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날이 언제에요?
제주에서 자영업으로 산지 벌써 9년. 어릴때부터 사장이 꿈이었다고, 언젠가는 내 사업을 하고 싶었다고는 하지만, 이 직업의 모든 면이 좋은 것은 아니다. 매장을 지키고 있자면 지인들이 종종 묻는다, 매장은 언제 쉬느냐고. 나는 대답한다, "매장은 명절 당일만 빼고 영업하지만, 제가 수요일 하루는 쉬기 때문에 카페는 수요일에 문을 닫아요"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실은 휴무일인 수요일도 꽤나 많은 일을 하면서 보낸다. 친구들과 함께 하는 오름 모임, 그 모임이 끝나면 그 친구들과 함께 만든 브랜드의 업무 회의가 있다.
같은 업종에 있는 친구들과 처음엔 건강을 위해 일주일에 한번쯤은 제주의 오름을 걷자며 만든 모임이었지만, 오름을 걸으며 상품 제작 관련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함께 무언가를 만들면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자연스레 작은 브랜드를 만들게 되었고, 매주 수요일 오름을 걷고 난뒤 상품 기획등에 필요한 회의를 하게 되었다.
가끔은 쉬는 수요일에 일을 하는게 체력적으로 피곤지만, 수요일이 아니면 다같이 모여 미팅을 할 수 없기에 어쩔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일주일에 한번 출근을 안하는 수요일에도 오전엔 걷고 오후에는 회의를 하는 루틴이 정해지게 되었다.
우리는 부부가 함께 일하는 생계형 자영업자 이다. 그러다 보니 출근길에도 업무 이야기, 퇴근길에도 업무 이야기를 한다. 또 퇴근후 집에서도 일 이야기를 하게되는데 심지어는 침대에 누워 각자 스마트폰을 하다가도 갑자기 "근데 말야, 아까 이 제품은 이렇게 만들어 보는게 어때?? 하면서 일 이야기를 하곤 한다.
물론 그렇게 이야기를 할 정도로 우리가 하는 일이 재미 있는 편이고, 좋아하기도 하니 열정을 가지고 대화를 이어 가지만, 때론 의견이 맞지 않을 경우 업무시간에만 티격태격 하는 것이 아니라, 집에 와서까지 신경질 적으로 말을 이어가게 된다. 역시 가족끼리 일을 하는게 아니야, 라곤 하면서도 서로 같이 일 하지 않았으면 어쩔뻔 했냐며 금방 화해는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한동안 유행했던, 욜로니 워라벨이니 그런건 힘들겠지만, 올해는 서로가 좋아 하는 일을 찾아가면 각자 한숨 돌릴 수 있는 틈을 가지기 위해 시간 재분배를 계획중이다. 그 시간을 통해 내가 하고 싶었지만 미뤄 왔던 것, 해야 하지만 미뤄 왔던 몇가지를 찾아서 할 예정이다. 자영업자도 그럴 권리가 있으니깐.