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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문정 Aug 03. 2024

국회의원이 외쳤다."뜨거운 물 왜 빨리 안 갖고 와!"

늘 남에게 시키고 대접받는 게 당연하다 여기는 그들은 물도 주문 못하나?

[대문사진] 프랑스 빠리, L'ile de Saint Louis 운치있는 생 루이  



연재하는 <빠리에서 좌충우돌한 별난 사람들>은 실제 상황입니다. 그런 연유로 가명을 쓰고, 출신 지역이나 직장 혹은 개인 신상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밝히지 않으니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스마트 폰과 카카오톡은 2011년 전후로 사용되었지.13년 전만 해도 프랑스에서 핸드폰으로 한국과   한글 메시지를 보낼 수 없었어요.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요! 불과 13~14 년 전일인데  옛날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날이면 날마다 정치인들 싸움과 막말이 일상화되어
그것을 보는 국민들은 한심하고 기가 막혀도 그러려니 한다.

그러나 상당히 위험하다.
일반인들도 의견이 맞지 않거나 감정 대립이 될 경우,
 정치인들이 하는 것처럼
무조건 소리 지르며 상대방을 제압하려 들고
상처 주는 인신공격성 막말을 할까 봐 두렵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지금 심각한 언어폭력에
귀를 열고 지내는 상황이라 걱정스럽다.

예의범절을 알고
 품격을 지닌 정치인,
해학과 철학을 겸비한 지혜로운 정치인,
진실하고 바른 언행,
세련된 언어를 구사하는
대한민국 국회의원을 보고 싶다.

 
국회의원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
정치인들은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인가?

그들은 진화하지 않고
점점 퇴화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말을 했다고
나를 '탄핵'하진 않으려나?
약간 염려스럽지만 유튜브 등에
진화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차고 넘치니
문제는 없겠다.


그럼에도 만에 하나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짜짜짜짜 짜짱가~ 우주소년 짱가'나
'마징거 Z'
전설의 '황금박쥐'나 '타이거 마스크'를 부를 테다.

'요술공주 샐리'의 <신비한 마술봉> 도움을 받아
'사파이어 왕자'나 '우주소년 아톰'과 '강박사'
'마린 보이'와 '정글의 왕, 흰 사자 레오'
혹은 마법의 요괴인간 '벰' '베라' '베로'를
 긴급 호출할 수도 있겠다.
 
그뿐인가! 요즘 한국인이 유행처럼 애용한다는
유능한 변호사를 선임해 방어하면 되지 않겠나 싶다.

우스갯소리로 들리겠지만 그만큼
우리나라 정치판이 희화화되어버렸다는 의미다.


나는 어느 당도 지지하지 않는다.
단지 서로 존중하는 사회에서 국민들이 잘 살길 바랄 뿐이다.

나는 많은 정치인들과 공무원들 그리고 기관장들을 만났다.
예의 바른 사람들도 많았으나
돌발, 돌출 행동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프랑스 국회의사당에서 회의하는 국회의원들


에피소드 #

세 시간 남짓 타고 오는 유로스타 기차 안에서
일행 중 몇 명이 술 마시고 고성방가 했어요.
시종일관 열차 안에서 큰소리로 떠들고 노래까지 하며
심지어는 유로스타 여자승무원에게 추근거리고
 치마를 들추는 만행을 저질렀지요.

일행들 제지로 일이 더 커지진 않았지만
승무원들 항의 받고는 사과했어요.
 주위 외국인들 대부분이 눈살을 찌푸렸거든요.
정말 창피했어요.



아주 오래전 프랑스 사회당에서 주최하는 세미나가 있었다. 일주일 동안 프랑스 빠리, 사회당사나 ENA에서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서른 명 넘는 사람들이 왔다.


들 중에는 대학 교수도 있었고, 정치와 사회 각기관이나 단체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 나름대로 영향력 있었기에  프랑스 사회당에서 주관하는 연수 프로그램에 참석이 가능했을 것이다. 서른 명 넘는 남자들 중에 여자는 모 대학교수 한 사람이었다.


정치 교육 프로그램은 1주 정도 오전에 있었고, 오후엔 루브르 박물관, 베르사유 궁전과 정원뿐만 아니라 18세기 혁명 일어나기 직전 역사의 현장이었던 베르사유 국회의사당 방문, 퐁텐블로 성과 바르비종 그리고 몽마르트르 와 파리 주요 명소 등등을 둘러보는 것으로 진행했다.


돌이켜보면 대부분 좋은 사람들이었다고 기억한다. 그러나 그들 중 누군가가 '심술궂고 나쁜 짓'을 했다 하니 '저 중에 누가 그랬을까?' 궁금했다. 서른 명 넘는 사람들 중에 가담하지 않은 사람을 가려내는 것이 더 빠를 듯싶었다.


그들이 빠리에 왔던 때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기에  여전히 대학교수로 재직 중인 교수들도 있고, 국회의원이 된 사람도 있으며, 어떤 이는 청와대에서 높은 직책을 맡거나 어느 광역시의 시장이 되었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그 해 여름이 떠오르곤 했다.


그들 프로그램은 다채로웠다. 당시 프랑스 대통령은 자크 시락이었으나 총리인 리오넬 죠스팽과 동거 정부 상태였다. 사회당 총수인 리오넬 죠스팽은 대학에서 경제학을 강의하던 교수이자 지성인의 상징이라 했었다.


현재는 사회당이 존재감이 없으나 그때만 해도 프랑수와 올랑드와 세골렌 루아얄, 로랑 파비우스 등으로 포진된 막강한 당이었다.


아무튼 우리나라에서 온 그들은 사회당에서 구성한 프로그램대로 교육받고 다양한 공간에 식사 초대를 받는 등 다채로운 일정을 보낼 수 있었다.


점심은 프랑스 국회의원들 소유인 요트(자그마한 선박)에서 식사하는 것도 있었고, 프랑스 국회의원들 전용 공간( 정원과 레스토랑이 있는 곳)에서 만찬 등이 있었다.



첫날 도착하고 호텔 체크인을 다 끝내고 나서 팀을 주최한 사람들과 일주일간 전체 일정과 방문할 곳들, 시간배율 등에 대해 회의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러던 중에 팀 진행 책임지는 특이사항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결코 쉽지 않은 일정이 될 거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서른 명 넘는 사람들 개개인은 점잖고 돌출행동을 하지 않는데 여러 명이 모이기만 하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 예로 영국 의회에서 통역자가 위급한 상황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했다. 통역자가 없어 난감한 상황에 다행히도 일행 중 영어통역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했고, 잘 진행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사람들 반응이 기가 막혔다고 했다. "저 사람이 뭔데 통역을 하냐?"부터 시작해서 "우리가 왜 저 사람 말을 들어야 하냐? "누가 저 사람보고 우리 대표로 통역하라 했는냐?" "잘난 체하고 있네." "저 사람 말투가 마음에 안 든다." 며 시시콜콜 불만사항을 얘기했다는 것이다.


행사 총괄하는 책임자는 통역해 주고 진행을 원활하게 해 주었으면 감사해야 마땅한데 같은 당 소속이 아니라는 이유로 개인적 인신공격까지 하는 걸 보고 어이가 없는 상황이라며 혀를 찼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나는 지금도 그들 중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 모른다. 참고로 런던과 파리를 잇는 초고속 열차는 <유로 스타>다. 이 기차는 국경을 오가므로 프랑스인과 영국 직원이 함께 일한다.


세 시간 남짓 타고 오는 유로스타 기차 안에서 일부 사람들이 술 마시고 고성방가 했다는 것이다. 시종일관 열차 안에서 큰소리로 떠들고 노래하며 심지어는 유로스타 승무원의 치마를 들추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일행의 제지로 일이 더 커지 않았지만 승무원들의 항의를 받고, 주위 외국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 너무도 기가 막혔다.



어젯밤 그들의 만행에 대해 정식으로 컴플레인합니다.
우리와 계약한 회사 사무실로도 이 내용을 보낼 겁니다.
이제 다시 이런 일이 있으면 당장 퇴실 조치할 거고,
앞으로 당신들 회사는 물론 당분간
한국인들 그룹은 예약받지 않을 계획입니다.



다음 날 아침에 소피텔 호텔에 도착해서 일정 체크를 하는데 호텔 리셉션 매니저가 와서 프런트 데스크로 잠깐 와 달라고 했다. 가보니 직원들 표정이 좋지 않았다. 매니저는 내게 말했다.

"어젯밤 그들의 만행에 대해 정식으로 컴플레인합니다. 우리와 계약한 회사 사무실로도 이 내용을 보낼 겁니다. 다시 또 이런 일이 있으면 당장 퇴실하고, 앞으로 당신들 회사, 한국인들 그룹은 예약받지 않을 계획입니다."


나는 무슨 일인데 이렇게 말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매니저는 대답했다.


 "어젯밤 호텔 바(BAR)에서 그들은 지나친 음주를 했습니다. 직원들이 문 닫을 시간이라고 했지만 막무가내로 소리 지르며 나가지 않았습니다. 여러 명이 마시던 술을 갖고 나가서 호텔 로비에 있는 의자와 호텔 계단으로 가서 점거하듯이 앉아서 술을 마셨어요.


구호를 외치기도 하고, 큰 소리를 지르거나 여러 명이 계단에 앉아 노래를 불렀습니다. 우리 호텔 직원들이 제지하고 그만해 줄 것을 요청했는데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어요. 여기는 세계 각국에서 오는 손님들이 있는 곳입니다.


 여기는 특급 호텔입니다. 밤 12시가 넘도록 소리치고 술 마시며 노래하는 주점이나 광장이 아니란 말입니다. 기본적 예의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은 우리 호텔 고객으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만약 오늘 또 이러면 내일 당장 체크아웃 시킬 것이니 미리 조치를 취해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그럴 리가 없다고 했지만 분명 객실 번호와 루밍리스트까지 보여주니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수치심과 분노가 밀려왔다. 어떻게 하면 프랑스 빠리 특급호텔 바와 로비에서 음주가무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아침에 사회당 당사로 가기 전에 그룹 버스 안에서 공공 예절과 아침에 호텔 매니저의 경고를 포함해 일장연설을 했다. 그들은 내 말을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어젯밤 안전요원이 오는 등 호텔에서 강력하게 항의했으니 아마도 팀 자체적으로 자제하자는 회의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 팀과 일주일 행사를 진행하면서 일어났던 에피소드들은 너무도 많았다.


프랑스 국회의원 클럽에 갔을 때 일이다. 전체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그들 중 일부는 프랑스 인들과 함께 식사하기 껄끄러우니 자신들끼리만 먹을 수 있도록 방을 하나 만들어 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순간적으로 '그러려면 여기 뭐 하러 왔어요?' 묻고 싶은 맘이 들었지만 꾹 참았다.


프랑스 국회의원클럽 매니저에게 그 이야기를 하니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무슨 사정이 있는지 의아해했다. 내부에 방은 답답할 거고, 갑자기 세팅하기도 힘들다 했다. 그럼에도 그 정중하고 친절하게 실내 작은 룸에 식사 세팅을 해주겠다고 대답하고는 바쁜데도  싫은 내색하지 않고 기꺼이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그렇게 해서 정원에 차려져 있는 우리 테이블이 있는데도 건물 안에 급히 식탁을 차리고 열대여섯 명은 거기서 식사했다. 밀폐된 공간에서  자기들끼리 격식 차리지 않고 음식도 술도 편하게 먹고 마실 수 있으니 그리  했을 것이다. 외국인들하고 대화하면서 먹는 것이 어색하고 불편했던 모양이라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 언급하지 않겠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 국회의원 소유 요트(세느 강에 정박해 있는 배)에서 점심 식사가 있었다. 이 때도 늘 그랬듯이 자기들끼리 모여 앉아 별 대화 없이 식사만 했던 기억이다. 초대한 주최 측 사람들의 매너도 중요하지만 초대를 받은 사람들 언행과 매너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은 대부분 좋은 사람이었다. 내게 명함도 주며 자신이 속한 단체가 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 소박한 사람들이었는데 대체 나만 없으면 왜 그런 원시인 같은 일을 벌이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앞에 언급한 대로 그들 중 적지 않은 사람이 현재도 대한민국 정치와 기관에서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 어쩌면 그때 일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고, 기억한다 해도 모르겠다,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말하겠지만! 우주에 있는 감시 카메라에는 다 기록되어 있을 것이다.





에피소드 ##

고요하게 정적이 흐르는 로비에
그릇 깨지듯 투박한 소리가 흩어져나갔다.

뜨거운 물 왜 빨리 안 갖고 와?


이런 식의 일들은 보따리를 풀어도 풀어도 끝이 없으나 내게 지금도 용서가 안 되는 한 사건이 있었고, 그 얼굴들은 면면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며 그들이 앞으로 한국 정치에 어떤 역할을 하며 어떻게 되는지도 지켜볼 것이기에 간단하게 회상해 본다. 언젠가는 좀 자세하고 리얼하게 쓸 날이 있을 것이다.


그때는 2월이었다. 아직 겨울의 음산함과 추위에 휩싸여 있던 날이었다. 밤늦게 국회의원을 포함한 13명이 파리에 도착했다. 어느 방송국 관계자와 실무진을 포함해 소위 우리나라 양 당 몇 명의 국회의원이 있었다.  


난 그때 국회의원들 이름은 기억해도 사실 양 당의 이름을 알지 못한다. 당 이름이 하도 많이 바뀌어서 당시 당 이름을 정확히 알지 못 하는 것이다. 지금의 국민의 힘과 더불어 민주당의 전신이겠지만 굳이 찾아볼 필요성을 못 느낀다. 그들의 편협하고 조화롭지 못한 행동들은 너무 좋지 기억으로 남았으니까. 


그들은 분명 다른 나라를 거쳐 빠리에 왔다. 무슨 회의가 있었는지 어느 특정 지역을 방문하고 업적을 남기기 위해서였는지도 말하지 않겠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협치의 문제고 소시민들도 기본적으로 지키는 공공예절에 대한 주제기 때문에 정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란 뜻이다.


그날 그들이 도착한 호텔은 빠리 1구, 루브르 박물관과 방동 광장 근처에 있는 인터컨티넨탈 호텔이었다. 1995년도에 김영삼 대통령이 파리에 왔을 때도 그 호텔을 이용했고, 유명 정치인이나 기업가들도 즐겨 찾는 호텔이었다. 지금은 웨스틴으로 변경되었다.


어쨌든 그날 밤 11시경에 도착한 그들 중 양당의 대표(당대표가 아니라 양측을 대표하는 의원)그리고 실무진, 빠리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나온 대사관 직원(직책은 자세히 밝히지 않겠다.)들 그리고 내가 있었다.


다음 날 일정에 대해 의논하는데 내가 듣기에는 답답하기 이를 데 없었다. 국회의원 정도 니 빠리 루브르 박물관은 이미 관람한 듯했다. 처음부터 루브르는 패싱 했다.


그리고는 "문화 탐방을 해야 하니 미술관 정도 넣읍시다."로 시작해서 이쪽이 <오르세 미술관>을 얘기하면 저쪽에서는 <마르모땅 미술관>을 이야기했다. 이쪽에서 그건 좀 그렇고 <오랑주리 미술관>은 어떨까 하니 저쪽에서는 동의할 수 없다며 "그렇다면 퐁피두 센터에 있는 현대 미술관으로 갑시다." 했다. 또다시 이쪽에서는 거기는 너무 복잡하니까 "<피카소 미술관>으로 갑시다." 하니 저쪽에서는 "그건 좀 그러니 다른 곳은 없을까요?" 이런 식으로 핑퐁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 짧은 한두 시간 일정을 짜는데 조율도 합의도 안 된다니! 그것도 인상주의 미술품들이 있는 오르세나 마르모땅, 오랑주리는 비슷한 작가들 소장 작품이 많아 어디를 가도 멋지게 감상할 수 있고, 퐁피두건 피카소 미술관이건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감상하느냐가 중요한데도 무슨 기싸움하는 걸 과시하는 건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


 웬만하면 상대방이 제안하는 곳에 "좋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할 만도 한데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다. 그 간단한 미술관 한 시간 일정도 논의해서 합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 정책이나 법은 어떻게 만들고 결정할까? 내내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그러다 보니 자정을 넘겼다. 그랬더니 그중 나이가 많은 연장자 국회의원이 피로했는지 뜬금없이 말했다. "여기서 의논하기 뭐 하니 방으로 가서 합시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나는 "죄송하지만 방으로는 갈 수 없으니 여기서 마무리하시면 안 될까요?"라고 제안했다.


그러자 그 국회의원은 "아니 방으로 가는 게 뭐 어때서요? 왜 안 됩니까?" 라며 매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실무진 한 사람이 귓속말을 했다. 당시 한국엔 국회의원들 성추행 문제로 떠들썩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뭔가 조언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해서 로비에서 좀 더 논의하던 중에 나는 괴상한 상황을 목격하고 말았다.


고요하기 그지없는 인터콘티넨탈 호텔 로비에 한 남자가 나타나 그릇 깨지는 소음을 냈다. 처음엔 정상이 아닌 남자가 괴성을 지르는 줄 알았다. 중국인인가? 생각했으나 그는 분명 한국말을 하고 있었다. 자기가 소리 질러도 아무도 달려오지 않자 그는 또 소리를 냅다 질렀다.


"야, 뜨거운 물 왜 빨리 안 가져와?"

그 외침과 동시에 머리카락이 은빛인 대사관 대표로 오신 분이 그쪽으로 뛰어갔다. 유네스코 소속으로 파견된 분으로 직함이 000 박사로 기억한다.


소리 지른 남자의 무례함에 나는 옆에 있는 누군가에게 살짝 물었다. "저 사람 대체 누군데 저래요?" 그랬더니  대답이 가관이다. "모르세요? 되게 유명한데, 저 사람 000 예요. 한국에서 요즘 잘 나가는 국회의원이잖아요."


머릿속이 하얘졌다. 기가 막혔다. 차림새로 보아하니 운동복 바지에 호텔 객실용 흰 슬리퍼 신고 로비에서 외마디소리를 지르는 자가 한국에서 잘 나가는 인기 국회의원이라니!


박사는 얼른 달려가서 호텔 직원에게 뭔가를 요청했고 그 옆에 의기양양한 듯이 안하무인으로 후안무치하게 서 있는 저 동양남자가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라니! 


대체 그 국회의원은 누구를 향해 소리를 지른 것인가? 왜 한밤중에 특급호텔 로비에서 타인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들을 수 있게 소리 쳤을까? 자신의 권력과 존재를 알리기 위해? 이해할 수 없는 언행이다.


난 정말 충격받았다.
그 이름, 그 뺀질거리리는 얼굴 표정,
그 츄리닝 바지, 흰색 슬리퍼,
무엇보다 고요하고 격조 있는 공간,
남의 나라 특급호텔 로비 한가운데서
선배와 동료 국회의원들도 있고,
외국인들도 있는 그곳에서
어떻게 소리 지를 수 있는지 그 만용에 놀랐다.
그는 룸서비스로 뜨거운 물 주문도 할 줄 모른단 말인가?

그는 밤 12시에 뜨거운 물로 뭘 하려고 했을까?
차 한잔?
커피 한잔?
아니면 컵라면?
을 위해?
그래서 그렇게 호통치며 로비를 누볐던 걸까?


"뜨거운 물 부탁해요!" 이 말도 영어로 안 돼서 방에서 신어야 할 슬리퍼 찍찍 끌면서 로비까지 내려온 그자는 자연인인가? 야만인인가? 이런 부류의 국회의원들이나 정치인들이 지금도 한국 정치판에서 버젓이 활동한다는 것에 경악한다.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국회의장 한 사람 나올 때마다 수행하는 보좌관과 비서관 등 수행원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들이 쓰고 다니는 비용은 다 누구 돈이며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그들이 올 때마다 각 나라 주재 대사관 직원들은 그들을 영접하고 접대하고 수행하느라 정신없이 움직인다. 특급 호텔과 인터넷에 맛집으로 유명한 고급레스토랑을 예약하고 여기저기 박물관 예약을 해서 만반의 준비를 해 놓는다. 여행사 직원들은 그들이 시키는 일을 하는 조무래기로 전락한다.


여행사 사람들을 부리는 대사관 직원들 위에 국회의원 보좌관과 비서관들이 있고, 그 위에는 막강한 힘과 권력을 쥐고 있는 국회의원 나으리들이 군림하는 것이다. 각 분야 사람들은 자기보다 조금 아래라고 인지하면 바로 갑질을 시작한다. 먹이사슬 같다.


이 건에 대해서 너무 길어지니 이쯤 해서 잠시 멈추기로 한다. 이 부분에 대해 할 이야기가 너무 많으므로 언젠가 내가 좀 힘이 생기고, 여유로워지면 차근차근 한 올 한 올, 한 타래 한 타래씩 풀어내려 한다.


그날 나는 로비에서 그 만행을 보고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집으로 귀가했다. 시간은 깊은 밤을 향해 내달리는데 합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자리를 뜨고도 일정 조율이 안 되자 결국 방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우스꽝스럽게도 다음날 몇 명 되지도 않는 국회의원들은 일정 합의를 이루지 못해 결국 차량 두 대를 급히 수배해서 반나절 일정을 진행하고 저녁에 공항에서 합류했다. 그 비용은 어디서 나고 누가 지불하는가? 대사관에서? 국회의원들이? 알 수 없는 일이다.



지금 그들은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며 진행하고 있을까? 역시 알 수 없는 일이다.



로비에서 뜨거운 물 왜 빨리 안 갖고 오느냐고 소리 지른 그는 지금도 우리나라 정치판에서 여전히 큰 목소리로 활동하고 있다. 씁쓸한 건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 소름 끼치고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정치나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 인식은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다. 자기 당에 속해 있는 자는 무례하고 악행을 일삼아도 무조건 지지하고 밀어주는 식이니 세상은 정화될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면면은 국회의사당이건 회의장이건 어디서건 <누가누가 소리 잘 지르고 막말 잘 하나? 대회>에 나간 후보들 같다. 윽박지르며, 상대방 비하하고 무시하는 태도는 정말 기괴하고 볼썽사납다.


그런 사람들에게 귀한 표를 던져준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일 텐데 어찌하여 우리는 그런 수준미만의 사람들을 우리의 대표로 선출한 것일까? 그들을 탓하기 전에 우리들 스스로도 좀 되돌아보고 반성할 필요가 있다.


나 역시도 깊이 반성한다.
진즉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정치인이 될 노력도 하고,
국회의원이 될 준비도 했었어야지!
 
그렇게 무소불위의 힘과 권력을 양손에 거머쥐고서
대한민국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외국에 나가면 각국 주재 대사관 관계자들로부터 귀빈 대접받고,
말로만 국민의 뜻을 받든다 하는 그들을 보며

나는 아쉬움과 회환, 분노를 짓누른 채
오늘도 울랄라!
이 순간도 울랄라라 라라라~를 되뇐다.



프랑스 국회의사당 회의하는 국회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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