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바쁜 아침이지만 나는 여유로운 관찰자였다. 아침마다 오래된 소나무들이 각자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오솔길을 걸었다. 우람하고 짙푸른 소나무들이 안아주는 그 길은 늘 안락했다. 대학가에 있는 오래된 아파트에 살고 있을 때라 거리에 나가면 젊은 에너지가 넘쳤다. 전공 교재를 옆에 끼고 발랄하게 걸어가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났다. 엄마 또래의 언니들과 문예 창작 수업을 듣는 것도 좋았다. 그들의 삶을 글로 엿볼 때마다 작은 깨달음이 있었다. 글쓰기를 사랑하고 그것을 위해 도전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멋졌다. 그들과 함께 글을 쓰는 시간은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글을 쓰고 있을 때면 자동차 경적 소리를 뚫고 새소리가 들려왔다.
오후에는 주민센터에서 커피를 배우고 직접 내린 커피를 텀블러에 담아 왔다.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빈둥대며 책을 읽었다. 매일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읽었다. 다음 페이지를 궁금하게 만드는 그의 글솜씨에 감탄하며 소설을 탐독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집 앞 벤치에서, 흐린 날은 집 침대 위에서 책을 읽었다. 그러다가 피곤해지면 낮잠을 잤다. 눈을 뜨면,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이 간단한 요리를 하고 있었다. 무알콜 맥주를 곁들이며 남편과 영화를 봤다. 내가 좋아하는 로맨틱한 영화들은 보고 또 보아도 질리지 않았다. 가끔은 남편이 좋아하는 스릴러를 한 편 보며 생색을 내기도 했다.
- 오늘이 일요일인가? 아니, 월요일이지.
- 어떻게 월요일을 일요일과 헷갈릴 수 있어?
- 그러게. 그런데 나, 요즘 매일이 일요일 같아.
분명 월요일인데 일요일 같았던 날들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꿈만 같은 나의 그날들.
짧은 시간이었지만 보통 사람들은 경험하지 못할 사치였다고 생각한다. 젊은 나이에 그 사치를 부려보고 이렇게 기억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매우 행복한 일이다.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행복감이 밀려온다. 아, 얼마나 다행인가. 힘겨운 나날들을 버틸 수 있는 기억의 힘이 아직 내게 있고, 그 때의 기분을 생생하게 꺼낼 수 있다니.
그 때 내 뱃속에 있던 아기는 벌써 12살이 되었고, 그 때의 행복함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매일 월요일 같은 나날들이 이어졌지만,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 이렇게 그날들을 써보는 것만으로도 미소 짓게 되니 말이다.
정신없이 앞으로만 달려가던 것을 멈추고 하루의 시간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만 쓰던 그날들은 내게 분명 행복을 주었다. 그렇지만 그 행복은 끝이 있었기에 온 것이었다. 내 뱃속의 아기가 태어나고, 나는 엄마가 되고. 나의 일요일들이 지나갈 것을 알았기에 행복했다.
다시 그 시간들은 돌아올 수 없다. 나의 일요일은 이제 새로운 시간들이다. 아이들과 축구를 하고 게임을 한다. 포켓몬 영화를 보고 소고기를 작게 잘라 구워 아이들 입에 넣어준다. 남편과 가끔 눈을 맞추며 육아에 지친 서로를 위로한다. 아이들을 재우는 동안 내게도 쏟아지는 잠을 느끼며 생각한다. 오늘이 일요일이었구나.
새로운 행복으로 나아간 나의 일요일이 대견하다. 다가올 일요일의 순간은 어떤 모습일까.
나 혼자 여행을 떠났으려나? 남편과 등산을 하고 있으려나?
꿈결 속에서 미래의 일요일을 그려보는 동안, 내 얼굴은 분명 미소 짓고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