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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원 Feb 03. 2023

회사 다니는 나에 대한 자기 통찰

근황 보고

 글 쓰는게 뜸해졌다. 바빠졌다는 얘기. 습관이 무섭다고, 글을 오랜만에 쓰는 때엔 머릿 속에서 하기 싫다는 생각이 한가득 표류한다.


 계절성 우울증이라고 들어보셨나. 일조량이 줄어들면 멜라토닌이 줄어들어 우울감을 느끼게되는 지극히 정상적인(?) 질병. 그냥 잠깐하고 지나가지만, 밴쿠버는 조금 다르다. 토요일은 무슨 일인지 참 맑은 날이었다. 아, 맞아. 태양이라는게 있었지. 흔치 않은 기회가 와서 통창이 있는 수영장에 다녀왔다. 약 30일 만에 얻게된 휴일에 맞는 날씨였다. 전 날 회사 회식에서 술을 너무 많이 먹은 탓에 온전히 즐기지 못한 것은 조금 아쉽다.


 문제는 맑은 날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는 것이다. 다시 시작될 흐릴 날들이 지긋지긋하고, 맑은 날이 너무 소중해서 일 하는 것조차 반갑지 않다. 괜히 안좋은 생각들이 몰려온다.


 물론 바쁜 날들이 나쁘진 않았다. 이 곳에 적기엔 지극히 개인적이고 재미있는 일들이 참 많이 일어났다. 평생 술안주로 써도 될 만큼. 이곳저곳 돌아다니기도 했다. 이런 것들은 나중에 적기로 하고, 지금은 회사 일이나 적어본다.


 a. 마케팅과 영업은 조금 다르다.


 회사에서는 Sales&Marketing Assistant로 일하고 있다. 고객들을 끌어모으고, 상담하고, 케어해주는 일이다. 사실 영업을 말로만 들어봤지 직접 해본 적은 없는데 의도치 않게 경험하게 됐다. 나는 사무적이고 깔끔하게 업무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영업은 그런다고 되는게 아니였다. 조금이라도 더 살갑게, 조금이라도 더 부드럽게. 그 와중에 계약은 확실하게. 사수 분이 잘 가르쳐주시는 덕분에 이런 점들이 조금씩 개선되었다. 처음엔 아이스 브레이킹 같은 말들이 너무 어색했는데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한다. 집 렌트 관련 연락을 주고받을 때도 자연스럽게 그런 말들을 추가하는 날 보면서 조금 놀랐다. 이런 것도 모르고 나중에 기술영업 할까 고민했던 내가 바보같았다. (영업이 나와 맞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b. 캐쥬얼 세미나 기획


 사수와 함께 기획한 캐쥬얼 세미나도 꽤나 흥행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홍보 초기에는 사수에게 제목과 내용을 컨펌 받고 올렸었다. 나도 조금은 보수적으로 (이미지가 있으니) 홍보글을 작성했다. 삼일 째 되던 날이였나, 사수에게 컨펌을 요청했더니 그냥 마음대로 해보라는 것이다. '트레이닝 기조가 바뀌었나?' 싶었다. 어쨋든, 기회가 왔다 싶어 웰메이드 B급 제목을 와장창 적었더니 사람이 모였다. 


 아직 돈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애초에 목적 자체가 얼굴 한 번 보는 것이다. 이주공사 일이라는게 그렇다. 프로세스 자체도 오래 걸리고, 인생이 걸린 결정이다보니 노력의 결과가 바로 나오는 곳이 아니다. 그래서 더더욱 고객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야하고, 기다릴 수 있어야한다.


c.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소제목은 거창하게 지었지만 솔직히 힘들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았다. 의자가 너무 편해서 자꾸 졸릴 때나, 아침에 운동하고 와서 피곤할 때 빼고. 하하. 하지만 최근에 조금 충격적인 일이 있었다. 사수가 나에게 오더를 내릴 때였다. 여러번 팔로업을 지시한 클라이언트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지 못했던 것을 지적 받고, 이민 관련 내용을 조금 더 공부하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 때 나는 변명을 했다. 솔직히 여기 적기도 조금 쪽팔리는데 자정작용을 위해 한번 적어본다. 나는 내가 기억력이 조금 부족하다고 했다.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이라는게 기억할 것들은 어디에다 적어놓고 나중에 찾아보는 방식이었다고. 그래서 갑자기 물어보시면 바로 대답하지 못한다고. 앞으로 Improve 할 것 이지만, 조금 부족해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사수가 질문하는 방식에 대해서 지적했다. 답을 정해놓고 물어보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워킹홀리데이가 끝나고 비지터로 전환한 뒤에 워크퍼밋을 받아도 되긴 되는거 아니냐고.


 어떻게 얘기가 잘 풀려서 면담은 마무리가 지어졌지만, 1시간이나 지나있었다. 온갖 기가 다 빨려 의자에 앉아서 곰곰히 되짚어봤다. 적절하지 못했다. 결국엔 변명이었다. 사수가 면담에서 변명이라고 얘기했을 때 극구 부인하던 내 모습이 부끄럽도록 변명이었다. 군대 생각이 났다. 이렇게 이유를 늘어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했다. 나는 화장실에서 내 이마팍을 여러대 쳤다.


 웃기게도 이 날은 사장님과 함께 회식이 있는 날이었다. 술을 좋아하시는 사장님을 따라 다들 마시다보니 얼큰하게 취했다. 사수와 팀장님, 디자이너분과 나. 네 명이서 2차를 갔다. 취중진담을 자꾸 하던 사수가 나를 보더니 정말 잘하고 있다고, 아끼고 사랑하고 있다고 했다. 나도 죄송하다고 진담을 했다. 그리고 다시는 변명하지 않으리라 스스로 다짐했다.

 

d. 풀타임 오퍼의 빛과 그림자


  최근에는 업무를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잡매칭이 되지 않으면 콜드콜링도 걸어보고, 메일로 하면 되는걸 굳이 전화해서 담당자 메일을 따로 얻어내는 등. 세미나도 점점 개선되어서 행사가 끝나면 바로 상담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졌다. 실제로 많이 상담을 하고 가신다. 내가 직접 하는 경우도 점점 늘고 있다.


 덕분인지 2월 13일부터는 풀타임으로 일을 하기로 했다. 얼마나 영광인가. 천에 하나 나오는 워홀러 오피스잡의 진정한 서막이었다. 하지만 또 문득 생각해보면, 워킹홀리데이 왔는데 월~금 내내 일만 붙잡고 있으면 조금 슬플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글을 다시 주기적으로 적기 시작해야하는데... 큰일이다 큰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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