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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ramram Feb 18. 2022

예비 장모님(?)과의 첫 만남 2

 사실 예전 여자 친구의 부모님에게도 인사를 올린 적이 한 번 있다. 그쪽 어른과는 사전에 계획하지 않은 만남이었고 예상하지 못한 대화가 오간 자리였지만, 그날의 기억들을 쉽게 잊을 수 없다. 그날 자리 이후에 나는 그때 만나던 친구와 당장 헤어져야겠다 다짐했고, 그로부터 며칠 뒤 나는 그 다짐을 곧장 실행에 옮겨버렸다. 일말의 후회도 없이. 내가 조금은 선한 심성을 가진 사람이었다면, 그날 나온 말들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대했을까. 물론 내가 참지 않은 부분도 그리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이었다.  

 “너 인마. 아직 학생이라며?”

 그 사람의 부모님과는 정말이지 아무 연계성 없이 길 한복판에서 마주했다. 그렇게 우리 셋은 가장 근처에 보이는 치킨집에서 자리를 잡았는데, 그분은 지체 없이 내게 공격적인 말들을 내뱉었다. 처음에는 내 인사와 기본적인 태도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다시 생각해보았지만, 그전에 나는 ‘내가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되는 거지?’라는 반항아의 기질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처음 건네받은 말에 ‘인마’가 들어있다니.

 “네. 대학을 늦게 들어가서요.” 이때까지만 해도 내 목소리의 톤은 상냥한 편이었다. 

 “내 딸은 이미 대학 졸업해서 버젓이 일해서 부모님한테 용돈도 주고 하는데, 그 나이에 아직도 대학 졸업 못하고 뭐했어?”

 “뒤늦게 공부가 하고 싶어서요”

 “아빠!” 옆에 있던 여자 친구는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한 번씩 중재했지만, 그다지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어떻게 사내자식이 여자를 막 울리고 그래? 저번에 내 딸이 방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알아? 네가 내 딸이랑 결혼할 생각만 하면 속 터져 죽겄다” 

 아. 이래서 이러셨구나. 여자 친구는 한 번쯤 나와 다투고 집에서 울다가 걸린 적이 있다고 했다. 그 당시 다툰 이유는 여자 친구가 친구들과 놀고 귀가하는 시간이 매번 새벽 3, 4시가 되어버리니 특단의 조치로 나는 서로 생각할 시간을 갖자고 했었다. 

 “저도 이 친구와 결혼할 생각 없어요” 나도 이때부터는 이판사판이었다. 

 “하아,,,,,” 여자 친구는 옆에서 혼자 술잔을 비우고 있었다. 

 “네가 뭐 잘났다고 내 딸이랑 결혼을 한다만다야? 직장도 없이 가진 것도 없으면서”

 “아빠. 어디서 술 먹고 왔어? 왜 취해가지고 그래?”

 “너는 남자 보는 눈 좀 길러라. 아빠 먼저 간다.” 

 오랜만에 이런 푸대접을 받고 나면 내가 언제 또 이런 푸대접을 받아봤는지 회상하게 된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군 복무 당시 내가 가장 싫어하던 선임에게 받은 푸대접이 생각났는데, 그때와 비교해도 내게는 이 날의 상처가 더 깊었다.

 “화 많이 났어?” 둘이 남은 자리에서 우리는 대화를 다시 이어갔다.

 “어. 참고 싶은데 사실 짜증 나” 

 “내가 대신 미안해” 

 “대신 미안하다는 게 어디 있어. 사과는 당사자가 해야 되는 거 아니야?” 나는 남아있는 술을 벌컥벌컥 마셨다. 

 “아빠가 취한 거 같아. 평소에는 안 저러시는데”

 “하... 나는 아무리 어른이어도 최소한의 배려와 예의는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 전후사정도 모르시고 이런 대접 진짜 오랜만이다”

 “.............” 여자 친구는 나를 그윽이 바라보며 당장이라도 울 것만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고선 나도 술기운이 올라왔는지 내뱉지 말아야 할 말들을 하고 말았다.

 “난 저런 어른들 보면 참 배움 없고 몰상식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해. 어른들은 공경의 대상이 아니라 공격의 대상이란 말이 왜 나오는 데?”

 화풀이를 왜 여자 친구에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도 어딘가 풀 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뱉은 말들은 분명히 수위조절에 실패한 말들이었고, 그 말들이 결국 내 여자 친구에게도 뼈아픈 상처가 되었을 생각에 그 말들에 있어서는 며칠 뒤 사과했다. 그러고 사과와 동시에 끝내자고도 했다.

 잠깐, 내가 지금 뭐 하고 있지? 순간 불길한 낌새를 감지해 곧장 정신을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꿈에서 깨려고 하는 사람처럼. 잠깐 과거로부터의 여행을 다녀온 나는 현실에선 세 사람을 데리고 엘리베이터에 있었다. 연습했던 대로 3층에 있는 한정식 집으로 가면 된다. 

 그때의 비극이 또다시 벌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걱정되는 마음은 쉽게 달래지지 않았다. 한정식 집을 들어서면서부터는 심장소리가 내 귀에도 들렸고, 떨리는 손을 주물럭거리기에 정신없었다. 아무래도 청심환을 조금 더 일찍 먹었어야 했나 보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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