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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담 Dec 17. 2024

브런치 작가를 만난다면

"영화처럼 산다면야"의 작가 이연 님을 기다리며

퇴근 후 아내가 차려준 저녁을 먹으며 막장 드라마를 보고 뒤이은 뉴스를 보는 게 저녁 루틴이 되었다.

뉴스가 끝나면  스마트폰 터치 몇 번에 시간은 어느덧 10시. 오늘도 자야 할 시간이 도래했다.

내년에 예순이 될  나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어른이가 되었다.


평일에는 도무지 독서에 속도가 나지 않는다.

큰맘  먹고 여섯 달 전쯤 산 이북리더기 덕에 그나마 수호지 10권 중에 9권을 내리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다 보니 문득 읽은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중고장터 앱의 독서 모임에 덜컥 가입하고 말았다.


 독서 모임에서 오는 21일 북토크  겸 송년회를 한다는 소식이 떴다. 독서모임에도 한 번도 안 갔는데 처음으로 북토크에 간다니 긴장된다.

초대된 작가가 놀랍게도 브런치 작가이신 이연님이었다.

나도 설레는 마음으로 북토크 참가신청을 했다.

그리고 그녀와 동선  작가가 같이  쓴 책 "영화처럼 산다면야"를  주문하고 짬짬이 읽어 오다 오늘 마침내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


나는 이연 작가님을 이미 알고 있었다.

같은 브런치 작가인 박지향 님의 글에서 알게 되어 이연 작가님의 글을 구독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오늘 문득 그녀의  속에 등장하는 그녀가 다니던 대학의 캠퍼스 모습이 내가 걷던 대학의 캠퍼스와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우리는 학교 동문으로 한 번쯤은 학교에서 스쳐 지나갔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매주 문과대에서 황순원 명예교수의 문장수업을 듣고 문과대 앞의 노천광장에서 멍 때리곤 했었다.


영화에 대한 글들, 특히 후기나 평론을 읽을 때면 나는 항상 몇 가지  의문이 들었다.

영화 평론가들은 어떻게 줄거리를 그렇게 디테일까지 상세하게 기억할까 하는 것이 그 첫 번째 의문이었고,

영화 평론을 잘 쓰는 방법은 무엇일까 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재미있는 영화라도 두 번은 보지 않는 성격 탓에 그런 의문이 생겼고, 한 번도 좋은 영화 감상문을 써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북토크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다.


어려서는 주로 티브이를 통한 주말의 명화가 유일한 영화 감상의 루트였고 이불 뒤집어쓰고 소리 죽여가며 보다 눈물 뚝뚝 쏟아내던 그 감동의 밤을 나는 아직 잊지 못한다.

영화 빠삐용에서 빠삐용(스티브 맥퀸)이 드가(더스틴 호프만)와 절벽 앞에서 헤어지는 모습을 보고 눈물 흘리지 않은 시청자는 없으리라.


중고등학교 때는 가끔씩 영화관에  단체로 가서 문화영화라는 명목으로 콰이강의 다리 같은 반공영화를 주로 보았다.

사춘기에 접어든 그 시기에는 주로 19금 영화에 눈독을 들였던 것 같다.

대학에 다니면서 카투사 휴가 나온 선배를 따라 미군부대의 영화관에서 "Killing  Field"를 감명 깊게 보았다. 자막 없는 영어 영화였는데 영어가 짧아 다 알아듣기는 힘들었지만 내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캄보디아 내전 참상을 다루며 따뜻한 인간애를 보여준 그 영화는 나의 최애 영화가 되었다.


지금에야 하루가 멀다 하고 OTT 영화들이 다양한 스트리밍 앱을 통해 수없이 쏟아져   내기도 버거운 실정이다.

실제 이연님의 책에 있는 많은 영화들 중에서 내가 직접 본 영화는 고작 너 댓 편 정도임을 고백한다.

영화를 보지 않고 이 책을 이야기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인 듯싶다.


체리향기라는 영화를 읽으며 문득 2022년에 나온 여진구, 조이현 배우의 영화 동감이 생각났다.

"씨큐... 씨큐... 제 목소리 들리세요?"

조승우와 손예진의 '클래식'이나 권상우의 '말죽거리 잔혹사' 같은 영화도 내게는 추억  돋는 영화들이다.


영화를 떠올리면 항상 '찰리 채플린'의 말이 떠오른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이제 모든 지난 추억들, 즐겁고 슬픈 기억들을 사랑하며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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