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좋은음악수집가 Jul 01. 2023

그 해 겨울은 따뜻했어요.

서울전자음악단 - 꿈이라면 좋을까 (2014)

여러분들이 가장 좋아하는 계절을 알려줄 수 있나요?


 물론 4계절마다 다가오는 의미가 다를 것이고 어느 해는 여름이 가장 더웠고 어느 해의 겨울엔 눈이 많이 왔다는 것만으로도 추억하기가 딱 쉽다. 2011년 여름, 대학교 전공시간에 방우정 선생(레크리에이션의 전설)께서 농담을 자주 하셨는데 그분이 말씀하시길 "봄은 여자의 계절,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다. 그래서 봄에 여자들이 결혼을 많이 하고 가을에 남자들이 결혼을 많이 한다."라고 하셨을 때, '아~ 그렇구나~'하고 웃고 넘겼던 것도 이제는 오랜 시간이 지나버렸다.


대학교 동기들이 군대를 갔다가 복학을 할 때, 나는 여전히 학교에 있었다. 그때는 군대를 막연하게 생각했고 적당한 핑계를 대자면 내가 학교를 4년을 휴학 없이 다녀야 동생의 대학교 입학과 더불어 등록금에 차질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었다. 난 4년 동안 학교를 휴학 없이 다닌 탓에 군대를 늦게 갔지만 그 행위에 대한 후회보다는 '휴학'을 하지 못하여 나 자신을 되돌아볼 시간이 없었다는 것에는 큰 아쉬움이 남았다.


그리고 대학교 졸업 후 그해 8월 19일, 나는 지금은 사라진 추억의 '306 보충대'로 입소를 했다. 입대를 하기 전, 가족들에게 "저 모레 입대해요."라고 하였더니 어머니께서는 10만 원을 주시면서 "알아서 가거라."라는... 마치 사자가 자신의 새끼를 강하게 키우기 위해 절벽 위에서 떨어뜨리는 것처럼 나는 혼자서 해결했다. 어려운 일도 아니었으니까.




 2014년 10월 1일, 나는 자대에 배치받았다. 함께 했던 동기들과 헤어짐도 아쉬울 겨를이 없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게 된 나로서는 상당히 버거웠다. 이등병을 달고 조금 더 움직여야 했고 혼나지 않은 날이 없었다. 그래도 정말 다행인 것은 '버틸 만했다'. 딱 그 정도의 삶을 유지했다.


내가 있었던 경기도 연천(공교롭게도 지금도 살고 있는)은 겨울에 엄청난 추위를 자랑한다. 그리고 한 겨울에 눈이 엄청나게 내린다. 그럼 일어나면 쌓인 눈을 치워야 하고 쓸어야 한다. 그것을 군대에서는 '제설작전'이라고 하는데 눈이 내리는 와중에 쓸게 되면 다시 쌓인다. 그래도 계속 치워야 한다. 그나마 낭만으로 생각하면 우습겠지만 그것만의 추억이 또 쏠쏠하기도 하다.


그렇게 춥던 2014년의 겨울이 지나고 2015년의 시작도 무척이나 추웠다. 눈은 자주 내렸고 눈을 쓸어가는 만큼 짬(군대식 은어)도 조금씩 쌓이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주말에 눈이 오지 않는 것이 참으로 감사했고 오롯이 쉬던 어느 날, 사이버 지식 정보방('사지방'이라고도 하며 부대 내에서 컴퓨터를 할 수 있는 공간. 단, 게임은 불가)에서 나의 감성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은 음악을 듣는 것뿐이었는데 입대 전 해체를 했던 밴드가 재결합을 하여 공연한 영상이 올라온 것이었다.


당시 그 영상.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던 사지방을 따숩게 해 준 곡.




 몽환적인 멜로디를 주도하는 신윤철 님의 기타, 나긋이 부르는 장재원 님의 목소리 그리고 절제된 드럼과 베이스기타까지 모든 것이 멜로우 했다. 마치 팍팍한 겨울의 군생활을 잠시 잊혀주는 듯하였고 눈이 서서히 녹는 봄으로 안내하는 느낌이었다. 오래 듣고 싶었지만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아 X발...."


그때 나는 속으로만 생각했지만 선임들은 대놓고 내뱉었다. 그만큼 눈은 불청객이다. 결국 쓸어야 하는 그런 존재... 그게 군대에서의 눈이다. 그런 눈을 지금까지도 매년 맞고 매년 치우고 있다. 물론 지금은 욕을 하는 대신 주변 사람들을 독려하는 신분이 되었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거나 아니면 매년 오는 나의 주된 임무겠지만.


항상 겨울이 오면 이 곡이 떠오르는 이유는 그만큼 강렬하게 남아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가장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겹고 날씨조차 너무 추웠지만 한방에 녹이는 음악이 있었다. 그것이 음악이 힘이다. 어쩌면 그런 힘을 믿기 때문에 나는 계속 살아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돌아오는 겨울이 되는 시기면 꼭 마음속으로 빈다. 눈이 많이 내리지 않기를. (하지만 내 바람, 모두의 바람은 자연 앞에서 무의미할지도?)





서울전자음악단의 3집 <꿈이라면 좋을까>

 모든 곡을 들려드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이 음반의 전체곡이 유튜브 뮤직에는 없다. 다른 스트리밍 사이트를 듣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겠다. 음반도 도통 구하기가 어려운 것도 한몫했다. 오죽하면 사인을 받기 위해 직접 찾아간 서울특별시 망원동에 위치한 <도마뱀식당>에서 아주 운이 좋게도 장재원 님과 신윤철 님을 뵐 수 있었다.


"아니.. 구하기 어려운 CD를 어떻게 구하셨어요?"


서울전자음악단의 기타리스트 신윤철 님께서 사인을 받기 위해 CD를 건네었을 때 나긋하게 해 주셨던 말이기도 했다. 그만큼 팬이 아니면 가지기도 어렵다는 뜻이 아닐까? 사실 난 이 음반을 생일선물로 받았다. 이 글을 빌어 선물을 해준 친구 성지에게 참 고맙다는 말을 남긴다.


이 날, 운이 좋게도 신윤철 님과 장재원 님의 사인을 함께 받았다.


<Track List> (비록 재생 가능한 곡이 1곡뿐이지만 클릭하면 음악과 연결됩니다!)


1. 삶은 계란

2. 꿈이라면 좋을까 (Feat. 장재원)

3. 구기동 하늘

4. Digital Revolution

5. Azit에서

6. 별의 별 빛나는 밤에

7. Electric Blues


 서울전자음악단은 한국대중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신중현 선생님의 차남, 신윤철을 중심으로 현재 강대희(드럼), 김엘리사(베이스), 최준하(기타)와 함께 서울전자음악단을 함께 활동하고 있다. 서울전자음악단은 2004년, 데뷔 음반 <볼륨을 높여라>를 시작으로 2009년에는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으로도 꼽힌 <Life is Strange>를 발표한 후 활발을 활동을 하다가 2012년에 돌연 해체를 해버리는데 당시 신윤철 님과 나는 페이스북에서 서로 팔로우를 하는 사이였는데 해체 소식도 페이스북을 통해 보게 되고 굉장히 좌절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러다가 2014년에 다시 재결합하여 만든 음반이 바로 이 음반 되시겠다.


그리고 <꿈이라면 좋을까>를 부르신 장재원 님은 서울전자음악단 3집의 타이틀 곡으로 참여하였으며 기타리스트 신윤철 님의 아내이다. 서울 망원동에 위치한 '도마뱀 식당'은 상당한 맛집이니 혼자 방문하여도 좋고 커플이 가도 만족하는 맛과 분위기를 자랑하는 식당이니 꼭 한번 들러보시는 것을 추천한다.


도마뱀식당 주소 : 서울 마포구 희우정로20길 75








매거진의 이전글 너네가 없으면 나도 없는 거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