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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ramram May 08. 2024

카페 메뉴는 어떻게 정하나요

4화

 자격증을 준비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통해 커피에 대한 전문성이 무르익어갈 때쯤 이제는 본인의 사업장에 적용시킬 실전 메뉴들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에 돌입한다. 조금 더 열정있고 센스있는 분들이라면 전문성을 기르는 동시에 다양하고 새로운 메뉴들을 수시로 고민하고 또 직접 만들어보며 장단점을 파악할 수도 있겠지만 차근차근 준비해도 늦지 않으니 너무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

 먼저 똑같은 상황에서 내 경우에는 열정과 게으름 사이 어딘가에 있을 부지런한 편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애초부터 커피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시작부터 뒤쳐진다는 불안감 때문인지 내 기억력에 대한 불신 때문인지 메뉴에 참고할 사항이나 메뉴개발로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사진을 찍거나 휴대폰에 꼭 메모를 해두었다. 예를 들면 제주여행을 하면서 방문한 한 카페에서 브라운치즈크로플을 주문했는데 문득 메뉴로 포함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 먼저 사진을 찍고 들어간 재료들을 하나씩 적어놓았다. 가게에서 쓰는 와플기계라든지 몇 분 정도를 굽는지 힐끗힐끗 훔쳐보며 얻게 된 정보들까지 휴대폰에 담았다. 또 커피 음료 부문에서 시그니처로 가장 인기있는 메뉴가 무엇인지를 살펴보다가 몇 년 전부터 라떼베이스에 진득한 크림이 올라간 크림라떼가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유행도 크게 타지 않다는 점을 파악했다. 그때부터는 크림라떼가 있는 카페에 들릴 때마다 크림라떼 한 잔과 따듯한 아메리카노까지 꼭 2잔을 주문하기 시작했고 크림라떼에 올라간 크림에는 어떤 시럽을 넣었는지 분석해보면서 가게마다 차이점을 비교해보았다. 지극히 주관적인 내 판단에는 아몬드 시럽을 넣은 크림이 커피와 잘 어울리면서 맛있었고 현재 본인의 가게에서도 음료크림은 일정량의 아몬드시럽을 넣어 만들고 있다. 

 특히 메뉴에 대한 고민들은 직접 카페투어를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과정이 있다고 생각한다. 삶의 배움에 있어서 몸소 느끼는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기에 다양한 음료들을 음미해보면서 본인이 그동안 쌓아놓은 커피에 대한 스킬로 직접 만들 수 있고 스테디셀러라고 생각하는 음료들을 하나씩 메뉴판에 추가시키는 과정을 시작하면 된다. 

 먼저 메뉴 개수에 대해서는 20종류에서 25종류가 적당하다고 판단했다. 성향차이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디x나 빽xx 등 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카페들의 메뉴판을 보면 메뉴들이 너무 많아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떤 날에는 새로운 걸 먹어볼까 하며 천천히 메뉴를 둘러보다가도 결국엔 따듯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해버리기 일쑤였다. 대형프랜차이즈의 카페는 가맹점 창업비용에 있어 메뉴개발비용도 수백, 수천만원의 값어치를 해야 하니 메뉴를 늘리는 방안밖에 없다하지만 개인카페의 경우에는 그럴 필요 없다. 메뉴와 종류가 많다고 해서 손님들이 다양하게 주문을 하는 건 아니며 대중적으로 있는 메뉴들로만 구성해도 충분하다. 어차피 번잡한 메뉴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으니까. 

 유행에 따른 메뉴들도 과감하게 배제한다. 흑임자라떼라든지 버터커피라든지 어딘가의 카페에서 나름대로 트렌드를 입힌 시그니처 음료로 대박이 났다는 소리에 당장 그 메뉴들을 어설프게 따라하는 업장도 곳곳에 보인다. 하지만 요즘처럼 눈 높은 소비자들은 바로 그 어설픈 상업성에 눈치를 채거나 대부분 기대 이상의 만족치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에 유행메뉴에 대한 선정은 고심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나하나씩 추가하고 배제하는 과정에서 우리 가게의 메뉴 분류에 대한 최종 구성으로는 일단 커피, 디카페인, non coffee, 에이드, tea, organic tea(홍차계열) 그리고 시그니처 이정도로만 구분해놓았다. 각 카테고리별로 3~4개씩의 메뉴를 담으니 총 메뉴는 20개정도였다. 이 정도의 개수라면 A4용지 한 장에 메뉴 전체가 들어오기 때문에 가독성 부분과 깔끔한 디자인까지 잡을 수 있다. 또 메뉴판 디자인 작업에 들어가는 비용도 절약할 수 있고 메뉴판에 대한 수정사항도 쉽게 반영할 수 있다. 실제로 오픈 초반에는 디카페인 메뉴를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가 가오픈 시기에 예상외로 디카페인 메뉴를 찾는 손님들이 많다는 걸 보고선 그날 바로 메뉴판을 수정했다. 만약 디자인 업체에 맡기면 몸이야 편하겠지만 며칠을 기다리면서 최대한 빨리 해달라고 사정하는 상황이 이어지면 심적스트레스가 더 괴롭지 않을까. 

 앞서 시그니처에 대한 메뉴를 이어말하자면 시그니처 음료 개수는 3~4개가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무분별하게 시그니처 개수가 많다면 메뉴들에 대한 진심과 대표성이 부각되지 않아 보이므로 오히려 가게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인의 경우에는 가게 이름을 붙인 크림라떼와 특색을 입힌 냉침밀크티, 에이드류까지 이렇게 총 3가지로만 구성했다. 시그니처 메뉴들 또한 전부 카페투어를 하면서 벤치마킹한 메뉴들이지만 미세한 단점들을 보완하면서 해당 가게들의 음료들보다 우리 가게의 음료들이 더 낫다고 자부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카페 창업을 고려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의 참고사항이 될 수 있도록 현재 본인 가게의 메뉴들을 나열해본다면 커피류(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바닐라라떼, 크림모카, 아인슈페너), 디카페인 콜드브루(아메리카노, 카페라떼, 크림라떼), 에이드류(핑크레몬에이드, 자몽에이드, 패션후르츠에이드), non 커피(밀크티, 말차라떼, 바닐라딸기라떼, 초코라떼, 딸기요거트스무디), tea(히비스커스레몬티, 자몽블랙티), organic tea(마리아쥬 웨딩임페리얼, 루즈 메티스, 마르코폴로), 시그니처(크림라떼, 트리플베리에이드, 제주말차밀크티) 이렇게 구성돼있다. 참고로 오픈때 설정한 이 메뉴들은 현재까지도 1년이 훌쩍 넘는 기간동안 메뉴가 추가되거나 사라지지 않고 전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간혹 어떤 분들은 디저트같은 건 따로 하지 않고 특색있는 인테리어나 음료로만 승부를 보려고도 하는데 사실 적극적으로 권장하지는 않는다. 카페는 개인의 집무실을 만드는 것이 아닌 사업체에 대한 운영으로써 결국 가장 중요한 점은 수익창출 부분인데 디저트의 유무에 따라 그 차이가 배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예를 들어 2인 평균 객단가가 음료만 시키면 만원 언저리인 것이 크로플이나 수플레를 같이 시키면 곧장 2만~3만원으로 올라가니 매출증대에 있어서 디저트는 필수가 아닐까. 그리고 디저트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사업주의 솔직한 마음은 번거롭고 귀찮기 때문일 텐데 그런 게으른 마음가짐은 시작하기 전에 미리 거두길 바란다. 

 생각해보면 디저트 선정이 음료 선정보다 어려웠다. 베이킹을 해본적도 없었고 그렇다고 납품을 받아 팔기엔 뭔가 양심에 찔린다는 기분이랄까. 물론 납품 제품들 중에서도 훌륭한 제품들이 많지만 생애 첫 가게인만큼 디저트를 손수 정성껏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에 수많은 후보군들이 리스트에 올라왔다. 타르트부터 조각케익, 본인조차도 처음에 생소했던 키슈까지 다양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앞서 말한 크로플과 수플레를 디저트 메뉴로 정했다. 

 디저트 선정에 있어서 수플레를 중점으로 한 부분에 있어서는 내가 있는 도시가 광역시이긴 해도 비교적 덜 알려져 있는 디저트라고 판단했다. 이미 뻔한 디저트류는 젊은층을 대상으로 할 때 승산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고 수플레가 유행이나 계절을 크게 타지 않는다는 것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시장조사를 위해 방문한 다른 수플레집들을 보면서 이 정도면 내 가게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확신하기도 했다.

 사실 이전까지만 해도 수플레는 본 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었지만 내게 운 좋은 점이 있었다면 내 와이프의 언니, 즉 처형이 수플레 전문점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필요한 그릴이나 집기류 등을 준비하고 처형이 알려준 전문적인 스킬을 익혀 꾸준한 연습을 이어갔다. 틈틈이 유튜브나 블로그에 있는 상세한 레시피들을 참고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조금씩 보완했다. 특히 재료비율과 굽기 정도에 대한 부분까지 최대한 정확하게 분석하려고 하니 한 달 정도 만에 상품으로 팔만한 정도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매일 몇 시간씩 하루도 빠짐없이 연습하진 않았고 생각날 때마다 틈틈이 한 정도가 딱 적당한 표현일 것 같다.

 디저트류 납품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전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납품에 대한 선택지도 무조건 배제시키라는 뜻은 아니다. 디저트류에 마땅히 자신있는 메뉴가 없다거나 무난한 조각케익들로 진열대를 채우겠다는 분들에게는 납품이라는 방안에 대해서도 괜찮은 대책이 될 수 있다. 가게에 업주가 없어도 되는 오프매장으로 운영하거나 카페의 입지가 괜찮은 분들에게도 어쩌면 더 괜찮은 묘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연습기간은 한 달 정도라고 언급했는데 이 기간은 단순히 집에서 한 연습이고 이제 이때쯤이면 상권조사와 상가 계약, 인테리어까지 돌입하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총 연습기간은 두 달반에서 석 달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이 기간은 디저트 개수가 소수일 경우에만 해당하고 디저트 개수가 많거나 디저트를 납품하려는 분들에게는 기간을 넉넉히 잡거나 짧게 잡으며 유연하게 조율하면 될 것이다. 


-다음 5화 주제-

*카페 상권조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주고객층에 따라 매출은 천차만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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