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준업로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준업 Mar 30. 2024

에세이 2편을 마치며

브런치 작가가 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처음만큼의 열정은 아니지만 그래도 항상 머릿속에는 글에 대한 생각이 많은 편이다.

초반에는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재밌었다면, 지금은 작가로서 글을 써야만 한다는 책임감이 좀 더 커진 느낌이다.


창작의 고통을 실감하고 있다.

내 과거의 이야기를 쓰는 것뿐인데 뭐가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고

하지만 산재되어 있는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리고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때그때 있었던 일들과 감정들을 기록하는 습관이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



2편은 나의 수험생활을 기록했다.

나에게 이 기간은 단지 새로운 분야로 재취업을 위한 준비기간만은 아니었다.

나의 '주체성'을 찾기 위한 과정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사회가 요구하는 틀 안에 갇혀있었던 것은 물론, 그 안에서도 나만의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 본 경험이 없다.

학생이니까 공부를 했을 뿐이고, 취준생이니까 취업을 준비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에 따른 결과를 받아들이는 식이었다.


물론 재취업을 위한 퇴사가 사회의 틀을 벗어난다는 얘기는 아니다.

무엇이든 적당히 노력하고 적당히 결과를 얻는 삶을 나 스스로 탈피해 보기 위한 결정을 한 것

나에게 퇴사란 주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의 시작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고통도 배가됐다.

누구의 강요 없이 스스로 결정한 일이었고, 그에 대한 책임도 온전히 나의 것이었다.

일상이 한순간에 뒤바뀌었을 때의 혼란스러움,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의 불안함, 그리고 내가 선택하지 않았으면 겪지 않았을 고통이라는 생각

처음에는 이러한 감정들과 싸우느라 바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2편에는 1년 차 때 얘기들이 많았던 것 같다.

직장인에서 수험생으로 신분이 바뀌면서 처음에는 여러 감정들이 오갔지만, 점점 이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사소한 감정들에는 나도 모르게 무뎌졌나보다.

그럼에도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순간들은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글 쓰는 것의 매력을 느끼기도 했다.

오히려 글을 쓰면서 과거의 기억들이 떠오르는 경우도 많았고, 내가 어떤 일을 중요하게 생각했는지도 돌아볼 수도 있었다.



최근에 양귀자의 '모순'이라는 소설을 읽었다.

불행해질 것을 알면서 불행을 선택하는 모순

그리고 이 모순 때문에 내가 발전할 수 있다는 것


오래된 소설임에도 나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모두가 행복을 추구하려고 하지만, 사실은 수많은 불행들이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내가 만약 산전수전을 겪지 않고 무엇이든 바로 이뤄냈다면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도 못했을 것이다.


앞으로 내가 또 어떤 불행을 선택할지는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지금 내 삶 속에도 수많은 불행들이 가득할 것이다.

아마 이런 것들이 글로 나오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북 1편을 마치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