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생에 농부였을까?
주말농부일기(7월 1일 최종회)
지난주부터 시작된 장마도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오랜만에 듣는 매미 울음소리가 반갑다.
폭염 주의보까지 내린 불볕더위에 차라리 장마 때가 그리워지니 사람의 마음은 참 간사하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마늘, 양파, 감자를 미리 수확했으니 걱정할 꺼리는 없다.
토요일 오전에 등짝으로 쏟아지는 따가운 햇살을 느끼며 고추의 탄저병 예방을 위한 방제 작업을 하고 시들시들 말라가는 대추나무에 회생을 기원하며 또 약을 뿌려본다.
흡사 응급실에서 환자를 소생시키기 위해 애쓰는 의사의 마음이랄까?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대추나무는 도대체 소생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내일 아침에는 언제 아팠느냐는 듯 기적처럼 툴툴 털고 일어나 푸른 연두색 잎새를 곧추 세우기를 바랄 뿐이다.
밭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으니 동네 아주머니가 지나가시면서 한마디 하신다.
"단호박이 참 잘 됐네요"
나는 동의를 얻을 요량으로 맞장구를 쳤다.
"이제 따도 되지요?"
"아직 더 익어야 돼요, 따서 한 달 정도 숙성시켜야 맛있어요"
오늘 따서 아침 대신으로 먹으려던 계획이 물거품이 되었다.
콩밭이며 당근 심어둔 밭에 빡빡하게 자라 난 잡초 군단을 애써 외면해 보려 하지만 영 마음이 편치 않다.
대여섯 그루밖에 안 되는 아스파라거스 주변에도 잡풀들이 자라나 아스파라거스를 곧 집어삼킬 태세다.
내일 아침에는 꼭 새벽에 일어나 잡초를 제거해야겠다고 다짐을 해 보지만 과연...
요즈음엔 밭으로 나서면 먹을 게 지천이다. 오이는 먹어도 먹어도 일주일마다 새로 달리는 게 요술을 부리는 것 같다.
수박과 토마토도 이제 익는 건 시간문제이고 먹음직스럽게 익은 애호박은 지난주에 하나를 수확했다.
감나무, 사과나무, 자두나무, 호두나무는 먹고도 남을 만큼의 열매를 달고 가을을 기다리고 있다.
최애 간식 찰 옥수수는 성격 급한 농부의 조급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옥수수수염을 날리며 한가롭다.
고구마, 땅콩을 수확할 때쯤엔 가을이 올 것이다.
그러면 배추와 무를 심어야 하고 겨울이 오기 전에 마늘과 양파를 파종해야 한다.
농부의 삶은 잠시라도 멈춰 서는 법이 없다.
겨울이 농한기인 것은 맞지만 나무에 거름을 해야 하고 유실수의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
그렇게 농부의 삶은 무한 반복이다.
2020년 9월에 밭을 매수하고 2021년부터 주말 농부가 되었다. 주말마다 밭에서 일을 하며 농작물을 수확하는 재미도 있었지만 그 삶을 통해 나는 자연을 배우고 있었다.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지혜와 자연을 이용하는 기술을 익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덤으로 어머니와 함께하는 삶을 얻었다.
매주 밭에 오면서 부모님 댁에 들러 아버지를 뵙고 어머니가 해주시는 집밥을 먹고 어머니와 함께 밭에서 일하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언제까지 이 행복이 계속될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다음 주에도, 그다음 주에도 주말 농장에서 어머니를 만나고 어머니와 함께 두런두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어머니가 삶아주신 감자를 맛있게 먹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