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니 Jun 29. 2024

10대의 사랑 이야기 &

<어마어마하게 멀리서 온 마음>(탁경은/우리 학교, 2024)

지구에서 나랑 똑같은 사람이 있을까? 아니면 비슷한 사람이라도? 이런 질문을 떠올리곤 했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처럼 우주 어딘가에 시간을 달리 한 내가 나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같은 시간 다른 공간에 또 다른 내가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에 대한 답은 알 수 없다. 분명한 사실은 지금 이 시간 이곳에 존재하고 인식하는 '고유한' 나에게 좀 더 친절하고 귀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



이 책은 등장인물 모두가 '고유하고 특유하고 독특한' 존재인 청소년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어느 날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을 보러 양양을 향한다. 서로 다른 이유로 운석을 향하지만 과정에서 알 수 있는 건 아이들 하나하나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사실. 고은은 사람한테 관심 많고 감정이 풍부하다. 고은의 절친 유림은 부모의 이혼으로 겪은 상처와 외로움을 밤하늘을 바라보며 달랬다. 우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논리가 발달한 아이다. 봄이는 고은의 언니로, 주변 사람들이 고은을 더 이뻐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봄이에게 준기는 따뜻하게 다가와 준 남자 친구다. 준기가 학폭에 연루된 사실을 알고 봄이는 헤어질 결심을 한다. 지후는 존재감 없이 조용하지만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한다. 자기와 반대 성향인 고은의 사귀자는 고백에 '난 문제가 많은 인간'이라며 거절한다. 한솔은 서연을 좋아하고 서연은 다른 아이를 좋아한다. 사랑은 어렵고 어긋나기도 하지만 과정에서 아이들은 아픔과 용기를 배운다. 모두 고유한 존재인 아이들이 씨실과 날실처럼 엮어 만들어가는 이야기, 청소년 소설이다.  


'어마어마하게 멀리서 온 마음'은 아마도 '사랑'. 누군가를 보면 설레고 두근거리고 부끄럽고, 하지만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게 되는 청소년기의 사랑이다. 오래전부터 이 씨앗은 우주의 탄생, 인간의 출현과 더불어 내면 깊숙한 어딘가에 자리 잡았을지 모른다. 발현되기 전까지 깨닫지 못할 뿐. 이렇게 어마어마하게 멀리서 온 사랑이라는 마음은 깨닫는 순간 우리 곁에 머물게 되는 것이 아닐까. 사랑이라는 어마어마한 감정에 좌충우돌하고 시행착오를 겪게 되더라도 용기와 상처 속에서 성장하는 이들을 만날 수 있다. 이성에 대해 관심이 있고, 이제 막 사랑에 대한 호기심을 꽃피우려는 청소년에게 추천해 볼 만하다.


이 책은 세상과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고은과 지후사이에 다리를 놔준 하은은 정보통이다. 하은은 고은처럼 사람과 직접 만나 어울리고 싶지만 어렵다. 좋아하는 건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잘하는 건 온라인 소통이다. 핸드폰을 통해 세상을 본다. 직접 부딪혀 경험한 것이 적다. 반면 지후는 책을 통해 세상을 본다. 선배에게 받은 상처로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지후는 핸드폰 세계에 빠져 실제 경험이 없는 하은을 보며 질문한다. "괜찮은 건가?" 그리곤 질문의 방향을 자신에게 향한다. '모든 것을 책으로 보고 책을 통해 세상을 파악하는 나, 이대로 괜찮은 건가?' 하고 말이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일이 기적 같은 일임을,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 행복한 기다림일 수 있음을, 휘청거리는 걸음걸이로 이별의 고통까지 참아내는 모든 여정이 사랑일 수 있음을. 사랑을 통해 성장해 가는 우리들의 이야기, <어마어마하게 멀리서 온 마음>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진실의 기둥'에 쌓아 올린 감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