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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간에서 인심 난다

여유가 없으면 나쁜 사람이 되기 쉽다.

by zejebell

바쁘면 친절하기가 어렵습니다. 바쁜데도 친절한 사람이 있다면 정말 성품이 훌륭한 사람일 것입니다. 일이 몰리고 서로 자신들의 일을 먼저 해결해 달라고 아우성인 그런 상황에서도 누군가에게 일을 가르치고 업무를 인계해야 할 때, 혹은 알려주었는데도 계속 실수하거나 잘못한 부분에 대해 수습도 해주어야 한다면 친절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저 자신 역시 상황에 상관없이 다른 사람의 작은 불친절에 기분이 금방 상하면서도 다른 사람 역시 그럴 것이라는데 가끔 생각이 미치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친절이 몸에 배어있다는 것은 중요한 부분이 됩니다. 어떤 상황에서든지 친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은 여유 없는 이 시대에 슈퍼맨과 같은 영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특히 요즘에는 호구가 되지 않기 위해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조금이라도 손해보지 않도록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지키는데 과도한 에너지를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똑똑하게 사는 방법이라 자부하고 자랑합니다. 또는 누군가에게 친절하고 싶지만 그것을 당연하게 여겨서 자신이 계속 친절을 요구받게 될까 봐 미리 걱정하거나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각자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은 친절한 행동을 하는 것에 머뭇거리고 있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를 적어도 자신은 주고받는 것을 잘 계산하는 사람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받기만 하는 그런 뻔뻔한 사람을 아닌 게 어디냐면서 자신 정도면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사람들은 점점 다른 사람들에게 무관심해지고 무감각해지며 친절함이 가져다주는 따뜻함을 잊어버리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조건 어떠한 상황에서든 친절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결국 자신의 마음이든, 시간이든, 물질이든 어딘가에서의 여유가 있어야 다른 사람들을 돌아볼 수가 있는 것입니다. 친절한 행동에는 이유가 없을 수 있지만 친절한 행동은 다른 사람을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에서 나옵니다. 스트레스가 심한 업무에 계속 시달리고 있는 사람이나 빠르게 중요한 무언가를 처리해야만 하는 사람의 눈에 다른 사람의 필요가 눈에 들어오기 힘듭니다. 또는 들어와도 자신이 도와줄 여력이 없다고 그냥 지나칠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 여유를 가지고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싶지만 원치 않는 분주함과 바쁜 시간 속에서 받게 되는 스트레스는 자신의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과 더불어 무력감을 줍니다. 이러한 무력감을 계속 느끼게 된다면 당연히 자신도 힘든데 누군가를 돕고 친절하게 행동하는 데에까지 신경이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이동진 평론가 외 여러 사람들이 말하는 바쁜 것은 나쁜 것(惡)이라는 사실은 다른 사람에게 친절한 것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 저녁에 잠자리에 들기까지 계속된 바쁨 속에서 스스로를 방치하게 된다면 삶이 점점 팍팍해지고 무감각해지는 것을 느끼게 되는 날이 곧 오게 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삶을 바쁘게 보낸다는 것 말고는 어떠한 만족이나 행복을 느낄 수 없게 됨으로써 열심히 보낸 시간들에 대해 후회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더라도 순간순간의 여유를 찾아 숨을 쉴 수 있는 여유를 갖는 것은 필요합니다.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할 수 있는 행동은 바로 여유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또 아이러니한 부분은 바로 친절한 행위 그 자체가 바쁘고 분주한 상황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달래주는 좋은 방법 중 하나라는 사실입니다. 바빠서 도저히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함으로써 오히려 숨통이 트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정말 친절하고 싶지 않은 동료와 고객들에게 친절한 행동을 하게 되면서 왠지 마음도 그렇게 변화되는 것 같은 경험을 해보신 적이 있으실 것입니다. 대부분의 바쁜 일들은 결국 자신이 선택한 것이고 아마도 그것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어쩌면 가장 손쉬운 선택이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시간을 들여 좀 더 깊고 폭넓게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이 어려웠을 수도 있습니다.


어찌 되었든 사람이 지나치게 바쁘게 되면 결코 원치 않았다 하더라도 악인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바쁜 현실은 계속해서 사람을 그런 상황으로 몰아넣게 되고 바쁜 삶을 쉽게 받아들이게 만듭니다. 자신의 삶을 통제할 힘이 없다는 무기력함을 느끼게 되면 악에 대해 무뎌지게 되고 자신의 불친절함 또는 악함을 합리화하게 되는 지경에 이릅니다.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는 말은 정말 현실적인 조언이라는 것을 살면서 깨닫고 있습니다. 마음의 여유이든지, 물질적인 여유이든지 자신의 안을 먼저 채우는 것은 그래서 중요한 부분이 됩니다. 무조건 쉬는 것이 여유가 아니듯이 여유라는 것은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바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점점 바빠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자신의 바쁨이 결코 자랑이 아니라 악으로 가는 지름길일 수도 있음을 잘 인지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바쁘다고 가족, 친구, 동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있지 않다면 한 번 생각해 볼 문제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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