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가 올해로 여섯 살이 되었습니다.
근래 들어 아이가 꽤나 엄마를 따라 하려고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화장품을 사 달라는 말을 하기도 하고 반짝거리는 액세서리를 찾아다니기도 합니다. 여자 아이라 그런지 그런 쪽으로 빠르기도 하고 엄마가 하는 건 다 예뻐 보이고 따라 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그래서 작년 크리스마스에는 반지가 잔뜩 들어있는 액세서리 통을 사줬습니다. 신 학기가 시작되고 아이가 어린이 집에 가면서 반지를 끼고 가겠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고 싶다고 하는 건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다는 선에서 할 수 있게 해주는 편이라서 아이가 반지를 끼고 가겠다는 걸 말리지 않았습니다
“엄마 이 반지 진짜 이쁘지? 엄청 반짝거리지?”
얼마나 좋아하는지 어린아이가 플라스틱 반지를 끼고 예쁘다고 말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웠습니다.
반지를 많이 사 주기도 했고, 혹시 다른 친구들이 질투를 하거나, 갖고 싶다고 시샘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반지를 조금 더 가져가서 친구들을 나눠 주면 어떠냐고 물어보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그럴까 하다가도 조금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는 아이에게 “나눠 주고 싶지 않으면 가져가지 않아도 괜찮아.” 라고 말하며 등원을 시켜 주었습니다. 그렇게 등원을 시켜주고 하루를 잘 보냈을 것이라 생각하며 하원을 시켜 주러 갔습니다.
하원을 하며 아이의 손을 잡고 반지를 확인했는데 반지가 없었습니다.
“반지 없네?”
“응 잃어버렸어 장난감 가지고 친구들이랑 놀았는데
어디 갔는지 모르겠어.”
“선생님한테 얘기해줄까?”
“아니, 하지마.”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부분에서 조금 불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친구들이랑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닐까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다시 어린이집을 등원하는 시간에 아이에게 잃어버린 반지를 선생님에게 이야기해도 되냐고, 한번 더 물어보았습니다.
어제도 물어보고 오늘도 물어보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아이는 더 강하게 선생님에게 절대 말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사실 아이를 키워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아이가 절대 말하지 말라고 하는 부분은 무조건, 반드시 확인해 보아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등원을 시켜 주고 들어가는 모습을 본 후 선생님을 불러 살짝 물어봤습니다.
“반지를 어제 끼고 갔는데 잃어버렸어요. 잃어버렸다는 말을 선생님한테 절대 말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선생님도 아시겠지만, 애들이 절대 말하지 말라고 하는 건 꼭 물어봐야 되는 내용이잖아요. 그래서 선생님께 여쭈어보는 거예요
“네, 맞아요. 어머니 잘하셨어요. 반지 잃어버린걸 왜 얘기하지 말라고 했을까요.”
“반지 잃어버린 건 상관없지만 혹시 친구들이랑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닐지 걱정이 돼서요.”
“아! 저번에 다른 친구가 반지를 끼고 왔었는데 반지를 잃어버린 바람에 난리가 났었어요. 그때 제가 반지 잃어버리면 속상하니까, 앞으로 이렇게 잃어버려서 속상한 일이 많이 생기면 친구들, 예쁜 거 선생님이 하고 오지 말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했었어요. 그래서 그랬던 거 같아요.”
뭔가 마음이 찡해지면서 머리를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린 마음에 본인이 반지를 잃어버리고, 울며불며 찾았으면 선생님도 엄마도, 그리고 앞으로 예쁜 걸 하고 다녀야 되는 친구들도, 본인도 모두 불편해질 수 있다는 걸 아이는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벌써부터 알고 있는 아이가 기특하기도 하고, 그런 아이의 마음을 느끼고 있자니 뭔가 뭉클뭉클 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끔은 내가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지, 나는 잘한다고 하는데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이 아이한테 진짜 잘하는 행동인지 늘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걱정하는 엄마 마음을 안심시키는 건지, 생각지도 않은 아이의 모습은 엄마를 감동시킵니다.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는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