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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척척 Jul 09. 2022

칭찬 능력자를 만나다

충격을 주는 칭찬하는 법

전혀 예상하지 못한 칭찬을 받은 적이 있다.

왠지 이 경험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한 동안 이 칭찬이 나의 대화 주제가 되었다.


대표를 대신해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오프닝에 참석한 때였다. 그 모임에는 해당 프로그램에 참가한 스타트업 대표들이 행사가 끝나면 서로에게 명함을 교환하며 인사를 나누는 자리가 있었다.


격식이 중요하거나 큰 행사는 아니었지만 나는 대부분의 참가자들과 달리 대표도 아니었고, 어쩌다 보니 그 자리에서 혼자 여자에 나이도 내가 가장 어린것 같아 괜히 위축되고 불편한 자리었다. 하지만 대신 참여를 했으니 열심히 함께 명함을 교환하고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다 내 옆에 앉아있던 한 대표님과 인사를 나누게 되었는데

“바로 옆에 앉아계셨는데 늦게 인사드리네요!” 하고 인사드렸다.

그런데  그때 그분이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능력을 가지셨네요."

라고 칭찬으로 답했다.


그냥 지나가는 인사말과 같은 자연스러운 칭찬이었는데, 그 순간 큰 충격을 받았다.


첫 번째, 내가 그런 능력이 있었던가?

두 번째, 만약 있다 한들 여기서 내가 그런 능력을 발휘할 만한 상황이 있긴 했을까?

(내가 가서 한 것은 모두를 대상으로 한 회사 소개와 첫인사가 전부였다 - 문장으로 따지면 2 문장도 말을 해본 적이 없다)

세 번째, 만약 내가 상대방이었다면 그것을 파악하고 칭찬할 수 었을까?


물론 그 자리에서도 그 충격을 삼키지 못하고 한 껏 충격받은 모습 그대로 날뛰며 답했다.


“와.. 너무 충격적인 칭찬을 받았네요!! 이런 엄청난 칭찬을 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지셨다고 저도 칭찬드릴게요..!!”

“아이고 그럼 다음에는 더 좋은 칭찬을 준비해올게요.”

그렇게 웃으며 대화는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이 대화로, 그 행사가 내게 조금 불편한 자리에서 신기한 경험을 한 특별한 이벤트로 바뀌었다.


곧바로 이 충격을 나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 - 남자 친구, 가장 친한 친구들, 엄마한테 말해주었다.

첫 번째로는 나의 기분 좋은 충격적인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고,

두 번째로는 나를 아는 사람들은 이 칭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궁금했다.

"편안하게 해 주는" 은 내가 내게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속성이었다.


먼저, 남자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자 남자 친구도 나만큼이나 꽤 놀랐다.  그 느낌이 내가 이 칭찬에 충격을 받은 이유와 비슷한 느낌이었어서 한 동안 우리에게 꽤 재미있는 대화 거리가 되었다. 남자 친구는 본인도 그 칭찬이 뜻하는 나의 모습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것을 말로 생각하거나 표현하려고 해 본 적이 없었는데, 그분이 그 짧은 시간에 나의 그런 면모를 파악하고 칭찬까지 할 수 있다는 점에 충격받았다고 했다.

친한 친구들도 이야기를 듣자 바로 그 사람이 나에 대해 어떤 부분을 칭찬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고 했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엄마한테 얘기하자 콧방귀를 뀌었다 - 엄마는 정말 너무하다.. )


일단 이 칭찬이 사실(?)로 밝혀져서 기분이 좋았다. 가까운 사람들끼리는 너무 당연해서 언급할 만하지도 않은 아주 작고 자연스러웠던 나의 일부가 있었고, 그걸 처음으로 발견한 순간이었다. 나는 사실 나 자신을 꽤 무섭고 딱딱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 사람의 칭찬으로 갑자기 내가 정의하는 나의 속성에 "사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이 추가되었다.


의도치 않게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고 돌이켜보게 하는 순간을 선물한 그 칭찬으로, 칭찬과 관찰의 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성격이 좋으시네요, 멋있어요, 말을 잘하시네요, 재밌으신 분이네요, 밝으시네요, 잘 생기셨네요, 피부가 좋으시네요 등

이런 칭찬은 나도(이것 마저도 잘 못했지만)  해보았고, 일상 속에서 누구나 받아봤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 칭찬이 유독 충격적이었을까?


얼마 전, 넷플릭스를 통해 다시 정주행 하던 미국 드라마 프렌즈에서 로스가 오랜 짝사랑 레이철과 현 여자 친구 줄리 사이에서  고민하며 장단점을 써보았는데, 레이철이 로스가 적은 단점 리스트를  발견하고 상처받은 장면이 나온다.

상처받은 레이첼이 로스에게 한 대사
네가 가장 싫어하는 너의 단점들을 생각해봐. 그리고 네가 세상에서 가장 믿는 사람이 너의 그 단점들을 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너와 함께하지 않을 이유로 그걸 이용하고 있었다고 생각해봐.

내가 아는 내 단점을 상대방이 공격했을 때 가장 큰 상처가 된다.
상대방이 아는 상대방의 단점을 이야기하는 것만큼 의미 없는 일이 없다.


장점은 다르다.

상대방의 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칭찬은 항상 유효하다.


상대방의 인지 여부에 따른 장/단점 전달하기


내게 나도 모르던 나의 좋은 모습을 상대방이 발견해 주는 것만큼 기분 좋은 충격이 없었다.

그분처럼 내가 누군가의 하루와 하루의 대화를 바꿀 수 있는 칭찬을 할 수 있을까.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 아닌,  아주 작은 부분이어도 진심으로 느낀 상대방의 장점을 이야기하는 칭찬.

누군가에게 이런 기분 좋은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생각만으로 행복한 일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상대방과 함께할 때 크고 작은 좋은 감정들을 느낀다. 내가 상대방에게서 느낀 모든 좋은 감정들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고, 이를 표현하는 것을 연습하기로 했다.


그 대표님과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분의 그 작은 칭찬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얼마나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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