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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척척 Nov 11. 2023

나르시시스트 오픈 카톡방 이야기

나르시시스트 피해자를 위한 오픈 카톡방을 열었다 - 나르와 이별하다!

내 이전 관련 게시글에 나르시시스트 연애 등으로 인한 피해자들을 위한 오픈 카톡방링크를 걸어두었다.

그랬더니 글을 읽은 분들 혹은 오픈 카톡방에서 검색해서 오신 분들이 꽤 들어오셨다.

수가 10명이 넘어가자 대화가 구분이 어려워서 10명을 제한을 두고 가족적인 분위기로 지냈다.

이후 혹시 나가신 분들이 다시 들어오실 수 있도록 20명으로 늘려두었다.



너무 좋았던 오픈 카톡방의 효과!!

- 나도 몰랐던 나르시시스트에 대한 다양한 인터넷 소스들을  공유받을 수 있었다.

- 길게 설명하고 해명하지 않아도 그 마음을 잘 알고 서로가 공감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 서로의 이별 혹은 만남을 정서적으로 지지하고 따뜻한 분위기 - 현실 친구들에게, 가족들에게는 말하기 어려운 것들을 오히려 쉽게 대화하고 풀어갈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내가 기대한 것과 다른 부분들도 많이 있었다.

내가 원하는 커뮤니티의 효과는 :

나의 아픔이 정상이라는 것, 내가 잘못하고 나를 의심하던 순간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지대의 역할을 해주는 것이었다. 또 이별을 결심했다면, 그. 결심의 끈을 함께 잡고 응원해 줄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랐다.

혹은 만나고 있다면, 상대방이 가끔 상처를 줘도 내가 문제가 아니라는 걸 언제든 깨닫게 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했다.


하지만 그렇게 이상적이게 흘러가지 않는 순간들이 많이 있었다.

1. 내 상대가 나르시시스트가 맞는지 확인받고 싶어 한다.

    - 의심 행동들을 나열하며 '이게 나르시시스트 맞나요?' 아니면 아닌 듯한 행동들을 이야기하며 '나르시시스트 같은데 아닌 거 같기도 해요~ '. 모임 피해자들에게 (아마도 나르시시스트를 오래간 공부하고 조사한 분들이라고 생각하셔서) 검증받고 싶어 한다.

-> 여기까지  온 이상, 내 상대가 나르시시스트건 아니건은 중요치 않다. 분명 상처받고 힘든 순간이 많아 여기까지 오게 된 걸 텐데 상대방이 나르가 맞아도, 혹은 아니어도 나에게는 위로가 필요한 게 분명하다. 그 부분에 집중했으면 했다.

2. 황당한 나르시시스트의 행동들을 계속 상기하며 털어놓는다.

    - 나르로부터 벗어나고 자유로워지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와 그의 행동들을 계속 생각하면서 분해하는 일은 내가 원하던 바와 반대의 일이었다.

문제는, 누군가 하나의 경험을 털어놓으면, 핵심적으로 연상되는 나의 경험이 있고 (나르의 피해자들이기에) 결국 "내 나르"의 황당한 행동 대결 잔치가 되었다.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공감대의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건강하지 않았다.


3. 이상한 참가자들의 등장

-  모든 익명 커뮤니티가 그렇듯 자유로운 공간이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나르시시스트 피해자가 된 점은 너무 마음이 아프지만, 전체 모임을 위해서 분위기를 흐리는 분들이 가끔 있었다.

강퇴 기능이 있긴 하지만 계속 기회를 주고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에 강퇴는 쉽지 않았다.

워낙 계신 분들이 모두 착하셔서(ㅠㅠㅠ다들 누가 들어오셔도 따뜻하게 대해주셨다) 그런 분들이 들어오셨다가 나가더라도 털고 다음 분들에게 끊임없이 친절하게 응대(정말 응대였다) 해 주셨다. 이게 모임원들으로 하여금 참여의 피로도의 작용된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미 피해자고 받은 상처가 너무 많아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을 잘 이해는 하지만, 조금 더 건강한 방향으로 서로에게 건강한 힘이 되어주는 공간으로 발전하길 바랐다!


내가 지금은 일시적으로 방장을 위임하고 방을 나온 상태이다.

나는 방장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몰라서 (ㅠㅠㅋㅋㅋ) 꽤 오래 있었고, 내가 다시 들어갈 때까지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믿음으로 나오게 되었다. 내가 벗어난 상태에서 다른 피해자들을 진심으로 돕고 싶은 마음과 이것마저 내가 놓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마음이 계속 충돌했다. 진심으로 나에게도 그리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정말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알기에 지속되었으면 한다.

카톡방에 정말 공감 투성이의 순간들, 건설적인 순간 위로가 되는 순간들이 참 많았다.

그런 이야기들도 이 글까지 오게 된 독자들이 모두  볼 수 있다면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언젠가 잘 편집해서 보여주고 싶다.


나는 당장 피해자들을 상대로 수익화를 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고 앞으로도 없다.(일부 나르시시스트피해자 관련 콘텐츠&상담&커뮤니티 등으로 수익화를 하는 것을 보았는데 나는 조금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더 흥해서 성공했으면 좋겠다. 다만 취약한 피해자들의 상태를 이용해서 이득을 취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은 바빠서 단기적으로 에너지와 시간이 없지만 만약 관련해서 하고 싶은 게 있다면 : 가능할 때 피해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상담이나 커뮤니티등으로) 하기보다는 피해자들에게 자율적으로 모금을 해서 전 국민이 나르시시스트의 일반적인 패턴들을 알게 해서, 누구도 쉽게 가스라이팅 당하지 않도록, 또 나르들이 본인이 나르인지 되돌아볼 수 있도록 참 교육 내용 담아 광고를 돌리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한다!

예를 들어 "네가 예민한 거야"라는 말이 자기 입에서 나간다면 자기가 나르일 확률이 높다는 걸 알아버리는 세상! 그래서 그런 말이 못 나가게 하는 ㅋㅋㅋ




나는 나의 이제는 전 남자친구와 이별을 했다. 오랜 시간 마음으로 준비를 했던 건지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드디어 해야 할 것을 했다는 마음에 오히려 나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만나면서도 당당하지 않은 나 자신이 항상 날 괴롭게 했었다는 걸 이별 후에 더 느낄 수 있었다.

나에게 최선의 사람, 관계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끊임없이 그를 만나기로 선택하는 나 자신이 창피했다. 밖에서는 뻔뻔하게 행동했지만 속은 작아졌다.  날 사랑하는 사람들은 내가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에 어차피 내가 이별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고맙게도 묵묵히(? 는 아니지만) 내가 이별을 직접 할 때까지 기다려줬다.  이별을 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너무너무 미루고 있던 일을 해치운 것 같았다!

물론 너무나도 가깝고 친한 관계였기에 보고 싶고 슬픈 순간도 많았지만, 이렇게 가벼워진 마음의 한 부분을 느낀 순간 다시 돌아갈 순 없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는 이별을 했고 벌써 수개월째가 되었다. 최대한 미화나 원망 두 가지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좋은 순간은 좋은 순간대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일부러 가짜로 만든다거나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지 않았다. 더욱 아름답게 꾸밀 필요가 없었다. 분명 빛나고 행복한 시간들이 있었다.

원망스러운 것들이 생각날 때는 내가 사용하는 몇 가지 방법이 있었다.

(이건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한 것이기 때문에 모두에게 맞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임에 들어시는 분들 중 복수심과 원망심에 고통받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 분들이게 한번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나의  원망의 기저에는 '그는 그의 이득을 취하고 나만 피해 보고 괴롭게 했다'는 억울함이 가장 크다는 것을 알았다.

첫 번 째는 그가 행복했다면 이렇게 나에게 고통을 주는 못난 사람이 되지 못했을 거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가 심리적으로 안정된 사람이었다면 상대방을 이렇게 괴롭게 하는 사람이 되었을 리 없다. 나도 상처를 받았지만, 아마도 처음부터 그리고 마지막까지 내가 그보다 더 행복하고 안정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뿐 아니라 금전적으로 상대방이 이득을 취했다거나, 바람을 폈다거나 등의 이유로 나르랑 이별한 피해자들도 마찬가지다. 당장 보기에 그가 나에게 이득을 취하고 더 잘 행복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아니라는 걸 사실 생각해 보면 가장 잘 알 것이다.

내가 원망하지 않아도 그는 불행할 확률이 높다. 내가 원망하고 복수하고 저주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진심으로 그가 행복하고 편안해졌으면 한다. 그게 다음 피해자가 없어지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를 까발리고 공격하는 것은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두 번째는  '지는 게 이기는 거다'.

말 그대로다. 화나고 답답한 걸 생각하면 그냥 지는 게 이기는 거라고 생각했다. 두 번 생각하면 두 번 아프다. 그냥 지는 게 이기는 거다~ 이미 졌다~ 생각하고 넘기려고 했다.



어떤 분들은 "나는 훨씬 심하게 고통받았는데" "나는 ~~ 일 까지 당했는데" 등 내가 너무 약한(?) 나르를 만나서 속 편하게  조언을 남긴다고 생각할 수 있다. 어쩌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도 글로는 남길 수 없는 많은 일들과 배경이 있었다. 힘들수록 더 집착과 고통에서 빠르게 벗어나야 한다. 집착하고 아파할 이유를 찾아서 사로잡히지 않았으면 한다.

조금 아프게 말하자면 (너 T야..?: 난 대문자 T다..), 계속 고통스러운데 그 생각에 사로잡히는 이유는 현재 그게 인생에서 가장 재밌어서이다. 내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여전히 자극적인 것을 맛보고 싶어서이다. 아무리 생각할수록 화나고 아파도, 그(그녀)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하고 고민하는 것이 좋아서 선택하는 것이다. 나르보다 더 급하고 재밌는 일이 눈앞에 있으면 그(녀)의 생각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이미 나르의 수많은 악행에 자신이 약해진 상태여서 자꾸 더 편한 쪽(자극적인 생각, 원망 등)에 끌리는 것이다.  그(녀)의 생각으로 수시간을 사로잡히는 게 현실적으로 나에게 도움이 되고 건설적인 힐링과정이 되는지 잘 생각해봤으면 한다. 진짜로 힐링하기 위해 힘썼으면 한다. 모두 벗어나고 편안해졌으면 좋겠다.



모든 경험 이후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 다양한 모든 커플 관련 사건들이 달리 보이게 되었다(엠버허드와 조니뎁사건, 김선호 사생활 논란,  전청조 사건 등등..). 어떤 확정적인 의견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쩌면 편협하게 선동당해왔고 실상은 모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몰랐으면 좋았겠지만ㅎㅎ! 경험은 좋은 거다~깨달음은 좋은 거다~ 생각하려고 한다.



정확히 내가 바라는 대로 오픈 카톡방이 운영될지, 혹은 내가 없는 동안 방이 사라지지 않을지 모르겠다.

조만간 다시 잘 정리해서 준비한 다음에 더 많은 영혼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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