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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척척 Jun 29. 2023

나는 ADHD?_(2) 기대하지 마!

고군분투 마음공부 일기 07 약을 받다.

두 번째 진료를 갔다.

상담에 앞서 뇌파검사cat검사를 했다.

우울, 불안과 ADHD 검사지(문항이 전 보다 조금 많았다)를 다시 작성했다.


선생님과 결과를 확인했다.

사실, 검사에 대한 불신이 있었다. 직접 해보고 결과를 받아보니 더욱 불신이 커졌다. 

하지만 병이나 증상을 부정한 적은 없다.( ADHD는 진짜 병이다!)


1. 뇌파검사에서는 ADHD 진단에 참고로 보는 지표인 인지 능력과 집중력 지표가 있는데 나는 둘 다 정상으로 나왔다. 뇌파검사는 내 ADHD를 진단하는 데는 요긴하게 쓰이지 않은 셈이다.

2. 내가 작성한 검사지에서는 진단 기준 점수보다는 낮았지만 거의 기준에 가깝게 나왔다. 

3. cat검사는 총 6 항목을 검사하는데, 그중 한 항목이 저하가 나왔다. 다행인걸까.


( 찾아보니 cat 검사는 신뢰도에 대해서는 정확하다, 아니다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는 듯했다. 나는 해본 결과 일정 수준 미만은 별 의미가 없는 듯 보였다. 만약 내일 해보면 저하가 더 나오거나, 또 다른 날은 덜 나올 것 같았다.) 





선생님은 분명 내가 ADHD라는 것을 알고 계신 것 같았다.  그래서 cat결과와, 검사지의 결과에 따라 원하면 약을 처방해 주신다고 하셨다. 그런데 강력하게 권유하지 않으셨다. 


검사도, 약도 내가 받고 싶으면 받으라고 했다.


선생님께서는 처음부터 내가 ADHD라는 말을 믿으셨다.

나도 믿었다.


어릴 적부터 일관된 증상을 갖고 있었고, 정말 ADHD 증상이 아니고서야 설명할 수가 없었다.

흔한 ADHD증상들 중 내가 전혀 갖지 않은 부분도 많았다.


그중 내가 약을 받는 것이 망설여진 가장 찝찝했던 부분은 내가 자극적인 것을 쫓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른 또래 친구들보다 훨씬 자극적인 것으로부터 거리가 먼 사람이다. 내가 평소 즐기고 행복한 것들은 모두 평화로운 것들이었다. 반려동물과 시간 보내기, 산책, 식물 키우기.. 선정적이거나 중독적인 콘텐츠들을 쫓아본 적이 없다. 심지어 영화, 드라마도 평화롭고 잔잔한 걸 좋아한다.  나는 유튜브마저 정보 검색이나 잔잔한 배경음악을 틀어두기 위한 용도로만 사용한다.


내 뇌는 부족한 도파민을 찾아 헤매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약이 효과가 없거나, 잘 맞지 않아 부작용이 생길까 두려웠다.


왠지 모든 검사 결과들이 확실하게 내 진단을 서포트하지 않아 짧은 순간 다시 고민이 시작되었다. 


"내가 너무 경증인가?"

"진단을 받거나, 약을 처방받을 정도가 아닌가?"

"혹시 내가 욕심을 부리는 걸까?"




남자친구를 보고 부러웠던 것 같다. 


그는 일상생활 전반에 평생 일상을 살아가는 태도에 영향을 줄 정도의 큼직한 증상들이 있었다. 그래서 약을 복용한 즉시 효과를 느꼈다. 그는 평생 자책하며 지냈는데, 갑자기 그의 단점은 그가 아닌 "병"의 잘못이었고, 앞으로 더 나은 삶을 살 거라는 희망을 느끼는 것을 보았다. 


- 나도 혹시 더 나은 내가 있지 않을까?

- 나도 모르던 내 단점들이 고쳐지지 않을까? 

 

한 번 마술처럼 나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나의 단점들은 내가 아니라 병인 것 만 같았다.

사실 내가 피부 느끼고 잘 알고 있는 내 ADHD 증상들은 오래전부터 내가 포기했었고 딱히 불편하지도 않았다. 




약을 받기로 했다.


선생님께 혹시 나 같은 마음 자세로 약을 받는 게(막연하게 약을 먹으면 인생이 풀리지 않을까 하는) 안 좋은 태도인지 물어봤다.

증상이 없으면 모르겠지만 증상이 있기 때문에 괜찮다고 했다.


선생님께서 너무 기대하지 말라고 했다.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고민했는데 막상 집에 오니 아무 생각 없이 바로 약을 홀랑 먹었다.


안 하려고 하지만 나도 모르게 자꾸 온 마음으로 증상 개선이 있는지 관찰하려고 했다.


약은 콘서타 18mg


별 다른 느낌이 없었다. 재미없었다. 실망했다. 


난 병원에 올 생각도 없었는데 진단, 처방에 효과까지 나는 기대 투성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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