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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jebell Jul 15. 2024

역시 험담은 뒤에서 해야

혼자 하는 험담.

계속해서 누군가를 지적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려고 그러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저 주변에 너무 많은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자녀가 다들 커서 독립해 나가고 난 뒤라 시간이 많아 그런 것인지, 원래 그 사람의 성향이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쁜 마음은 아니라는 것은 잘 알지만 주변인으로서는 너무 힘들다. 어른이시기에 뭐라 할 수도 없고 냉정하게 처내기도 어렵다. 그저 어정쩡한 관계 속에서 내 삶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훅 하고 들어와 내가 잊고 있었던 부분을 지적한다. 


'아, 그래서 어쩌라고?' 속으로는 백만 번을 외치지만 겉으로는 그냥 웃고 만다. 그게 대화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못 참고 대꾸를 하기 시작하면 그 후로 말이 계속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결국 내 잘못 아닌 잘못, 내가 미처 챙기지 못한 부분에 대한 인정을 해야만 끝이 난다. 딱히 그 사람에게 피해가 가는 것도 없는데 그렇게 끊임없이 남의 일에 나서게 하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하기조차 하다. 


늘 지쳐있는 나에게 없는 그 사람의 에너지는 놀랄 정도이다. 어떤 삶에 대한 강력한 애착이 그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것일까? 세상의 모든 일을 알아야만 하고,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어야 하며, 그 사실을 인정받지 못하면 못 견뎌한다. 모든 대화에 꼭 껴야 하고 자신이 모르는 주제는 용납하기 어렵다. 모든 일의 내막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남들이 모르는 진짜 진실이다. 너무너무 피곤하다. 앞으로 계속 봐야만 하는 일로 얽혀 있기에 피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냉정하고 예의를 지켜 늘 대하고 있지만 그 사람은 그런 것을 신경 쓰는 편도 아니라 틈만 보이면 내가 세운 작은 울타리를 마구 넘어 마음껏 뛰어다니다 자기 성이 차야 물러간다. 나는 하수다. 인간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관계에 대해 늘 고민하고 해결점을 찾는 사람이지만 역시 하수에 불과하다. 세상에 고수는 넘쳐나고 나쯤은 가뿐히 넘어 내 위로 날아다니는 사람들은 너무 많다. 


이렇게 생각하니 내가 너무 쪼그라드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냥 이렇게 뒤에서 뒷담 화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그 사람은 그저 외로운 참견쟁이라 스스로 결론 내리고 그 사람의 관심에 휘둘리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아 본다. 절대로, 절대로 다음에는 그 사람의 참견과 지적에 그저 웃으며 '감사합니다.'로 넘기고 감정적으로 흔들리지 않으리라 다짐해 본다. 


험담은 뒤에서 하는 게 맞다. 혼자서,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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