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후반부의 직장생활.
젊고 어렸을 때의 직장생활은 사회에 비로소 첫 발을 내딛게 되는 매우 중요한 지점에 서있는 것 같은 그런 무거움이 있었습니다.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우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길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등의 말들을 주변에서 많이 들었습니다. 이제까지의 학생으로서의 특권, 실수해도 괜찮았던 시절, 모든 것이 배움의 과정으로 인정받을 수 있고 아직 사회인이 아니라는 부분에 있어서 보호받을 수 있었던 그런 시간들은 지나고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서 자신의 몫을 해내고 책임져야만 하는 역할을 맡게 되는 것에 대해 부담이 없을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든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일에 잘 적응해 나감으로써 다른 직장동료(선후배, 상사 모두)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처음의 목표였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업무가 익숙해졌을 때에는 직장생활의 인간관계가 너무 힘들어 매일매일을 1년만 버티자는 심정으로 직장생활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퇴사하려고 결심했다가도 경력을 인정받을 정도는 되어야 될 것 같아 대부분의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조금만 더를 속으로 되뇌며 다녔습니다.
취업을 하기 전에는 어떤 곳이든지 들어가서 제대로 급여를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취업을 하고 보니 급여만 보고 직장생활을 하려고 했던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는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보통 신입 시절에는 누구나 그렇게 느끼듯이 누가 해도 될 것 같은 허드렛일만 주어지게 됩니다.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에게 그럴듯한 일이란 게 주어질 리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해집니다. 업무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는 어쨌든 일이 주어져야만 하는데 계속 가치 없는(자신이 생각하기에) 일만 하다가 배우는 것 없이 시간만 흘러가는 것이 아닌지 걱정으로 힘들어하기도 합니다.(사실이 그랬습니다.)
그렇게 긴장의 연속인 첫 직장생활을 보내고 점점 연차가 쌓이게 되면은 직장생활이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나름대로 파악하게 됩니다. 직장에서 경력이라 불리는 말도 못 할 여러 가지 일들을 겪게 되면서 업무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짐작할 수 있게 되고 예상치 못한 일들과 대부분의 업무에 대해서 그에 맞는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게 되는 그런 직장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이제 전혀 다른 업무분야에서 나이 먹고 직장생활을 새롭게 시작한 저는 첫 직장생활 때의 직장인으로서의 제 모습을 자주 떠올리면서 현재의 모습과 비교를 하게 됩니다. 직장생활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인생 후반부의 직장생활의 기준은 그때처럼 급여(물론 중요하지만)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인생 후반부의 직장생활은 젊었을 때의 그런 느낌과는 사뭇 다릅니다. 직장이 없었을 때 얼마나 직장에 다니길 원했는지에 대해서는 첫 직장에 취업을 고대했었던 그때 그 마음과 다르지 않습니다만 직장생활에 대한 기대감은 거의 없습니다. 그렇기에 특별히 실망할 일도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고 그만둘 일도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현재 직장생활의 기준은 주변 동료들과 잘 지내고 제 몫의 일을 제대로 해내며 보다 다정하고 친절한 모습을 잃지 않고 일할 수 있느냐에 대한 부분입니다. 돈을 많이 받더라도 늘 조마조마해하고 걱정하고 내일을 불안해하면서 직장생활을 하는 것은 스스로가 감당하기 힘들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직장생활 대부분이 그렇듯이 현재 직장생활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업무 스트레스는 있지만 크게 마음 졸이면서 다니고 있지는 않습니다. 아직까지는. 그렇다 보니 직장에서 사람을 대할 때나 업무를 처리하는 데 있어서 오히려 여유가 있게 되어 차근차근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능력 있는 분들에게는 자신의 가치보다 떨어져 보이는 일일 수도 있겠지만 현직장은 제 그릇에 맞는 업무라 마음이 편합니다.
나이 들어서의 직장생활은 저에게 있어서 신체기능 저하로 인한 힘듦이 있지만 여전히 사회의 일원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절실한 기회이기도 하고 노동을 통한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수입원이기도 합니다. 사회초년생이었을 때와 다른 마음가짐과 경험으로 현재의 직장생활을 할 수 있게 되어서 무척이나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힘들었던 직장생활, 혹은 사회생활, 인생경험에서 제가 무언가를 배워왔고 그동안은 잘 못 느끼고 있었지만 눈곱만큼의 성장일지라도 성장이란 것을 했다는 것을 현재의 직장생활을 통해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이상적인 환경을 선택하여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 것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기준이냐 혹은 현실이냐에 대한 선택의 딜레마는 어느 때고 존재합니다. 그냥 어떤 선택이 더 나은 선택인지에 대한 부분은 그때의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동안(과거의 경험을 통해) 배워왔던 여러 가지를 통해 어떤 것을 선택해야 좀 더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먼저 나이 많은 저 같은 사람도 이렇게 직장생활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 우선 큽니다. 여전히 힘들고 감당해야 할 일들이 많지만 누군가 저처럼 일할 기회가 주어지면 당연히 감사하며 일하겠다는 댓글에 초심을 잃지 않으려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간절히 원했던 직장생활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직장에 출근하고부터는 왜인지 아침에 그렇게 일어나는 게 힘들고 출근하기 싫은 그런 기분이 들기도 하며 출근하자마자 퇴근 생각이 들 때가 많은 것 역시 직장인임에 가능한 일이겠지요?
올해 취업의 목표를 이루었고..... 직장에 잘 적응하면서 아직도 잘리지 않고 다니고 있음에 어느 때보다 뿌듯한 연말이 될 것 같습니다. 모든 분들의 올해 목표가 12월이 가기 전 이루어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