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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척척 Jul 20. 2023

나는 ADHD?_(3) 하루하루가 고비

성인 ADHD 치료 도전기 - 1~4주 차

약물 치료를 도전한 지 3주 조금 지난 것 같다. 약은 콘서타이다.

내가 본 대다수의 글과 후기에서는 약물 치료에 있어 나와 다른 반응이었다.

그래서 꼭 후기를 남겨야지 싶었다.


1 주차

콘서타 18mg.

심각한 멀미 증상으로 복용 자체가 고통스러웠다.

하루 종일 시달리는 것은 아니었고, 컨디션이 안 좋은 날 정도의 느낌이다가 피크 타임에는 정신 못 차릴 정도였다. 약을 먹는 것 자체가 거부감이 들었다(물론 하루도 안 빼먹고 먹었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하려고 했는지 의심이 들었다.

어떤 효과를 내가 기대했던 건지에 대해 덜 정의가 되어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약이 어떤 느낌을 주는지 느껴졌다.

나에게 약이 주는 느낌은 - "나는 재미가 없는 사람이다"였다.

내가 그동안 꽤나 즐거웠나? 싶었다. 사실 약이 주는 부작용- 어지럼, 멀미증상으로 인해 기분이 다운되었을 수도 있다.



병원 방문:

부작용을 설명했다.  약을 바꾸는 것을 시도하겠냐고 하셨다.

그 모두가 먹는다던 콘서타를, 그것도 18mg에서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일주일 더 도전해 본다고 했다.

멀미 증상이 너무 심할 때 먹을 수 있는 멀미약을 함께 주셨다.


2주 차

콘서타 18mg

멀미약을 먹었다. 졸음이 왔다. 도저히 멀미약은 아닌 것 같아서 안 먹어 보았는데, 이제 심각한 멀미증상이 나지 않았다.

여전히 어떤 증상의 개선을 기대하고 집중해야 하는지 효과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식욕이 감소한 것이 느껴졌다.


병원 방문:

다음 주는 약을 27mg로 올려보기로 했다.

선생님께서 하고 싶은 말이 없냐고 했다.

생각해 보니 중요한 일이 있었다.


나의 증상을 모두 잘 알고, 유일하게 고통을 호소했던 내 가장 친한 친구를 인터뷰했다.

친구에게 내가 치료를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며 나에게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 친구는 아니라고 했다.

내가 어떤 면에서 ADHD 증상이 나오는지 잘 알고 있고 본인도 답답하고 짜증 나는 순간들이 있지만, 치료가 필요한 병리적인 모습으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 친구는 - 나에게 치료를 권한 나르시시스트 남자친구와 달리-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지만 또 예민한 편은 아닌, 정말 사회적인 친구다. 그래서 그 친구의 의견이 나에게는 꽤 큰 믿음을 주었다.


선생님께 말했다.

-

남자친구가 나에게 치료를 권했을 때, 내가 그에게 먼저 권한 입장에다, 나는 ADHD라고 아주 처음부터 떠들었기에, 치료를 시도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하지만 나도 진심으로, "내가 혹시 나도 모르게 (남자친구처럼) 주변 사람들을 고통주고도 모르고 있었다면?"이라는 의심이 들었고, 한 번 의심을 하자 어떤 것을 믿어야 할지 모든 것이 무너지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친구가 그렇게 말을 해주었고 그게 너무 다행이었다.

내가 아는 세상이 원래 세상 맞다는 걸 확인해서, 다행이라고 했다.

또 친구는 치료를 필요하지 않다 정도가 아닌 "반대"의 의견이었지만 나는 일단은 시도를 해볼 것이라고 전했다.


-




3주 차

콘서타 27mg (첫 증량)

생산성의 개선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오히려 나는 더 멍하거나 상대방의 말을 놓치는 일이 많아졌다.

식욕은 더 많이 줄었다. 딱히 적게 먹지는 않았지만 먹는 것이 과업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내 하루의 즐거움이 많이 덜해졌다.




병원 방문

선생님께서 증상의 개선을 물어봐서 솔직하게 잘 모르겠다고 말씀드렸다.

내가 이미 내 증상이 일상에 방해가 될 수 없도록 환경을 만들어 둔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실제로 주 1회 병원에 가다 보니 그 간 특별한 일이 없어 효과를 체험하기 어려웠다.

오히려 잔일을 미루거나, 운동을 늦는다거나 하는 일이 잦았다.

중요한 일에 더 집중을 잘한다거나 하지는 않냐고 물었다.

중요한 게 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쾌적한 집에서 생활하고, 맛있는 거 먹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뭔지 모르겠다.


선생님이 한번 찾아보라고 했다. 만약 내가 처음부터 ADHD증상이 없었더라면 하고 싶었을 것들에 대해 생객해보라고 과제를 내주셨다.


내가 왜 치료를 받으려고 했는지에 대해 잘 생각해 보라고 하셨다.

어떤 남자친구가 권유했을 때, 나도 정말 타인에게 고통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라고 했다.

원래 그렇게 다른 사람들을 잘 신경 쓰냐고 물으셨다.

전혀 아니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나는 나로 밖에 안 살아봐서, 당연하게 착하고 평범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단지 그렇게 착각하면서 30년 넘게 살아온 남자친구를 보고, 너무 충격받아서 나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했다.






4주 차

콘서타 27mg

현재 진행 중

다른 사람들보다 효과도, 나의 기대도, 용량을 올리는 속도도 더딘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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