶과 전혀 다르게 흐르는 인생을 경험 중입니다. 분명 누군가는 열심히 노력하여 목표한 바를 이루어 성공(자신이 원했던 것)한 삶에 만족하며 살고 있습니다. 저보다 더 많이 노력했을 수도 있습니다. 더 치열하고, 더 많은 시간을 희생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제 노력이 그들의 것에 비해 무가치한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그렇게 생각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달성되지 못한 목표처럼 서글프고 후회와 미련이 가득한 것은 없습니다. 단기적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게 되면서 이제까지의 노력이 물거품과 같이 허망하게 느껴지고 열심히 무언가를 했던 시간들은 공허함만 남았습니다.


다시 무언가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고자 하는 데에는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물론 현재의 목표는 젊은 날의 목표와 같지는 않습니다. 그 목표가 저를 잃어버리고, 소진시켜 버릴 만큼 중요한 것도 아니고 없는 시간을 쥐어짜면서까지 할 만큼의 대단한 것도 아닙니다. 열심히 하지만 언제나 나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을 만큼의 여유는 늘 남겨두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쏟아붓는 열정이 가득한 분들은 그게 무슨 노력이냐며 의아해하실 수 있지만 노력이란 것이, 각자의 목표를 이루는 방법들이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어떤 것을 목표로 하느냐에 따라서 단기적인 노력이나 장기적인 계획이 다를 수 있습니다만, 현재의 저는 그렇습니다. 그 어떤 목표를 세우더라도 나 스스로 목표로 인해 불안을 느끼게 되거나 나중에 공허함을 느끼지 않도록 항상 여유를 확보하는 것입니다.(사실, 무엇을 하더라도 마음의 평화를 지키는 것이 목표이기는 합니다.) 어쩌면 게으른 사람의 합리화라고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문명은 평온의 결핍으로 인해 새로운 야만 상태로 치닫고 있다. 활동하는 자, 그러니까 부산한 자가 이렇게 높이 평가받은 시대는 일찍이 없었다."

<피로사회/한병철>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내 현실은 네 현실과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