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2.18
내가 나를 이렇게 많이 질책하는 줄 몰랐다.
동료의 기분 나쁜 웃음에
당황스러움을 내색했다가도
이내 감추어버린다.
나는 교묘하고 치밀하게 나를 몰아붙인다.
내가 표현한 당황스러움으로
상대의 기분이 상하면 어떡하냐.
상대는 진짜 나쁜 의도로 그런 건 아닌데
그것도 이해하지 못하면 어쩌냐.
상대가 잘해준 게 있는데
그런데도 이렇게 행동하냐.
나를 아프게 한 기억이 떠올라
화를 내다가도
그 마음이 풀렸는지 아닌지도 모른 채
마음을 접는다.
상대의 반응을 보고.
해줄 만큼 해줬는데
계속 그러는 거야?
쟤도 지치잖아.
그러다가 오히려 너에게 화가 날 거야.
그렇게 또 상황을 어렵게 만들 거야?
그 누구도 아니었다.
내가 나를 이렇게 질책하고 있었다.
내 감정보다
상대의 감정이 우선이 되게,
내 감정을 정리할 때도
상대의 속도에 맞추도록.
그렇게 나를 꾸짖는 목소리가 커져있었다.
눈을 감고 느껴본다.
나를 꾸짖는 그 목소리.
얼마나 인정받고 싶었기에
얼마나 사랑받고 싶었기에
이렇게 힘을 꽉 주고 소리를 질렀을까.
그러면 안 된다고.
이렇게 해야만 한다고.
그래야 널 떠나지 않을 거라고.
그래야 널 미워하지 않을 거라고.
이젠,,,
조금씩 괜찮다고 말해보기로 했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
네 감정을 표현해도 괜찮아.
너의 속도를 따라도 괜찮아.
그래도 네 옆에 있을게.
그래도 여전한 눈빛으로 널 사랑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