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 앞에서 모든게 꼬여버릴 때
Probation 이라고 불리우는 수습기간이 끝이 났다. 사실 별 생각 없었는데 매니저님이 다짜고짜 "치원씨 뭐 마실래요? 프로베이션 생존 기념"이라고 하셨다.
오늘은 아침부터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Thomas(가명)이라는 멕시코 친구가 공항에서 워크퍼밋을 받는 중에 문제가 생긴 것. 이 친구는 작년 8월부터 워크퍼밋을 구하려고 노력했다. 관광비자로 들어와서 고용주를 구하고, LMIA 승인을 기다리고... 장장 7개월 간의 속썩임 끝에 워크퍼밋을 받으려 했는데 문제가 생긴 것이다. 심지어 멕시코에서 가족을 모두 데리고 왔는데도.
이유는 이랬다. 토마스는 처음 캐나다에 올 때 관광비자로 들어왔다. 그래서 당연히 일을 못한다. 하지만 세상 어딜가도 탈법 혹은 불법이 존재하는 법. 밴쿠버 내에도 현금으로 일하는 '캐쉬잡(Cash Job)'이 공공연하다. 토마스와 고용주 간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모르겠지만, LMIA가 처리되는 동안 토마스는 그 식당에서 캐쉬잡으로 일을 했다. 둘에게는 꽤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것이다. Thomas 는 돈을 벌 수 있고, 고용주는 LMIA 프로세스 기간동안 비어있을 자리에 미리 사람을 넣어놨으니. 심지어 서로의 합도 체크해볼 수 있고.
LMIA 승인이 난 뒤, Thomas는 멕시코를 들렸다가 왔다. 공항에서 워크퍼밋을 받을 계획이었다. (이 부분은 다른 포스팅에서 설명하겠다.) 부인과 아들을 모두 데리고 비행기를 타고 오늘 새벽에 캐나다에 도착했다.
공항이나 보더에서 받는 워크퍼밋 심사는 그 분위기가 꽤나 살벌하다. 심사도 꽤나 빡빡하다.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6개월 걸리는 일을 1시간 내에 처리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해볼만하다. 이런저런 서류들을 보면서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정상인이라면 서류는 모두 정상적으로 구비해놓으니 보통 서류 내용의 진위여부를 판별하는 과정을 많이 거친다.
가끔은 그 오피서들을 탐정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꼼꼼하게 체크 하는데, 심지어는 휴대전화 검사까지 한다. 메세지, 은행기록 등등. 솔직하게 말하면 캐쉬잡부터 시작해서 뭐 이런저런 편법(혹은 불법)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주공사에선 보통 폰을 거의 다 리셋하고 심사를 받으라고 한다. 일례로, 캐쉬잡을 고용한 사장이 임금을 체크로 줬고, 그 기록이 주기적으로 은행 어플에 남아서 거절된 일이 있다.
하지만 오늘 Thomas 에게 벌어진 일은 더욱 Tragedic 했다. 첫번째 난관은 SNS였다. Thomas의 인스타그램에는 캐쉬잡으로 일했고, 앞으로 정식으로 일할 식당의 Staff Party에 참가한 사진이 있었다.
"너 이거 뭐야?"
"아 그거 그냥 친구가 초대해서 간거야."
잘 넘겼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더 있었다.
"너 근데 왜 여기 매일마다 간거야?"
어떻게 알았을까? Thomas가 말하길 오피서과 구글맵을 봤다는데... 찾아보니 구글맵에는 'Timeline'이라는 기능이 있었다.
구글맵을 사용하다보면 내가 머무른 장소에 대한 평가가 어떤지 알림이 오는 경우가 있다. 나는 이런걸 그냥 무심코 넘겼는데, 잘 생각해보면 구글맵이 나의 위치를 지속적으로 파악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구글은 그 기록들을 남겨놓는다. 그 저장소가 Timeline 이다. (참고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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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mas는 긴장감 속에서 결국 사실을 털어놓았다. 오피서는 이야기를 듣고 내부적으로 의논해보겠다며 12시간 후에 Decision을 준다고 했다. 그렇게 Thomas는 공항에서 아내, 아들과 함께 긴장과 무기력을 동시에 느끼며 앉았다. 이 Decision이란, 그에게 워크퍼밋을 줄까말까에 대한 결정이 아니다. 그를 추방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다.
상상해보라. 한동안 가족을 떠나 먼 나라에서 홀로 일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와 아빠만 따라오라고 했던 그의 모습을. 하지만 상황은 꼬였으며 아이는 아무 것도 모른채 멀뚱멀뚱 있는 상황까지.
정말 다행히도 오피서가 Decision은 generous하게 내려줘서, 6개월 뒤에 워크퍼밋을 신청하라고 했다. 그리고 관광비자로 6개월 머물 수 있는 선택지까지. 후자는 아쉽게도 6개월 간 지낼 잔고증명은 물론, 그 기간동안 돈도 벌지 못하므로 Thomas 는 멕시코로 돌아갔다. 우리는 새롭게 플랜을 짜야하는 상황. 이 소식을 들은 모두가 그저 슬퍼할 뿐이었다.
이민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영주권은 꿈과 같다. 정든 고향 떠나 이국만리에서 고된일 하면 얻게되는 소중한 것. 그 중간에서 프로세스를 대행하는 일은 꽤나 무겁다. 우리의 실수는 아니지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 보는 것 자체가 힘들다.
사람들이 그냥... 행복했으면 좋겠다. 행복할 수 있게 나도 더 열심히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