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좋은음악수집가 May 15. 2024

고향, 늘 그리운 것, 그리운 곳

Beatles - Penny Lane (1967)

Penny Lane is in my ears and in my eyes

There beneath the blue suburban skies

I sit, and meanwhile back
페니 레인은 제 귀와 눈 속에 있어요

시외의 파란 하늘 아래 그곳에서

전 앉았다가, 다시 돌아오죠




 자주 들었던 비틀스의 음악 중에서 가장 마음에 탁탁 꽂혔던 곡이 바로 <Penny Lane>이다. 페니 레인은 비틀스의 존 레논폴 매카트니가 살았던 거리의 이름이기도 하다. 아주 어렸을 적의 기억을 조금 더듬거려 볼까? 


나는 1992년 1월 30일, 대구광역시 달성군 논공읍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내가 살았던 곳은 현재까지도 잘 버티고 있는 '평광아파트'에서 갓난아기 시절부터 생각을 하게 되고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을 정도까지 지냈다. 나의 고향은 곧 나의 시작을 알리는 곳이기도 하다. 


내가 살았던 달성군 논공읍은 2007년과 2010년에 방문하고 2022년에 한 번 더 가보았다. 나는 논공읍에 가면 늘 똑같이 행동한다. 내가 살았던 아파트를 가보고 엄마의 속을 제일 아프게 했지만 나의 담력을 키워줬던 놀이터를 꼭 둘러본다. 안타깝게도 낭만의 상징(?)이었던 모래판 대신에 탄성포장으로 바뀐 지 꽤 된 것 같았다. 네발자전거를 막 타기 시작할 무렵의 아파트 단지 내의 도로는 울퉁불퉁한 비포장 그 자체였는데 이제는 반듯한 아스팔트가 깔렸고 주차라인까지 아주 말끔해졌다. 동네에서 가장 시끄럽고 활동적이었던 나는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지는 바람에 머리가 약간 찢어져 병원에서 급히 꿰맸고 여전히 내 머리엔 그 흔적이 남아있다.




'아직 살고 있을까? 전화나 해볼까?'

내 인생의 첫 번째 친구 '재만'이 아직까지 살고 있는지 너무 궁금했다. 전화번호야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연락하는 것에는 문제는 없다만, 전화번호를 받아두고 아무런 연락조차 하고 지내지 않았다. 경상도 사나이들의 특징일까? 글쎄.. 에라 모르겠다! 하며 그 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받아라.. 받아라.. 받아라..'


"여보세요?"

"마~ 내 눈지 아나? (내가 누군지 아냐?)"

"당여히(당연히) 알지! 웬일이고?"

"니 어데고(어딘데)?"

"내 논공인데~ 와? 니 논공 왔나?"

"그래 왔다. 느그(너의) 집 뒤에 놀이터에 있다."

"금방 갈게! 기다리라!"


정말 10분도 걸리지 않는 시간에 재만과 오랜만에 만났다. 마지막으로 본 게 2007년의 모습이었으니 벌써 15년의 시간이 흘렀다. 다시 만난 나와 재만은 1995년으로 잠시 돌아갔다. 서로 만나면 좋아서 어쩔 줄 몰라서 한번 더 말을 건네게 되고 웃고 떠들었던 그때로 잠시 돌아갔다. 그리고 함께 했던 추억을 나누었다. 그리고 여전히 논공을 지키고 있는 토박이 친구가 나의 친구라서 너무도 감사했다. 


다시 2022년으로 돌아온 우리는 평광아파트 주변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놀이터에 모래가 탄성포장으로 바뀐 것에 대한 아쉬움을 비췄고 어린 시절 누가 저 높은 미끄럼틀에서 매달리다가 떨어졌는데 그 친구의 이름을 둘 다 까먹은 것, 서로의 동생이 벌써 결혼을 해서 애도 있다는 것 등등 각자의 살아온 것을 나누니 해는 빨리 넘어가고 있었고 어느새 다음에 또 보자는 기약 없는 약속을 나눌 시간이 찾아와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고향생각은 때를 막론하고 불쑥불쑥 찾아온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갈 수도 없는 곳이라 답답함은 늘 있지만 조금이라도 더 참고 사는 것이 익숙해져서 서글퍼질 때도 가끔 있다. 그래서 늘 그리운 곳이 아닐까? 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 된다는 노래가사가 있듯이 나는 그리워한다. 그렇다고 해서 태평양을 건너 대서양을 건너야 갈 수 있는 곳도 아닌데 뭐! 때만 잘 기다리다 보면 갈 수 있을 날이 있다는 것만 믿고 살아가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조금 더 기다려. 또 갈게 내 고향.




Penny Lane의 뮤직비디오


 Penny Lane은 비틀스의 싱글에도 수록이 되어있고 정규음반에는 <Magical Mystery Tour>에 수록이 되어있다. <Magical Mystery Tour> 이전의 작품은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인데 시기적으로 이 음반에 수록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늘 있다. 실제로 싱글의 뒷면의 곡은 Strawberry Fields Forever인데 당시 프로듀서 조지 마틴은 싱글 음반에 수록된 두곡을 정규 음반에 넣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한 것에 후회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참 후에 나온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의 50주년 기념음반에 두곡은 마지막 트랙으로 추가가 되었다.


Penny Lane을 녹음할 당시의 에피소드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당시 비틀스의 멤버들이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에 나오는 피콜로 트럼펫의 소리에 매료되었다고 하며 음악계의 인맥왕이기도 했던 프로듀서 조지 마틴이 트럼펫 연주자인 데이비드 메이슨을 섭외하게 된다. 그리고 폴 매카트니는 피콜로 트럼펫이 들어갈 부분을 허밍으로 알려준 후 이런 식으로 연주해 주길 원했고 데이비드 메이슨은 워낙 높은 음역대에 난색을 표하며 꺼려했지만 연주를 완성한 후에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만족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곡이 싱글로 발매가 된 후 빌보드 차트에서는 1주간 1위를 하게 되고 영국에서는 2위를 기록하며 본국에서의 1위를 놓친 탓에 비틀스의 시대가 막을 내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위기론이 제시되기도 했으나 이후에 나온 정규음반이 워낙에 명반인지라 그런 소리는 쏙 들어가게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너를 보내는 길과 시간이 더 길었으면 좋겠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