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주택에는 벌레가 많다. 우리 집은 조그만 마당이 딸린 집이라 더 많다. 마당에 조그만 연못도 있어서 더더욱 많다. 매일이 벌레와의 전쟁이다. 엄마는 그날 생긴 음식물 쓰레기는 양이 아무리 적어도 꼭 그날 버린다. 재활용품처럼 일주일에 한 번만 버릴 수 있는 쓰레기는 무조건 밖에 보관한다. 그런데도 주기적으로 바퀴벌레가 나온다. 바퀴벌레가 나오면 처치 후 꼭 그 크기를 살핀다. 엄청 큰 바퀴이면 '얘는 밖에서 들어온 친구네, 집에서 클 수 있는 사이즈가 아니야'하면서 안심하고, 엄청 조그만 바퀴이면 '얘는 밖에서 막 들어온 친구인가 본데?' 하며 안심한다. 마당이나 처마에 커다란 거미줄이 있는 것은 일상이다. 거미는 해충을 먹으니까 이충이라며 좋아한다. 집 안에서도 거미 정도는 귀엽게 넘긴다.
그 많은 벌레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은 단연코 모기이다. 부모님은 마당일을 하면서 계속 모기에 물리고, 날 좋은 날 마당에 잠깐 나가 있으려면 긴 바지에 양말, 토시, 벌레 스프레이를 뿌리고 모기향까지 피워야 '빨리 들어가 모기 물린다' 소리를 안 들을 수 있다.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모기가 많아졌다. 지금 내 방으로 쓰고 있는 2층의 손님방은 문이 잘 닫히지 않는데(집이 30년도 더 된 주택이라 이런 어설픈 부분이 많다. 엄마에겐 엄청난 스트레스), 그래서 나는 그냥 열어놓고 산다. 밤에 2층 불을 다 꺼놓고 내 방에만 불을 켜 놓으면 엄마는 2층에 올 때마다 '모기 없니?'를 꼭 물어본다. 정말 매번.
불을 켜놓고 있으면 모기가 많이 들어오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전기 모기체와 함께라면 괜찮다. 이건 진짜 혁명이다. 어디 있는지 파악만 되면 100% 죽일 수 있다. 차라리 깨어있는 시간에 불빛으로 다 유인해서 죽여버리는 게 좋다고 생각하며, 나는 불을 켜 놓는다.
전기 모기체는 우리 집의 1층과 2층에 하나씩 구비되어 있다. 전기 모기체를 쓸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모기가 감전되어 바닥에 떨어지면 그대로 놔두면 안 된다는 것이다. 모기채와 한 번 접촉한 것만으로 모기는 기절하기만 한다. 그래서 꼭 바닥에서 찾아서 휴지로 눌러 죽여야 한다. (아니면 타는 냄새가 날 때까지 계속 감전시키거나... 근데 그건 너무 잔인해서 그냥 빠르게 죽인다)
나는 전기 모기체를 꼭 머리맡에 두고 잔다. 이제는 모기를 하도 많이 잡아 그들의 습성도 파악했다. 모기들은 불을 켜면 멈춘다. 밤에 자고 있다가 모기가 귓가에서 앵앵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면, 절대 불을 켜지 말아라. 불을 켜려고 이동하는 사이에 모기는 활발히 움직여서, 위치 파악하는 게 더 어려워진다. 그냥 핸드폰 후레시를 켜고 침대 바로 옆에 있는 벽면이나 침대 프레임을 유심히 살펴봐라. 그럼 모기는 꼼짝 안 하고 거기에 앉아있을 것이다. 그럼 머리맡에 있는 전기 모기체를 쓰면 게임 끝.
수많은 모기들을 죽이다 보면 미안해질 때가 있다. 차라리 손으로 잡는 거면 모기에게 조금 공평한 게임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전기 모기체를 쓰면 너무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인 것 같아서 죄책감이 든다. 모기들이 집에 안 들어오고 밖에 나갈 때만 조금씩 물어뜯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모기를 휴지로 꾹 눌러서 죽일 때 피가 나오면 좀 덜 미안하다. 그래도 내가 모기를 죽이는 이유에 조금이나마 정당성을 제공해준 느낌이다. 죽였는데 피도 안 나오면 순전히 앵앵 소리가 짜증 나서 죽였다는 것 밖에는 안되니까, 소리 때문에 한 생물을 죽이는 건 좀 미안하잖냐. 물론 생각해보면 모기가 내 피를 조금 빨았다고 해서 죽이는 것도 별반 다르지는 않다. 그래도 피가 나올 때가 피가 안 나올 때보다 더 기분이 나은 것은 사실이다. 순전히 나의 죄책감을 조금 덜기 위해 그렇게 바란다는 것이 위선적이고 비겁하다는 생각도 한다.
나 대신 거미들이 힘을 내서 모기들을 열심히 먹어주면 좋겠다.
(+추가: 거미보다는 하루새 10도나 내려간 한파가 효과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