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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음악수집가 May 20. 2023

듣는 음악에 왜 딴지를 거시죠?

Aphrodite's Child - 666

 '모태신앙'이라는 단어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를 피곤하게 하는 단어다. 그러니까.. 나는 엄마의 뱃속에서 잉태되었을 때 교회를 나간 셈이다. 근데 내가 원해서 나간 것은 아니다. 잠시 뱃속에 머무르는 시기부터 세상에 나와 스물세 살이 되는 기점까지 잘 다녔다. 잘 다녔다? 정말 몸이 아픈 날을 제외하고는 '그 문화'를 즐기러 갔다라고 해야 맞는 표현일 것이다. (정말 합당한 사유가 아닌 이상 절대 빠질 수 없었던 집안 분위기도 한 몫했다.) 종교에 대해 열려있는 시각을 고수하는 편이지만 유일하게 기독교(개신교)만큼은 긍정적인 모습보다는 부정적인 모습이 매우 강하다. 오죽하면 신학과를 다니는 친한 동생에게 "니가 목사가 되어서 나를 전도할 때까지 나는 교회 안 갈 테니 잘 준비해 봐."라고 했다. 그 녀석이 과연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내가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그건 아무도 모른다.


언젠가 가장 이해가 안 되는 말을 들었던 것이 있었는데 내가 듣는 대중음악이나 외국 팝, 록 음악을 두고 '사탄의 음악'이라는 것이었다. 화려한 기타의 솔로연주나 강력하게 때리는 드럼이나 베이스 기타의 웅장함에 사탄의 영이 존재한다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근데 그것이 나에게 까지 왔을 때의 그 황당함은 짝이 없었다. 이런 논리라면 CCM(Christian Contemporary Music의 앞글자를 딴 장르, 쉽게 말해 '요즘시대 교회음악')에서 사용하는 악기들은 '신의 가호'를 받는 것인가?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아무튼 그런 걸 패시브 스킬로 받나 보다.


더 열받는 상황은 분명 대중음악의 주는 영향력에 대한 나쁜 점들을 내게 설파하면서 '그분'을 믿는 아티스트의 곡은 들어도 무방하다는 식의 '이중잣대' 혹은 '내로남불'식의 논리는 오히려 나에게 역효과를 낳기에 충분했다.


"아! 몰라! 왜 듣는 음악 가지고 지랄이야!!!"라고 외치거나 따질 수 없었던 것은 그 무리에서 튀는 순간 자칫 위험인물(?)로 찍힐 것 같아서였다. 결국 내가 선택한 방법은 대놓고 몰래 듣는 것이었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면 그냥 '그 공간'이 아닌 모든 곳에서는 자유롭게 듣는 것! 정말 다행이었던 것은 가족은 내가 듣는 음악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 (아주 가끔 친척들이 잔소리하는 것 빼고... 그렇다고 가족들이 있는 자리에서 Slipknot(슬립낫; 미국의 메탈밴드, 기괴한 가면이 아주 매력적인 팀이다.)의 음악을 틀지 않았으니 그거면 된 것!)



 

 음악을 청취한다는 것은 수백 년을 거쳐온 문화다. 직접 가야만 들을 수 있던 시대를 거치고 거치면서 음악을 듣는 방법이 점점 간소화되고 해외에서 공연한 오래된 영상도 이제는 발전의 발전을 거듭하여 방구석에서도 유튜브를 통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라이브도 바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세상은 발전했다.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매체도 돌판으로 불리는 SP에서 출발하여 LP로 불리는 바이닐(Vinyl), 카세트테이프, CD 등 다양하게 발전하다가 mp3파일로 들을 수 있는 시대가 오더니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유튜브 같은 링크를 서로 공유하는 시대가 왔다가 다시 LP와 CD를 구입하는 시대가 공존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취향도 입맛도 다양해졌음을 기성세대는 어느 정도 이해하고 들어가야 하는데 조금은 보수적일 수 있는 '그곳'은 과연 이런 흐름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는지 의문점을 가지게 한다. 만약 아직까지도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듣는 음악에 태클은 건다? 과연 문화적인 다양한 시각을 가지게 하는 것에 제동을 걸고 있지는 않은지 지켜보고만 있을 일은 아닐 것이다. 다양한 음악을 청취하는 것은 문화를 향해 문을 여는 것이지 절대 보이지 않는 악의 세력을 키우기 위함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이 편을 쓰게 된 결정적인 책. 지인이 SNS에 올려서 궁금하던 찰나, 중고로 사서 읽었는데 내용이 아주 가관이다.


 적어도 아티스트의 자세한 내막을 모르고 잘못된 판단을 내리면 상당히 곤란한데 그저 음반의 표지, 시끄러운 사운드, 손가락 모양 등 무분별한 판단으로 인하여 '영적 전쟁'이라는 수준까지 도달하는 다소 어이가 없는 행태까지 다다른 사람이 만약 당신 주변에 있다면 어서 피하도록 하자. (굉장히 피곤한 상황이 닥칠 것이다.)


나도 이 문제로 마음고생을 상당히 심하게 했고 한동안은 죄책감에도 시달렸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 느꼈던 것은 예술작품에 죄를 논할 수 없다는 것, 아티스트에게도 죄는 없다는 것 그리고 듣는 사람도 죄가 없다는 것.


어쩌면 나의 20대가 종교로 인한 성장통을 정말 강하게 겪은 탓에 음악에 대한 편견 없이 스펀지 마냥 잘 흡수하게 된 것 같다. 듣고 좋으면 음반을 사는 것이고 아니면 듣는 걸로 끝을 내면 이 얼마나 스무스한가!


여담이지만 아프로디테스 차일드는 독실한 그리스 정교회 신자들이고 이 음반 자체가 성경을 주제로 한 음반이니 만큼 까더라도 제대로 조사하고 까야한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도 않고 '666'이라는 숫자 때문에 저런 글을 썼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애초에 음반을 제대로 사서 표지만 제대로 봤다면 성경구절이라는 것을 알지 않았을까?)





우리나라에서 발매한 문제작(?). 아래의 'limited edition'이 인상적이다.

어쩌면 Aphrodite's Child(이하 아프로디테스 차일드)의 문제작이자 실험작이며 역대급 음반이라는 타이틀을 모두 갖다 붙여도 손색이 없는 그런 작품이다. 이전의 1집 <End Of The World>(1968)와 2집인 <It’s Five O’Clock>(1969)은 싸이키델릭 록과 그리스 출신답게 아름다운 선율, 영국과는 다른 유럽식 사운드가 어떤 것인지 들려준다. 게다가 1집은 본국에서 상당한 히트를 치며 그들의 음악세계에 대한 자신감도 한껏 차올랐을 것이다.


"지혜가 여기 있으니 총명한 자는 그 짐승의 수를 세어 보라 그것은 사람의 수니 그의 수는 육백육십육이니라"(요한계시록 13장 18절)

다소 무겁게 느껴지는 성경에 나오는 구절로 꾸며진 표지에 걸맞게 성경의 마지막 책인 요한계시록을 주제로 삼고 이 음반이 만들어졌다.


1970년으로 접어들자마자 아프로디테스 차일드의 키보디스트 반젤리스(1943-2022)는 3집에 대한 구상을 마치고 소속사인 머큐리 레코드에게 알려주었을 때는 기존의 음반 2장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라 반신반의를 했다고 알려져 있다. 1970년부터 1971년까지 녹음을 하였지만 결과물 자체는 1972년 6월에 나왔는데 소속사 머큐리 레코드 측에서 'Infinity (∞)'를 두고 아프로디테스 차일드와 계속 갈등을 일으켰던 탓에 멤버들이 뿔뿔이 흩어지기도 했다. 이 곡의 원곡은 39분이었는데 이 곡을 5분으로 줄이게 된 것도 어쩌면 소속사와의 갈등으로 인해 줄었을지도 모른다. (39분이면 사실상 LP의 한 면을 다 차지하는 셈이다.)


소속사 입장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는 것이 <666> 음반을 두고 상업적으로 흥행이 보장될 것이라는 믿음이 아예 생기지 못할 작품이었다고 판단했을 것이고 아프로디테스 차일드의 예술적인 면을 살려주기엔 그리 넉넉한 사정도 아니었으리라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음반을 활짝 펼치면 알 수 없는 그림과 음반에 수록된 곡, 크레딧이 나온다.

이 음반에서 몇 가지의 곡을 추려서 듣는 것보다는 음반을 전체적으로 들어야 곡과 곡끼리 연결되는 부분도 있고 변화무쌍한 연주와 70년대의 그리스 연주자들의 훌륭한 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참여자>

데미스 루소스 : 베이스 기타, 보컬 (아프로디테스 차일드의 목소리는 이분이다.)

루카스 시데라스 : 드럼, 보컬

반젤리파파타나시우 : 이 음반의 모든 곡을 작곡하였고 편곡에 프로듀싱까지 담당했다. 오르간, 키보드

실버 쿨루리스 : 기타, 퍼커션 (1,2집 제작 중에는 군복무 중이었다. 그래서 대부분 아프로디테스 차일드를 3인조로 많이들 알고 계신다. 사실상 이 음반 한정으로 정식 멤버라 봐야 할 듯)

(이상 아프로디테스 차일드)


<객원 참여자>

아이린 파파스 - <∞> 이 곡에만 참여하였지만 상당한 임팩트를 남겼다.

해리스 할키티스 - 색소폰, 콩가, 백킹 보컬

존 포스트 - 내레이션

코스타스 페리스 - 전곡의 가사를 썼다. (그리스어로 된 가사는 Yannis Tsarouchis이 맡았다.)



이 음반의 처음과 끝.


<수록곡>

(제목을 누르면 노래와 연결된다. ★이 붙은 것은 좋은음악수집가의 추천곡 / 사실 정주행을 권장한다.)



       1LP

1. The System 

2. Babylon

3. Loud Loud Loud

4. The Four Horsemen ★

5. The Lamb 

6. The Seventh Seal

7. Aegian Sea ★

8. Seven Bowls 

9. The Wakening Beast 

10. Lament 

11. The Marching Beast ★

12. The Battle of The Locusts 

13. Do It

14. Tribulation

15. The Beast ★

16. Ofis 


       2LP

1. Seven Trumpets

2. Altamont

3. The Wedding of The Lamb

4. The Capture of The Beast

5.

6. Hic And Nunc

7. All The Seats Were Occupied ★

8. Break ★



 만약 한곡씩 누르는 게 귀찮다면 이 링크로 들으면 된다.


(이번 편만큼은 댓글로 돌을 날리셔도 됩니다. 비판과 토론은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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