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투른 진심 Jul 12. 2024

#1. 편지-김광진

최근에

김광석의 “편지”라는 노래를 알게 됐다.


이 노래를 듣는데,

유독 왜 이렇게 가사가 잘 들리고

눈물이 멈추질 않던지.


최근에 봤던 A환자가 생각났다.


A환자는 조혈모세포이식 후 재발이 된

환자였다.

어린아이 둘이 있는 젊은 아빠였다.

그래서인지, 환자는 치료의지가 강했다.

항암치료 중 몇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A환자는 강했다.


보호자인 남동생도 어찌나 선하시던지..

아버지도 폐암으로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형을 지극정성으로 돌봤다.


나도 암 투병 중인 엄마가 있어,

A환자의 남동생이 느낄 공포가 어떨지..

왠지 모르게 공감이 됐다.

어딘가 나를 보는 거 같았다.


나쁜 암세포는 A환자의 의지를 무시했다.

지독하게 항암제에 반응하지 않았다.

주치의는 더 이상의 항암치료는 의미가 없다고 했다.

호스피스를 권유했다.

보호자 아내는 엉엉 우셨다.


A환자 부부는 금술이 유독 좋았다.

섬망이 심했던 A환자는 아내가 보호자로 오면 섬망이 가라앉을 정도였다.


그의 침상 옆에는,

어린 두 아들과 아내, A환자

이렇게 넷이서 찍은 인생 네 컷이 있었다.

아프기 전에 찍은듯한 사진 속 A환자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너무 훈훈해서 꽤나 부러움을 샀을 거 같은 가족사진이었다.

 

진심으로 사랑했던 나의 동반자를

이제는 볼 시간이 정말 며칠 남지 않았다는 것.


A환자의 아내가 느낄 슬픔은 감히 짐작할 수 없다.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

억지 노력으로 인연을 거슬러

괴롭히지는 않겠소

하고 싶은 말 하려 했던 말

이대로 다 남겨두고서

혹시나 기대도 포기하려 하오

그대 부디 잘 지내시오

기나긴 그대 침묵을

이별로 받아 두겠소

행여 이 맘 다칠까

근심은 접어두오

오 사랑한 사람이여

더 이상 못 보아도

사실 그대 있음으로

힘겨운 날들을 견뎌 왔음에 감사하오

좋은 사람 만나오

사는 동안 날 잊고 사시오

그저 행복하길 바라겠소

이 맘만 가져가오

사랑한 사람이여

더 이상 못 보아도

사실 그대 있음으로

힘겨운 날들을 견뎌 왔음에 감사하오

좋은 사람 만나요

사는 동안 날 잊고 사세요

그저 행복하길 바랄게요

이 맘만 가져가요 “

(김광진 “편지” 가사 중)


아마도..

A환자가 아내에게 하고픈 말이 아니었을까..


금, 일 연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