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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척척 Jun 23. 2023

남자친구가 자기애성 인격장애인 것 같다_(1)

고군분투 마음 공부 일기 01

남자친구가 자기애성 인격장애인 것 같다


남자친구를 만나는 동안 너무 속상하고 상처받는 일이 많았다

" 내가 이상한 거야? 내가 상대방에게 높은 기준과 기대를 갖고 있는 건가?" 하는 자기 의심을 가지게 된 순간이 많았다( 실제로 남자친구는 정확히는 내 기준이 높다기보다"다른"것뿐이라고 말해왔다).


그냥 배려심이 없는 건가? 

인성 문제인가?

그냥 날 안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헤어질까?


많은 고민을 했다. 

마음이 너무 힘들고 속상할 때는 "혹시 내가 가정폭력의 피해자처럼 그를 두둔하며 만나는 게 아닐까"하는 걱정이 드는 순간도 많았다. 


내 성격도 딱히 성자(saint)는 아니어서, 상처받는 순간에 많은 말들을 쏟아냈다. 

그러다 보니 나도 그만큼이나 그를 상처 줬다고 생각하고 미안해했다.


만나는 동안 소시오패스(Sociopath 반사회성 인격장애)라는 키워드가 종종 떠올랐다. 

소시오패스는 너무 극단적인 증상들을 갖고 있고 남자친구와 다른 점이 많아, 웃긴 추측 정도로 생각했다.


남자친구는 참 사랑스럽다. 

... 사랑스러웠다?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검색하면 많은 정보들이 나온다. (나르시스트)

그런 정보를 읽어보면 참 무서워 보이지만, 우리가 소시오패스를 상상하는 것만큼 남자친구는 의도적이고, 계산적이지 않았다.

순수하고 바보 같은 면이 많았고, 그 마음을 누구나 볼 수 있었다.

나에게는 애교가 많고 우스꽝스러운 행동들로 웃음을 주는 사람이었다.


자기애성 인격장애라는 무서운 증상들을 보며 내가 남자친구가 맞다고 확신하면서도, 그를 이렇게 내 마음속에서 진단하는 것 자체가 마음이 아프다. 사랑스럽고 순수하고 여린 좋은 사람이라는 믿음이 여전히 있기 때문이다.

나무위키에서 - 가장 좋은 상대방의 대응 방식으로 "완전히 연을 끊기"를 꼽는다. 이렇게 무서운 방식을 언급하다니 마음이 무거웠다.

"만약 이러한 경계 짓기를 자기애성 성격장애 환자가 받아들이지 못해 갈등이 계속된다면, 관계를 끊어야 한다. 이때 상당수의 환자들은 가족이나 배우자가 떠나겠다고 최후통첩을 하면 자신이 변하겠다고 단언하며 돌아올 것을 종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가 종용한 적은 없다. 

내가 자꾸 희망을 갖게 되었다.



자기애성 인격장애 진단/검사


과대성(공상 또는 행동상), 숭배에의 요구, 감정이입의 부족이 광범위한 양상으로 있고 이는 청년기에 시작되며 여러 상황에서 나타나고, 다음 중 다섯 가지(또는 그 이상) 항목으로 나타난다.
( > 내가 본 남자친구 증상)  


1) 자신의 중요성에 대한 과대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예: 성취와 능력에 대해서 과장한다. 적절한 성취 없이 특별대우받는 것을 기대한다).

    > 성취를 아주 과장하지는 않지만, 업적을 설명하는 것? 무용담? 들려주기를 좋아한다. 

    > 업적, 사람, 특징 등을 포장하는 것에 능하다 ( 세일즈 맨처럼 매력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평번한 사람들보다 월등히 높다).

2) 무한한 성공, 권력, 명석함, 아름다움, 이상적인 사랑과 같은 공상에 몰두하고 있다.

    > 무한한 성공, 명예, 존경에 대한 열정을 매일 이야기한다.

    > 큰 성공을 이룬 사람들의 모든 행동, 사고방식을 찬양한다.

    > 아주 순수한 아기처럼 신나게, 자신은 유명해고 싶고 큰 성공을 이룰 것이라는 말을 한다. 

3) 자신의 문제는 특별하고 특이해서 다른 특별한 높은 지위의 사람(또는 기관)만이 그것을 이해할 수 있고 또는 관련해야 한다고 믿는다.

    > 준거 집단의 소속감이 너무 중요하다. 여기서 준거 집단은 엘리트 집단. 그의 기준으로 높은 지위를 얻은 사람들.

    ("멋있는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친해진 내 모습 너무 멋지고 꿈을 이룬 듯 행복해!"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나는 이 소속감을 통해 행복을 느끼는 것은 오히려 좋다고 생각을 했는데, 반대로 나에게 "너는 몰라" , "너는 틀렸어"의 태도로 대한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  )

       

     4) 과도한 숭배를 요구한다.
    > 이게 무슨 뜻인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

    > 오히려 이건 나에게 해당한다고 느낀다 : 나는 태어나서 이런 무시를 당해본 적도 없어!! 어떻게 날 안 숭배할 수가 있어?? (내가 남자친구에게 갖는 마음이다 ㅎㅎ) 


5) 특별한 자격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갖는다. 즉, 특별히 호의적인 대우받기를, 자신의 기대에 대해 자동적으로 순응하기를 불합리하게 기대한다.

    > 이것도 전혀 아니다 - 이게 우리가 상상하는 일반적인 공주병 같은 걸까.


6) 대인관계에서 착취적이다. 즉,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타인을 이용한다.
 > 일부러 이용하는 것 같지는 않다. 다만, 본인은 의식적으로라도 이용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그게 멋있는 사업가의 모습이라고 합리화한다.

> 주변 사람들이 충분히 자신을 도울 수 있도록 약간의 조종manipulation을 잘하는 편이긴 하다, 하지만 일부러 이용한다는 의도는 없어 보인다. 

7) 감정이입의 결여: 타인의 느낌이나 요구를 인식하거나 확인하려 하지 않는다.
   > 본인은 공감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만, 그는 내 감정적인 부분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8) 다른 사람을 자주 부러워하거나 다른 사람이 자신을 시기하고 있다고 믿는다.
    > 전혀 아니다, 타인의 능력 존중

    > 승부욕, 경쟁심은 매우 센 편이다. 

9) 오만하고, 건방진 행동이나 태도를 보인다.

    > 전혀 그렇지 않다. 

    (8,9번이 혹시 8,9번을 행동하는 사람이 자신의 눈에 멋있는 사람이 아니어서 그렇지 않게 행동하게 된 것일까?)


1,2,3,7은 해당하지만 나머지는 (일부는 성향은 있지만)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내가 보기엔 5가지가 아니니 진단을 받기는 어려운 수준일 것 같다. 



[네이버 지식백과] 자기애성 인격장애 [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서울대학교병원)



따라서 얼핏 보기에 매우 사교적이고, 매력적이며, 유능한 사람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 성인군자의 모습을 자신의 이미지로 투사하는 나르시시스트라면, 극단적인 경우, 희생정신이 투철한 성자처럼 보이는 사람도 있다

"희생정신이 투철한 성자처럼 보이는 사람"에서 소름 돋았다. B군 인격장애 환자들이 얼핏 보기에 매력적이라는 것은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를 통해 이미 잘 알고 있던 모습이었다. 그런데 착하게 보이는 것도 해당이구나 싶다. 


밖에서의 남자친구의 모습(실제로도 그렇다): 

- 열성적인 청년 사업가

- 유머러스하고 활동적임

- 겸손하고 배움의 의지가 강함

- 끈기와 집중력이 강함

- 다정하고 이야기를 잘 들어줌


아주 편하고 가깝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모습 : 

- 무례한 행동: 지각, 잠수 등 

- 게으르거나 성의 없는 태도

- 이기주의- 자기 중심적인 태도. 

- 공감 결여

- 자신의 잘못들에 대해 합리화 및 가스라이팅? 적반하장?


따라서 공감능력이 [8] 떨어지고 특히 약자 또는 자신이 편하게 느끼는 사람의 감정에 공감할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에 본인이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또는 어떻게 남들의 감정을 공격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극한의 자기중심적 사고를 보이고, 본인이 세상의 중심이며,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는 참을성 없이 억지를 부리고 쉽게 화를 내고, 짜증을 부리기도 하며, 잠깐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거짓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기도 한다. - 나무위키 <자기애성 성격장애>

-  상처를 받았다, "오빠의 ~~ 행동은 내가 상처를 받고 공격받는 기분이다"라는 말을 자주 했는데, 전혀 깊이 공감하지 못 하는 듯 했다. 자신은 충분히 이해받을 행동을 했고 내가 유별나다고 했다.

- 자신이 사랑하기 위해서보다 사랑을 받는 것이 즐거워서 나를 만나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는

인기, 타인의 시선, 명예가 중요하고 성공, 부를 추구한다.

그것을 향해 가는 것은 숭고하고 멋있는 일이며 많은 희생이 따른다고 생각한다. 그 희생은 자신이 아닌 타인의 것 이며 그게 자신의 희생이라고 생각한다(자신은 자기중심적으로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한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가 연인, 가족(어머니), 에게 함부로 말을 하거나 상식 수준 이하의 태도를 보일 것으로 절대 예상할 수 없다. 

가끔 주변사람들을 "배경" 혹은 "현상" 정도로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때 깜짝 놀랄때가 있는데, 상황 혹은 특정 어떤 사람들이 본인을 힘들게 하면 - 세상이 날 괴롭힌다, 시험한다고 말하고, 일이 잘 풀릴 때는 주변인들의 많은 도움에도 '자신이 간절히 원해서(시크릿, 100번 쓰기 등) 세상이 날 돕는다'고 말한다. 가끔 각 그가 다른 사람들이 본인과 똑같은 타임프레임에 존재한다는 것을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다(이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할 지 모르겠다).


그의 증상(?)으로 보이는 것들 뿐 아니라, 내가 느끼는 방식에서 더더욱 확신을 갖게 되었다. 


순간순간의 상처는 금방 넘어가지만, 다시 고통스러운 순간이 오면 그 전의 해소되지 않은 감정들이 모두 올라온다고 생각했는데. 이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카산드라 증후군"이라는 것이 있었다.

자기애성 성격장애나, 아스퍼거 환자들의 배우자, 연인들이 느끼는 감정이라고 한다.


세상에 역시 나 혼자 답답한 것은 없구나 싶었다!


마지막으로, 나도 그가 얼마나 노력하고 나를 신경 쓰고 사랑했는지 평가절하할 생각이 없으며, 그의 마음을 잘 알고 있음을 밝히고 싶다. 지금도 남자친구의 좋은 마음과 의도, 그 기억으로 계속 만남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와의 관계를 너무 해석하고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혹시 내일은 내가 다른 병명을 꺼내 들고 이거다!라고 하며 나타날지 모른다.  연인이란 둘 만의 관계라 정말 누가 맞는지 알 수가 없다.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 상처받고 속상해서 그의 문제들을 설명하고 싶어서, 단순히 나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안하기 위해 누군가 논리적으로 설명한 병명을 대입해보고 싶은 걸 수 있다. 그리고 누군가도 분명 겪고 있을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갑자기 변호하자면, 그는 진심으로 순수하고 좋은 의도를 가진 사람이고, 가까운 타인의 상처에 무디고 공감하지 못할 뿐 악한 의도로 능동적으로 공격하는 사람이 전혀 아니다. 이런 그를 보호하는 발언 자체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오랜 사회의 교육(이제는 반대로 가정폭력을 당하는, 가스라이팅 당한 피해자들은 가해자를 두둔한다! 는 교육이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탓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냥 당당하게 그의 좋은 모습을 아끼고자 한다. 그는 착한 마음을 갖고 있다. 그냥 가끔 나에게 못되게 군다. 


블로그, 브런치, 애이앱, 디씨갤 등등 많은 창구를 통해 사람들이 정신질환, 장애에 관한 자잘한 경험담을 나눈다. 내가 정말 힘들기 전까지는 인터넷에 이런 정보가 있는지 조차 알기 힘들다. 나도 조금이나마 그들에게 공감이 되길 바라며 기록을 시작한다. 




다음 이야기는 남자친구가 아닌 나의 이야기,  "나의 ADHD"에 관하여 이야기하려고 한다.




누군가 볼지 모르지만 자기애성 성격장애로 의심되는 혹은 나르시시즘 성향을 가진 연인을 둔, 혹은 두었던 사람들을 위한 오픈 카톡방을 열어두었다!

나르시시스트와의 이별을, 혹은 연애를 지지하는 자조 모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냥 억울한 순간에 억울함을 토로할 수 있는, 나 자신을 의심하게 될 때, 내가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도록 지지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https://open.kakao.com/o/gKt9M7C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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