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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업 Mar 12. 2024

진정한 모습을 드러내는 법

드러내지 않을 때 더 빛나는 법이다.

하지만 나는 깨닫지 못했고, 결국 면접에서 또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이번 아픔은 좀 고통스러웠다.

이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6개월 간의 훈련 과정을 선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간절했던 만큼 떨어지고 나서 나 자신이 위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떨어진 이유는 알면서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회사에 들어오기 위해 다시 한번 고민하고 도전하는 과정에서 나름대로 깨달은 것이 있다.


드러내지 않아야 할 때 드러내려고 했던 것

그것은 '경력'이었다.




나에겐 금융 관련 경력은 아니었지만 약 1년이 넘는 회사 경력이 있었다.

그래서 입사지원을 할 때부터 이 경력을 넣어야 할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커리어적으로 도움이 될 경력이 아님은 분명했지만, 그래도 회사경험이 있다는 건 적어도 마이너스 요소는 아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고민의 결과는 넣는 것이었다.

어차피 신입 채용인데 경력으로 얼마나 대단한 커리어를 내세울 수 있다고

어느 회사를 가든 일은 처음부터 배워야 하고,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과도 부대끼며 잘 지낼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내 경력이 플러스로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면접 질문도 내가 리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과거에 어떤 일을 했는지, 금융업계로 전향한 이유는 무엇인지, 어떤 노력을 했는지 등

답변을 논리적으로 잘 준비하고, 면접장에서 떨지 않고 얘기하고 오면 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탈락이었다.

분명 대답도 잘하고 온 것 같았고, 첫 면접때와는 달리 자신감도 있었는데 말이다.


나는 이때부터 알아차렸어야 했다.

예상되는 뻔한 질문들이 있다는 건, 그만큼 나에 대해 더 보여줄 수 있는 질문을 받을 기회도 줄어든다는 것을

내가 6개월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고생하고 느낀 것들에 대해서 대화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오히려 이전에 다녔던 회사에 대한 불만족, 이 회사를 들어오려는 이유에 대한 검증과 해명만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나는 원인을 엉뚱한 곳에서 찾고 있었다.

내가 준비한 답변의 논리가 부족했었나



어쩌면 탈락의 반복은 이미 예정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매번 이 전보다는 더 나은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단 한 번도 나의 손을 들어주지는 않았다.


나는 무려 7번의 탈락을 경험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맞지 않는 것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할 때 사람이 얼마나 초라해 보이는지를

근본적인 문제는 나의 말이 아닌, 나 자신이었다.

나를 드러내려고 할수록 내 가치는 깎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3년 차 마지막 면접을 앞두고 있었다.

그리고 그 면접은 현재 재직 중인 회사의 면접이었다.

두 번째 도전이었다.


나는 최대한 많은 것을 내려놓았다.

경력은 물론이고, 내가 그동안 이 회사에 들어오기 위해 노력한 모든 것들까지

그동안의 수많은 경험에서 얻은 느낀 점들은 내 머릿속에 있고, 이 회사가 운명이라면 분명 내가 드러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나 자신을 믿기로 했다.


그리고 진정한 깨달음이 준 여유는 면접장까지 이어졌다.

나 또한 이러한 여유로움은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애쓰지 않아도 내가 생각했던 대로 흘러가는 그 느낌

딱 그 느낌이었다.


그리고는 확신했다.

이번만큼은 정말 다르다.



모든 전형을 마무리하고 언제나 그랬듯 나는 본가에 갔다.

이제 더 이상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코앞에 닥쳤지만, 왠지 모르게 불안하지 않았다.

이번만큼은 욕망에 가득 찬 나의 모습이 아닌, 진정한 나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과는 예상대로 합격이었다.

그동안 나를 떨어뜨린 면접관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잠시 의심했었다.

하지만 나 스스로 정말 변화했다고 느끼자마자 그들은 나를 귀신같이 알아봤다.

이제야 그 자리는 아무나 앉는 것이 아니라는 걸 느낀다.


칠전팔기라고 했던가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나에게 딱 맞는 사자성어였다.

내가 수험생활을 시작하고 여덟 번째 면접을 마지막으로 지긋지긋했던 3년 간의 수험생활이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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