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치원 Apr 23. 2023

밴쿠버 썬런 2023 (Vancouver Sunrun)

패키지 픽업을 까먹었다. 근데 나만 그런게 아니다!

 4월 16일 오늘, 밴쿠버 선런을 뛰고 왔다. 주변에서 간간히 들을 때는 뛸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이런 계획 짜두는 걸 굉장히 귀찮아하기 때문. 그러다 개최일 3일 전에 가야겠다며 신청했다. 가야할 날이 머지 않아지면서 경험에 대한 강박이 어느정도 생겨서였다. 문제는 이게 어떤 행사인지 정확히 모른다는 것. 그냥 10km가 최대인 마라톤 쯤으로 생각했었다. 경쟁보다 재미에 초점을 맞춘 행사라는 건 하루 전 날 알게 되었다.


 블로그를 보다가 '내일 티셔츠 어디서 받지?'라는 생각이 들어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지금 떠올려보면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여태 대구에서 마라톤 할 때는 항상 번호판과 티셔츠를 대회 며칠 전에 받았는데도 말이다. 홈페이지를 보니 역시나. 'You MUST pick up your package before Sunday' 라고 강조하고 있었다. 당일에는 먼 도시에서 신청한 사람들만 가능하댔다. 심지어 QnA에는 픽업되지 않은 패키지들 전부를 forfeit 한다고. 내가 원래해야했던 건 이거였다.


"미안. 미리 확인해봤어야 했는데. 오피스 전화도 안받아. 그래도 메일은 넣어놨어"

"괜찮아. 내일 일찍 오피스 열릴테니 그때 전화해보자."


 인터넷에는 관련 내용이 하나도 없었다. 썬런 리뷰는 저 블로그 하나, 해외 리뷰는 전무했으며 레딧에도 간단한 글 정도가 끝이었다.


'띠링'


 메일이 왔다. 썬런 오피스였다. 당일 픽업이 가능하다고 했다. 하긴, 나 같은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내일 비가 올거라는 사실 빼고는 마음 편하게 잘 수 있었다.


 버라드 역 바로 옆에 위치한 Hyatt Regency 2층에서 패키지 픽업이 가능했다. 사람이 많아서 라인업이 있었으나 스태프분들이 빨랐다.


 코스프레도 하고 그러길래 심심해서 로카티를 입고갔다. 지나가던 아시안이 웃참을 했다. 누가 봐도 한국인이었다.


 썬런은 신청서 작성시에 제출한 자신의 기록에 따라 스타트 위치가 바뀐다. 그래서 같이 출발하고 싶으면 같은 시간대를 선택하면 된다. 맵에 스타트 위치와 출발 시간이 적혀 있는데, 시간은 믿지 마라. 9시 3분 출발이라 적혀있었는데 족히 한 시간은 기다렸다. 레인쿠버 아니랄까봐 비가 엄청 내려서 너무 추웠던건 덤.


 잉글리쉬베이를 지나쳤다.


 공룡 발견. 행사 분위기 자체는 정말 좋다. 많은 행인들이 응원해주며 특히 밴드나 합창단을 자주 볼 수 있다. 나는 친구 페이스에 맞췄더니 체력이 남아 돌아서 응원에 맞받아쳤다.


"You can get this!! Almost there!!"

"Thank you!!!!! I love you!!!!"


 끝나고 나면 Post Running Party 인가 뭔가라며 BC Stadium 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파티는 둘째치고 너무너무 추웠다. 저기 중간에 가면 먹을 것과 마실 것을 받을 수 있다. 곳곳에 업체 부스들이 있어 무료 제품들도 나눠준다. 크게 볼 건 없어서 대충 보고 나왔다. 덜덜 떨면서.


 내가 차가 있는 것도 아니고, 픽업해줄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짐을 어디 놓을까 고민이 많았다. 결론은 사무실 앞 (...) 이때 쯤엔 정신을 좀 차렸다. 너무 추워서 아무 것도 못할 수준이었는데, 실내는 물론 화장실에 따뜻한 물도 나왔으니.


 집에 와서 나, 친구, 룸메이트, 룸메이트 친구와 락사누들, 라면, 쪽갈비를 먹었다. 배 고픈 와중에 먹으니 신이 내린 음식처럼 느껴졌다.


 마라톤이 끝나고나면 몇 통의 메일을 받는데, 그 중 하나는 사진이다. 행사 경로 군데군데 카메라맨들이 왜 있지 했는데 이것 때문이었다. 근데 유료다. ㅋㅋㅋ.


 그래서 그냥 워터마크가 있는 채로 다운 받았다. 이때가 바람막이를 벗을 쯤이었다. 로카티를 입었으니 뒤에는 'Korea Army'가 적혀있었겠지. 뒤에서 백인 형님이 지나가며 말했다.


"This is nothing for you, bro. Nothing for you."


 어그로가 성공한 것 같아 뿌듯했다. 각설하고 어쨌거나 이 글의 주된 목적은 '썬런 패키지를 당일에 수령할 수 있으니 포기하지 말라'이다. 내년부터 참가할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그대로인데 세상이 나를 다르게 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