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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원 Aug 08. 2023

빅토리아는 어떤 곳인가

빅토리아 여행 1부

 캐나다는 연방제 국가이다. 밴쿠버는 브리티시 컬럼비아 (British Columbia, BC) 주에 속해있다. 모든 나라에 수도가 있는 것처럼, 모든 주(State)는 주도를 가지고 있다. 보통 이런 주도는 우리가 흔히 아는 대도시와 다른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캘리포니아의 최대 도시는 LA이지만, 주도는 새크라멘토라는 생소한 도시이다. 밴쿠버가 있는 BC주도 마찬가지다. 가장 큰 도시는 밴쿠버이지만, 주도는 빅토리아라는 곳이다.



 빅토리아의 위치에 대해 개인적으로 궁금한게 있었다.


 주도를 왜 저런 곳에다가 두었는가. 밴쿠버로부터 바다 건너 100km 떨어져있고, 대중교통 이용 시 기본 4시간 가량 걸리는 곳에 말이다. 팀장님의 믿거나 말거나에 의하면, 남북전쟁 당시 캐나다는 남부의 편이었고, 브리티시 컬럼비아의 수도(당시는 별개의 국가였다.)는 사진 속 Burnaby 아래 쪽에 위치한 뉴웨스트민스터였다. 북부군이 넘어오기 너무 쉬웠던 것이다. 그래서 빅토리아로 도망쳤다는 썰이 있다.


 또, 다른 관점에선 당시 빅토리아는 지금과 다르게 일대에서 가장 발전한 도시 중에 하나여서, 투표를 통해 주도를 바꿨다는 말도 있다.


 아무튼 그만큼 빅토리아는 오래전부터 번화한 도시였고, 발전 초 영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만큼 유럽식 건물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작은 유럽이라고도 불리우는 도시다. 밴쿠버 유학생들이나 여행객들에겐 한번 쯤 꼭 들려볼만한 관광지이며, 로컬들에겐 휴양도시로 인기가 많다. 서론이 길었는데, 이번에 다녀왔으므로 여행기를 써본다.


 빅토리아에 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비행기를 타거나, 배(페리)를 타거나. 비행기는 여객기와 경비행기로 나뉘며, 페리는 도보와 차량으로 나뉜다. 페리를 타는 것도 빅토리아 여행의 좋은 포인트이므로 나는 페리를 이용했다. 저렴하기도 하고. 당연히 차는 못탔다. 렌탈이 너무 비싸...


 Bridgeport 역에서 620번 타고 Tsawwassen Ferry Terminal 로 이동한다. 이 때 시간이 8시 42분 정도. 금요일 아침부터 사람이 정말 많다. 2층에 탑승했다.


 지나가면서 발견한 모스크. 캐나다에 있으면 터번을 착용한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힌두, 이슬람 교도들이 많다는 말. 그럼에도 이슬람 모스크 하나 안보였다는 걸 왜 인지하지 못했을까. 지나가다 문득 생각이 들어 사진을 찍어봤다.

 트왓슨 베이에 도착했다. 그냥 사람들 가는 곳으로 가면 알아서 매표소가 나온다. 가격은 세금 포함 19.20불. 인터넷으로도 예약이 가능하나, 예약용 자리를 거의 만들어두지 않는 듯 했다. 아무래도 워크인 손님이 많아 파이를 그쪽에 많이 준 듯. BC Ferry 공식 사이트에서도 'Foot passenger rarely sold out'이라고 언급한다.


 표에 찍힌 Berth 5 로 이동해서 기다리다 보면 배가 온다. 배에 탄 승객들과 차가 모두 내리면 탑승 시작. 내부로 너무 스무스하게 이어져서 읏챠! 하고 타는 느낌이 없다.


 사실 배 탈 기회가 잘 없어서 시설들이 나름 신기했다. (잘 안보이지만) 기념품 가게, 식당, 독서실 같은 공간 등이 있었다. 아침으로 Denver Scramble Bowl을 먹었다. 세금 포함 13불 정도. 음식 퀄리티가 꽤나 좋아서 놀랐다.


 Deck 으로 나가면 이런 느낌. 바람이 많이 불고 아침이라 쌀쌀한데도 사람들이 많이 나와 앉아있었다. 선글라스는 필수.


 페리에서 한번에 많은 사람들이 내리기 때문에, 늦으면 다음 버스를 타야할 수도 있다. 배차 간격이 짧지 않으므로 빨리 나가서 타는게 정신건강에 이롭다. 아, 물론 버스 수용 인원이 많으므로 크게 걱정하진 않아도 된다.


 영상을 너무 막찍어서 사진을 함께 싣는다.  빅토리아 다운타운 관광지를 검색하면 대표적으로 3가지가 있다. BC주 의사당, 엠프레스 호텔, 이너 하버.


 첫 번째 사진이 Legislative Assembly of British Columbia 또는 BC주 의사당이라고 불리우는 건물이다. 영국풍 건축이 인상적으로, 빅토리아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은 무슨 공사 중이라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멋지다.


 두 번째 사진은 Fairmont Empress Hotel (페어몬트 엠프레스 호텔) 이라고 불리우는 오래된 호텔이다. 빅토리아 여왕의 이름을 딴 도시의 엠프레스(황후) 호텔이다. 빅토리아 최초의 호텔이자,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호텔. 에드워드 왕 시대의 전통인 애프터눈 티가 유명하다. 차와 다과에 인당 95불이란 무지막지한 가격을 자랑하지만, 인기가 제일 많다. 나는 돈이 없어서... 못먹었다.


 다운타운에 있는 초콜릿 가게에 들렸다. 직원분의 태가 이국적이여서 더 매력적이었던 가게.


 "아니 이런걸 파네... 재밌겠다. 사봐야지."

 캔디샵에 들어갔더니 사라는 스낵은 안사고 곤충을 샀다. 음... 비쥬얼 빼고는 나쁘지 않았다. 시즈닝이 되어 있어 혹시 모를 해괴한 맛도 없었다.


 캔디샵에서 이런 것도 발견했다. 뭐 이런 걸 만들기는 물론 수요가 있다는게 신기할 따름. 한국 대통령을 넣는다고 상상했는데, 북한 마냥 우상숭배랍시고 욕이란 욕은 다 먹을 것 같다. 왕족이라는 정통적, 상징적, 특수적인 케이스에 실질적인 권력이 없어서 가능한 일로 보인다.


 Murchie's Fine Tea & Coffee 라는 곳에 방문했다. 초콜릿 가게도, 캔디샵도, 이 찻집도, 이너하버로부터 위로 뻗어있는 Government Street에 모두 있다. 1894년부터 운영된 가게로, 홍차, 허브티, 다기 등을 판매한다. 곳곳에서 시음을 해볼 수 있다. 아이스티는 괜찮은데, 핫티는 너무 많이 우려져서 굉장히 썼다. 같이 간 친구는 다이어트에 좋다며 루이보스 차를 찾아다녔고, 나는 보기와는 다르게 아기자기한 걸 좋아해서... 틴케이스를 하나 샀다. (사진을 안찍었다.)


 차와 스낵들의 가격은 저렴했다. Tea pot 에 Murchie's afternoon tea를 가득 채워주는데 세금 포함 4불이었나. 비스코티는 2.5불 정도. 엠프레스 호텔의 애프터눈 티는 돈이 없어 못 먹었지만, 그래도 나름의 애프터눈 티를 즐겼다. 없으면 없는대로 즐기는게 낭만이지.



 체크인 시간이 되어 숙소에 도착했다. 저렴한 호스텔이라 배낭여행객들이 많이 보였다. 이곳저곳 붙은 지역 행사 포스터들도 눈에 띄었다.


 사실 여기 묵는데에 해프닝이 있었다. 마이리얼트립이 제일 저렴해서 예약을 했는데, 분명히 일요일을 검색했는데 초기화가 된건지 당일로 예약이 된거다. 자기 전에 예약하고, 자고 일어나서 혹시 몰라 확인해보니 어라라. 당일이라 환불도 안된다. 시차 때문에 고객센터는 연락을 받을 수가 없는 상태이고. 그래서 호텔에 직접 연락을 했다.


 "I just had a reservation using travel agency last night, but I got it on wrong date. I was going to visit there on Friday, but the booking went on today."


확인을 하더니, 익스피디아로 예약이 되어있다고 한다. 자기들이 해줄 수는 없고, 익스피디아에 연락한 다음에 컨펌 전화가 오면 잘 얘기해줄 수 있다고 했다. 어라? 마이리얼트립이 익스피디아 예약 대행을 하는건가? 일단 돈이 걸려 있으므로 익스피디아에 문의를 했다. (얘네는 고객센터를 24시간 돌린다!)


 "Hi, I would like to ask you for changing my booking or refund. Well, I used the website named 'My Real Trip'. But the hotel said the reservation was made by Expedia." 라고 했었나.


 그랬더니 상담원이 마이리얼트립이 익스피디아 그룹 안에 들어있다고 했다. 자기도 처음 알았다고. 근데 마이리얼트립이 자기들만의 CS를 가지고 있어서 자기가 Booking 에 access 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때 결심했다. 돈 몇 천원 가지고 24시간 CS를 포기하지 말자고. 내가 영어를 못하는 것도 아니고. 어쨌거나 그 상담원에게서 얻을 수 있던 건 마이리얼트립 마케팅 팀의 메일이 끝이었다.


 오후 쯤 호텔에서 직접 연락이 왔다. 자기가 매니저랑 얘기해봤는데, 당일이므로 원래 리펀이 안되지만 금요일로 옮긴다니 그 날 숙박을 그냥 50퍼 할인해서 받는 방식으로 하자고 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며 바로 결제. 한국이 아닌 곳에서 한국 오피스 아워 따라가는 곳 쓰기엔 무리가 있단 걸 배웠다.


 거기에 얼리체크인을 신청했다. 그래서 3시에 왔는데, 신청 처리가 똑바로 되지 않았대나. 그래서 1시간 정도 기다려야했다.  그 단새를 못참고 튀어나와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사실 다운타운을 조금이라도 벗어난 동네를 가보고 싶었는데, 이 건물이 마음에 들어 따라 걸었더니 다운타운 방향이었다. 바우하우스 느낌 같으면서도, 차가운 색감에 타일을 사용한게 일본 감성도 있다. 이걸 찍을 즈음엔, '역시 도시 탐방은 목적지 없이 돌아다니는 거지.' 하며 뜬금 없는 해방감에 도취되어 있었다.


 건물을 지나는데 유럽도 아니고, 북미도 아닌 느낌이 들었다. 그 와중에 날씨는 서부답게 강한 햇살에 쾌청한 하늘. 묘한 기분이 들어 사진을 찍었다.


 빅토리아 시청. 실제로 보면 되게 아기자기 하게 생겼다. 특히 색감. TripAdvsior 한 유저의 리뷰에 따르면, 1890년에 지어져서 1977년에 국가 역사유적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미 서부 식의 Second Empire Style 을 잘 보여주고 있어서라고 한다.


 제2제국 양식이라고 불리우는 이 사조는 나폴레옹 3세 양식이라고도 하며, 절충주의가 대표적인 기조라고 한다. 이건 역사 속 다양한 건물 양식들을 가져와 이용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특별한 규칙 같은게 없이, 건축가 마음대로라는 뜻. 18세기에서 19세기 쯤 유행했다고 하는데, 1890년이니 19세기이고, 그 때 쯤 미 서부의 건축이 이랬나보다. 생각해보면 저 시계탑과 고딕양식을 보면 엇비슷해보인다.

 뭐하는 곳인지 모를 중국풍 건물.


 시청 뒤에 위치한 Theater 앞에는 쑨원 박사의 동상이 서있었다. 사실 난 어디서 들은 헛소문으로, 쑨원 박사가 중국 마지막 황제이며 밴쿠버에 있는 Dr. Sun Yat-sen Classical Chinese Garden 또한 직접 만든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방금 찾아보니 그게 아니였다. 대만의 국부이자, 중화권에서 대체로 존경받는 인물이라고 한다. 군주제를 2천년만에 엎어버린 분이라고. 1866년에 태어나 1925년에 돌아가셨으니, 한창 캐나다에서 중국인의 입지가 커지던 상황에 활동하셨으니 더욱 동상이 세워질만도.


 한국인이 있는 곳이라면 빠질 수 없는 한식 술집과 또 보게된 초콜릿 가게.


 숙소 내부는 이렇게 생겼다. 첫번째 사진 파란문 하나마다 두번째 사진처럼 생긴 공간들이 있다. 나의 경우엔 방 세 개에 화장실 하나. 방 내부엔 침대 하나와 간이주방, 자그마한 냉장고가 있었다. 창문으로는 그냥 옆 건물의 벽이 보이고, 환기를 위해 환풍기 두 대와 Fan이 놓여있었다. 방마다 옵션이 다 다르다.


 함께 간 친구가 여기 꼭 가야한다고 해서 갔다. 캐나다와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한번도 안가봤는데, 여기와서야 가봤다. 사실 난 밖에서 먹는 파스타양이 너무 부족해서 잘 안사먹는다.


 음... 일단 메뉴에 이탈리아어가 많아서 도통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사진도 없으니 뭐 어떤 음식인지 상상이 안갔다. 그래서 구글에서 본 것 같은 해물과 링귀니를 같이 준다는 메뉴를 시켰다. 식전빵은 따뜻하고 짭쪼름해서 좋았고, 샹그리아도 만족스러웠따. 전체적으로 맛있었는데,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홍합. 아니 홍합이 이렇게 탱글탱글하고 육즙을 가득 머금을 수 있는 재료였을까. 진짜 저건 다시 한번 먹어보고싶다. 사진만 봐도 군침이 좔좔.


 후식으론 레몬 소르베를 먹었다. 10불 정도 했던 것 같다. Pastry Chef 입맛대로 주는 메뉴도 있고, 그날그날 되는 것들이 다를 수 있으니 물어보시길. 나는 개인적으로 단 걸 좋아하지 않아서 상큼한걸 주문했다.


 차이나타운의 Fan Tan Alley 라는 곳이다. 좁은 공간에 가게들이 들어서있다. 눈에 띄었던건 우산 가게. 예전에 KBS 다큐멘터리에 나온 오스트리아 우산 장인 때문에 은근한 로망이 있는데, 아쉽게도 문이 닫혀있었다. 조금만 더 일찍 올 걸. 혹시 다큐가 궁금하신 분들은 여기로.


 숙소에서 잠시 쉬다가, 야경 보러 나왔다. 의사당엔 불이 켜진게 인상적이다. 뭔가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것 같기도 하고. 영상 마지막 즈음에 잘 보면 빨간 옷 입고 춤추는 분이 보인다. 벤조와 함께 하시는 분인 듯 했다.


 찍고보니 뭔가 걸어서 세계속으로 느낌이 난다. 부둣가 끝 쪽에 와서 이어폰을 끼고 선선한 바람에 페퍼톤스의 바이킹을 들었다. 좋은 휴양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밴쿠버도 그렇고 유리 공예를 생각보다 많이한다. 스테인드글라스 공예라고 해야할까나 아무튼.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본 사이드카 댕댕이들.


 배고파서 사먹은 비버테일. 처음 먹어 보는데 저 빵이 진짜... 와... 와... 꼭 먹어보세요. 먹으면서 숙소로 돌아왔고, 들어와서 기절.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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